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

by 윤민지

어릴 때부터 나는 향에 유난히 민감했다. 그 시작은 조금 서글펐다. 부모님 두 분 모두 흡연을 하셨고, 그 영향으로 학교에 다닐 때면 내 옷과 머리카락에 담배 냄새가 배어 있었다. 어느 날 선생님에게서 “담배 피우니?”라는 말을 들었을 때, 괜히 숨고 싶어졌다. 아무리 아니라고 말해도 그 오해는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그때부터였을까. 나는 냄새에 예민해졌고, 내 몸에서 나는 향에 대해 누구보다 신경 쓰게 되었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향수를 알게 되었다. 향수는 나에게 단순한 꾸밈이 아니라, 원치 않게 묻어 있던 냄새를 지우고 나를 다시 정의하는 방법 같았다.

그때부터 향수는 내 일상에 하나의 기준처럼 자리 잡았다. 누구를 만나는 날인지, 어떤 옷을 입었는지에 따라 향을 고르는 일이 습관이 되었고, 향수는 내 기분과 태도를 대신 말해주는 또 하나의 언어가 되었다.


향수를 좋아하게 되며 알게 된 사실도 있다. 같은 향수라도 사람마다 전혀 다른 향으로 남는다는 것. 누군가에게서 맡은 향이 너무 좋아 어떤 향수인지 물어보고 그대로 따라 써본 적이 있다. 하지만 내 몸에서는 그 사람이 풍기던 향과 전혀 다른 느낌이 났다.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그 향이 좋았던 건 향수 자체가 아니라, 그 사람의 분위기와 함께 만들어진 향이었기 때문이라는 걸.


최근에 나에게서 나는 향이 좋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향수를 뿌린 날도, 아무것도 뿌리지 않은 날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더 의아했다. 그럴 때마다 문득 궁금해진다. 나에게서 난다는 그 향은 과연 무엇일까.

나에게 좋은 향이 난다고 말해주는 당신은, 정작 당신에게서 나는 향을 알고 있을까. 언젠가는 그 말을 꼭 건네고 싶다. 당신에게서 나는 향이 참 좋다고.


길을 걷다 보면 익숙한 향 하나에 순간적으로 시간이 멈춘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 향이 누군가의 얼굴이나 목소리, 한 시절의 감정을 데려오기도 한다. 나 역시 누군가의 기억 속에 그런 향으로 남을 수 있기를 바란다. 스쳐 지나가다 문득 떠올리게 되는, 그리움의 한 조각 같은 향으로.


이제 나에게 향이란, 지우고 싶었던 시간에서 시작해 나를 설명하는 언어가 되었고, 누군가의 기억 속에 조용히 머무는 것이 되었다. 그렇게 향은 어느새 기억과 마음을 잇는 매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