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지도교수님과 나눈 대화가 오래 마음에 남아 있다. 교수님은 사람을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고 하셨다.
‘만나야 하는 사람’과 ‘만나고 싶은 사람’
그 말이 유독 깊게 다가왔던 이유는, 교수님께서 뇌출혈을 겪으며 삶과 죽음의 경계를 직접 마주한 뒤였기 때문이다. 그 일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누구에게 먼저 시간을 써야 하는지가 또렷해졌다고 하셨다.
이제는 만나야 하는 사람보다,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 시간을 쓰고 싶다고.
우리는 보통 만나야 하는 사람들과 먼저 약속을 잡는다. 일과 역할로 엮인 관계들은 쉽게 미뤄지지 않고, 바빠도 결국 다시 만나게 된다. 그래서 만나야 하는 사람부터 만나게 되는 건, 어쩌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다.
반면, 만나고 싶은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늘 뒤로 밀린다. 시간이 생기면 보자고, 여유가 나면 연락하겠다고 마음먹는 사이, 어느새 계절이 바뀌어 있다. 그렇게 미루는 동안, 내가 정말 보고 싶었던 사람과의 거리는 생각보다 훨씬 멀어져 있다.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해봤다.
그럼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은 누구일까. 의외로 답은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다만 곰곰이 떠올려 보니, 생각나는 몇몇 사람들에겐 분명한 공통점이 있었다.
그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늘 재밌다. 서로의 에너지를 자연스럽게 주고받으며, 굳이 분위기를 만들지 않아도 웃음이 이어지고 대화가 끊기지 않는 관계였다.
그렇게 그 사람들을 떠올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재밌는 사람은 왜 늘 바쁜 걸까.
그 이유는 누군가의 분위기를 살리고, 누군가의 하루를 밝히며, 에너지를 건네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미없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재밌는 사람을 찾는다.
하지만 재밌는 사람 역시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을 때가 있고, 자기 자신도 편하게 즐거워질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문제는 정작 그런 사람을 찾고 싶어질 즈음이면, 주변이 이미 조용해졌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린다는 점이다.
그렇게 재밌는 사람은 늘 누군가의 곁에 있었지만, 자신의 마음을 내려놓을 자리는 계속 뒤로 밀렸고, 정말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은 어느새 조용히 멀어져 갔다.
이와 같이 우리는 늘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에게 더 쉽게 안심한다. 그래서 가장 보고 싶은 마음일수록, 가장 나중으로 밀려난다. 그래서 가장 소중한 관계는 늘 가장 마지막에 떠오른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 시간을 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