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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용석 Sep 25. 2016

서론, 성경 공부

내 자녀에게 성경을 가르칠 날을 준비하며

1. 오해

우리, 참 오해를 많이 하면서 살아간다. 별거 아닌 것에 대해 오해하는 것이라면 다행이지만, 진짜 중요한 것에 대해서 정말 많은 오해를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사실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2000년 보다 조금 더 이른 어느 날, 이스라엘에 예수 그리스도가 오셨다. 이를 인카네이션(Incarnation)이라고 한다. 신(神)이 인간이 되어 이 땅에 오신 것이다. 두꺼운 구약 전체에 이미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히 쓰여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사람들은 그 구약을 매일매일 읽으며 머리와 가슴에 차곡차곡 새겨 넣던 사람들이었음에도 예수가 자신들에게 왔을 때 예수 그리스도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리고 그들은 다 같이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못 박았다. 다 같이 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오해를 해버린 것이다.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너희가 성경도, 하나님의 능력도 알지 못하는 고로 오해하였도다

마태복음 22장 29절


2. 두려움

나는 사실 무섭다. 28년을 교회를 다녔고, 7일에 1번은 반드시 교회에 나갔으며, 그렇게 성경을 읽고 또 읽고, 항상 가족 예배를 드렸음에도 불구하고 "너에게 예수 그리스도가 누구냐?, 너에게 하나님이 어떤 분이냐?"라는 질문에 쉽고 명쾌하게 대답하기가 어려운 것이 솔직한 나의 현실이다. 그리고 더 두렵고 떨리는 사실은 나중에 이 질문이 반드시 내게 올 것이라는 것이다. 내 삶을 수평적 시간의 틀에서가 아니라 수직적 시간의 틀에서 전체적으로 조망하며 하나님은 반드시 내게 물으실 것이다. 너는 어떻게 살아왔느냐고. 얼마나 많은 이웃들을 사랑했느냐고, 그리고 얼마나 성경을 통해 본인이 말씀해주신 것 대로 살아왔느냐고 말이다.


어디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그 문제의 위치를 나는 안다. 내가 정확히 아는 성경의 이야기가 조각들이라는 것이다. 매번 자의와 타의를 넘나들며 성경을 읽었고, 주일마다 성경 공부도 반복해서 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자신이 없다. 사랑하는 아내에게 성경에 대해 잘 이야기해줄 수 있을까? 나아가 나는 내 사랑하는 내 아이에게 성경을 가르칠 수 있을까? 지금까지 해온 것과 무엇인가 바뀌지 않는다면 앞으로의 삶에서도 이러한 문제는 계속 내 안에 있을 것이다.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으로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니

디모데후서 3장 16절


네 자녀에게 부지런히 가르치며
집에 앉았을 때에든지 길을 갈 때에든지
누워 있을 때에든지 일어날 때에든지
이 말씀을 강론할 것이며

신명기 6장 7절


3. 새로운 시작

변화와 도전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 그러나, 이제 내 나이 스물여덟. 늦었지만, 새롭게 시작해야겠다는 다짐이 든다. 내 인생은 언제나 바쁠 것이다. 분명하다. 공부하는 동안에도, 일을 하면서도, 나아가 가정을 꾸려서도 나는 항상 바쁠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 해야 한다. 지금 내가 성경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내 가정이 그리고 내 자녀들도 성경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살아갈 것이다. 굉장히 수고가 많이 들어가고, 하기 싫은 일일 것임이 분명하다. 쉽고, 재미있고, 즐겁기만 한 일이라면 우리 모두는 성경을 너도나도 다 알았을 것이다. 그래서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하나하나 공부해야지 다짐한다. 그러면 나의 우둔한 마음을 열어 성경을 깨닫게 해 주시겠지! 믿음을 갖는다.


이에 그들의 마음을 열어
성경을 깨닫게 하시고

누가복음 24장 45절


엠마오 도상으로 가던 사람들이 생각난다. 나는 그림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유럽과 미국 각지 많은 미술관에서 그림을 보면서 가장 좋았던 그림들 중 하나가 바로 이 '엠마오'에 대해 그린 그림이었다. 낯선 이와 함께 걸어가면서 성경 이야기를 들은 무리들은 성경 이야기를 들으며 숙소에 도착할 즈음, 깨달음을 얻는다. 그들이 함께 걸어오면서 이야기를 들었던 이가 바로 예수 그리스도였음을 말이다.


그들이 서로 말하되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시고
우리에게 성경을 풀어 주실 때에
우리 속에서
마음이 뜨겁지 아니하더냐 하고

누가복음 24장 32절


Christ at Emmaus by Rembrandt, 1648, Louvre.

나는 이 매거진 '나의 자녀에게 가르칠 성경'에서 내가 출석하고 있는 교회인 '하이기쁨교회'의 담임목사 조병호 목사님의 저서 『성경통독』을 요약, 발제하는 형식으로 내 자녀에게 성경을 가르칠 때 사용할 '교과서'의 느낌으로 글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디모데가 그랬듯, 나에게도 일상에 치여 바쁜 가운데 성경 읽기와 성경 공부를 통해서 나의 삶에도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에 이르는 지혜가 있게 되길 간절히 기도한다.


또 어려서부터 성경을 알았나니
성경은 능히 너로 하여금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에 이르는
지혜가 있게 하느니라

디모데후서 3장 15절


4. 부끄러움에 관하여

성경통독 책을 펴면 가장 먼저 있는 글이 바로 '부끄러움에 관하여'이다. 나는 이 글을 보면서 성경을 제대로 알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다. 목사님께서 본인에게 질문을 던지셨듯, 나도 내게 매일 질문을 던진다. "어떻게 살 것인가?"의 질문. 성경을 읽어가는 과정에서 그 질문의 답이 희미하게나마 잡혀가고, 머리로는 알지 못해도 내 삶을 통해서 그 답을 직접 살아낼 수 있게 되길.



부끄러움에 관하여                                -조병호-


나이 어려 이 세상을 모를 때엔

구멍 뚫린 양말을 신고, 무릎 꿰맨 바지를 입는 것이

부끄러움의 제목이었다.

몸 불편하신 어머니를 부툭하고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시장통을 지나가는 것이 창피함의 이유였다.

검은 보리밥이 든 도시락을 친구들 앞에서 펼쳐 놓는 일은

정말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일이었다.


그러나

나이를 먹고 세월을 통과하고,

이 세상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에 주목하는 시간들이 쌓여가면서

나의 부끄러움과 창피함에 대한 시각이 조금은 달라진 것 같다.

은혜를 돌이 아닌 물에 새기는 것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나님께서 내게 허락하신

나만의 몫과 나만의 장점을 망각하고

다른 이들과 함부로 비교하여 시기하는 것이

창피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갑작스럽게 닥친 고난 앞에서 방황하는 모습은

정말 보이지 말아야 할 어리석은 모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음의 평정을 잃지 않고

타인에게 예의를 갖추며

가슴에 따뜻함열정을 잃지 않고 사는 일이란 것이,

그렇게 말만큼 간단치가 않다.


또한 보이지 않는 믿음과 소망과 사랑을

어떻게 보이는 이 삶 속에

투영해 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도

하루 이틀에 끝낼 숙제가 아닌 것 같다.

성경에서 하나님의 꿈을 발견하고

성경을 통해

하나님의 마음을 읽어내려고 애쓰고는 있지만

하루하루 실제 가깝고 먼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적어도 하나님 앞에 부끄럽지 않게 사는 것

참으로 힘들다는 것을 절감하면서 산다.


한마디로 어떻게 살 것인가,

이 짧은 질문 앞에 한없이 부끄러워지는 것이다.

또다시 은혜로 주어지는 새로운 한 날에

덜 부끄러운 자로 서볼 수 있기를

두 손 모아 본다.


조병호, 『성경통독』, 2004, 통독원, 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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