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by 윤민지

어릴 적부터 나는 예쁜 낙엽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색이 곱거나 모양이 마음에 들면 하나쯤 주워 책 사이에 끼워 두곤 했다. 시간이 지나 책을 펼치면 바스락 소리와 함께 나타나는 낙엽은, 그 계절의 공기와 마음까지 함께 불러왔다. 낙엽은 내게 늘 가을의 낭만이었고, 잠시 멈춰 서게 만드는 작은 기쁨이었다.


그런데 낙엽을 바라보는 마음이 달라진 시기가 있었다.신입 행원으로 일하던 때다. 가을 아침마다 출근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중 하나가 은행 앞 낙엽을 쓸어내는 것이었다. 바닥에 낙엽이 많이 쌓여 있을수록 ‘오늘 할 일이 더 늘었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때 처음 알았다. 낙엽만을 담는 종량제 봉투가 따로 있다는 사실을. 빗자루로 낙엽을 모으며, 그것이 더 이상 책갈피에 끼워 두던 예쁜 기억이 아니라 노동의 일부가 되었다는 걸 실감했다. 그 시절의 낙엽은 설렘보다는 ‘해야할 일’로 먼저 다가왔다.

그 이후로 낙엽은 더 이상 예쁘지도, 특별하지도 않았다. 가을이 와도 마음이 설레기보다는, 바닥에 쌓인 낙엽을 보며 무심하게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러다 낙엽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 찾아왔다. 꽃집에서 일하던 작년 가을이었다. 가게 앞에 낙엽이 쌓일 즈음이면, 옆 피자집 사장님이 말없이 빗자루를 들고 나와 가게 앞을 쓸다가 자연스럽게 꽃집 앞까지 낙엽을 함께 정리해 주셨다. 부탁한 적도, 인사를 나눈 적도 많지 않았지만, 늘 자신의 가게를 넘어 묵묵히 쓸고 가셨다. 아무 말도 없이,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는 그 모습이 이상하게 마음에 오래 남았다.


그 이후로 나는 피자집 사장님이 가게 앞에 서 계실 때마다, 먼저 가서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하고 웃으며 건네는 그 짧은 한마디가,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감사의 표현 같아서. 어쩌면 사장님은 그런 인사를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실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 한마디에 마음을 담아 건네고 싶다.

그래서 언젠가 글을 쓰게 된다면 꼭 이 장면을 글로 남기고 싶었다. 낙엽을 쓸던 피자집 사장님의 손길과, 말없이 건네진 친절이 내 가을을 다시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낙엽을 보면 이제는 자연스럽게 여러 장면이 함께 떠오른다. 책 사이에 끼워 두던 낙엽의 설렘도, 출근길에 마주한 낙엽의 무게도, 피자집 사장님께서 알려주신 낙엽의 다정함도 함께 떠올린다. 낙엽은 떨어지며 사라지지만, 그 위에 남은 기억은 오래 남는다.

낙엽을 바라보며, 앞으로는 또 어떤 마음을 알게 될지 문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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