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마음의 정리가 필요해서, 또 누군가는 그저 흘려보내기 아까운 순간이 있어서, 그리고 누군가는 ‘진짜 나’를 조금이라도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에, 말로는 다 전하지 못한 생각을 글로 풀어내기 위하여 글을 쓴다. 그래서 글은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기록이 되며, 결국에는 나 자신을 다시 만나게 해주는 통로가 된다.
내가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처음 생긴 건 작년 6월에 다녀온 경주 여행에서부터였다.
여행지에서 마주한 풍경은 생각보다 더 아름다웠고, 나는 그 순간을 그냥 지나치고 싶지 않았다. 눈으로만 담기엔 아쉬워서, 마음속에 남은 감정을 문장으로 남기고 싶었다. 그때 처음으로 ‘시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막상 시를 쓰려니, 내 마음을 함축해 짧은 문장으로 담아내는 일이 생각보다 어려웠다. 결국 나는 잠시 글을 쓰겠다는 마음을 접어두었다.
그러다, 작은 독립서점에서만 만날 수 있는 책 한 권을 발견하면서 나의 다짐이 다시 피어났다. 책의 제목은 「나를 만든 건 8할이 사랑이었다.」 이상하게도 그 책은 꼭 내 손에 들어와야 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때는 여행 중이라 짐이 많아 결국 사지 못했고, 아쉬운 마음에 책 표지만 사진으로 남겨두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뒤, 그 책이 자꾸 마음에 남아 다시 사려고 했다. 하지만 어디를 찾아봐도 구할 수 없었다. 결국 수소문 끝에 작가님께 직접 연락을 했고, 어렵게 책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런데 내 마음에 더 오래 남은 건 책보다도, 함께 보내주신 작가님의 말이었다.
“언젠가 글을 다시 쓰고 싶어 진다면 민지님이 그 이유 중 하나가 될 거예요. 제 글이 완성되는 순간은 읽는 사람의 마음이 닿는 순간이라고 늘 생각해왔어요. 제 글을 완성시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이런 사랑도 존재할 수 있다는 걸 배웠어요.”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마음이 크게 울렸다. 글이란 혼자 쓰는 것 같지만, 결국 누군가의 마음에 닿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사실이 선명해졌다. 그리고 언젠가 나도 작가님처럼 내가 살아온 순간들을 글로 써서,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고 다시 한번 조용히 다짐했다.
그래서 언젠가 내 글이 더 많은 사람에게 읽히게 된다면, 꼭 그 작가님께 말해주고 싶다. “작가님 글이 제 마음에 닿아서, 저도 언젠가 글로 누군가의 마음에 닿아보고 싶어졌어요.” 라고.
그 마음을 안고 작년 9월, 나는 한 달 동안 매일 에세이를 쓰는 도전을 시작했다. 주어지는 주제에 맞춰 매일 나의 이야기를 꺼내고, 감정을 정리하고, 문장을 다듬었다. 내가 원하는 주제가 많지 않아 글을 쓰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 주제에 대해 계속 생각하다 보니, 어느새 문장이 하나둘 이어졌고 결국 한 편의 글이 완성되어 있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 나는 비공식적으로나마 나만의 책을 발간했다. 처음에는 그저 다짐으로만 남아 있던 마음이 결국 현실이 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서, 한동안 책을 몇 번이나 꺼내 들여다보곤 했다.
그리고 올해, 나는 2026년의 목표로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다’고 적었다. 막연한 바람이었는데, 두 번의 시도만에 작가가 되었다.
너무 신기했고, 아직도 얼떨하다. 그 순간은 신기하게도, 내가 마음속으로만 품고 있던 바람이 조용히 현실이 되는 순간 같았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더 오래 글을 써보고 싶어졌다. 어떤 문장이 누군가를 다독일 수 있는지, 어떤 이야기가 사람의 마음에 조용히 스며드는지. 그래도 분명한 건 하나다. 내 글이 누군가에게 거창한 답이 되지 않아도 좋다. 다만 지친 하루 끝에서 잠시 머물 수 있는 문장, 작은 위로와 따뜻한 온기가 되어주면 좋겠다.
그리고 내 글을 보고 누군가가 “나도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면, 그걸로도 좋다. 나와 비슷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한 명 더 늘어난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