서현 2105-2135일, 서아 331-361일
2021년에 태어난 서아는 날 참 잘 따랐다. 아무래도 하루 종일 보는 게 나이기 때문에 나를 좋아했다. 아내도 서아가 울면 나에게 데려다줬으니 말 다 했다. 울다가도 내 품에 오면 그치는 서아의 모습에 주 양육자로서 뿌듯할 때가 많았다. 그래... 그땐 그랬다.
생각해 보니 서현이도 그랬다. 막 태어나서 아내가 몸이 불편할 때 주로 봐주던 게 나여서 그런지 내 품을 편안해했다. 게다가 초기에는 모유를 잘 먹지 못해 분유를 먹였기에 엄마와 경쟁해 볼 수 있었다. 물론 모유를 먹이면서 나는 점점 경쟁에서 뒤처졌다. 그저 엄마만 좋다는 서현이를 뒤에서 씁쓸하게 바라봐야만 했던 과거.
이번에는 그러지 않겠노라 다짐했고, 상황도 유리했다. 주 양육자와 아이는 더 가까울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기에 아이와의 유대관계 맺기 좋았다. 잠도 내 품에서 잘 잤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잘 잤었다. 과거형이다.
요즘 들어 서아는 엄마를 찾는다. 그나마 낮에는 나랑 잘 놀고, 잘 먹는데 밤에 자려고 하면 엄마를 찾는다. 왜 그런지 전혀 모르겠다. 낮잠을 잘 땐, 나랑도 잘 자는데, 밤잠을 잘 땐, 소리 높여 엄마를 찾는다. 마치 서현이 어릴 적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이쯤 되면 내 양육태도가 문제란 생각도 들지만, 애써 무시해 본다. 솔직히 얼마 전까지는 괜찮았기에... 도대체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아이의 마음은 당최 모르겠다. 그래도 요즘 "아빠"라고 말하기 시작해 조금은 섭섭한 마음이 누그러지기도 한다. (엄마는 엄마인가 보다.)
요즘 서현이는 계속 무언가를 쓰고 체크하는 데 열심이다. 지켜보면 색종이에도 쓰고, 이면지에도 쓰고, 신문지에도 쓴다. 내가 개인적으로 사뒀던 간이 책 만들기 세트도 순식간에 서현이가 10권 가까이 써서 주는 걸 자제하고 있다.
시집은 잘 읽어주지 않았는데 자기가 쓴 시라면서 가져오면 참 기특하다. 게다가 읽어보면 제법 표현도 잘한 것 같다. 가끔은 이렇게 쓴 시를 다시 고쳐주면서 시화 꾸미기도 하는데 아내도 그게 기특한지 연구실에 가져가 전시해 놓기도 했다. 이래저래 성장하고 있는 서현이. 학교 가서 배우기 시작하면 얼마나 성장할지 괜히 기대되기도 한다. 내 아이지만 내가 가르쳐본 학생들 중에서는 이해력이나 습득하는 능력이 빠른 축에 속하는 것 같기에... (팔불출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나보다 엄마를 더 찾기 시작하는 서아와 무언가를 만들고 쓰는 데 흥미를 느끼는 서현이. 어쨌든 둘 다 각자의 성장 수준에 맞게 성장하는 것 같아 부모로서 뿌듯하다. 이렇게 건강하고 바르게 성장만 해준다면 더 바랄 게 없지 않을까?
+ 서아는 이가 빠르게 나고 있다. 벌써 윗니 4개, 아랫니 4개가 나와 있는데 동시에 위아래 각각 4개씩 추가로 올라오고 있다. 왜 이리 이가 빠르게 나는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밥을 많이 먹고 싶어서 이가 빨리 나는 것 같다고 내 의견을 이야기했더니 아내는 그저 헛웃음 짓는다.
++ 서현이는 새로 난 영구치 옆 아랫니가 흔들리기 시작한 지 한 달이 되어가는 데 빠질 생각을 안 한다. 아직은 영구치가 올라오지도 않아서 큰 걱정은 안하는데 유치 뿌리가 왜 녹지 않는지 잘 모르겠다. 치과에서도 별말이 없어서 일단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