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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min lee Apr 29. 2020

고 박완서 작가 “도둑맞은 가난 외”

고 박완서 작가님의 숨겨진 작품들


첫번째 이야기 도둑맞은 가난


가난을 도둑 맞았다. 오로지 나만의 감정과 자존심이던 가난을. 그것도 부자놈에게 도둑 맞았다 

아버지의 부도로 시작해 어머니의 의미 모를 경제적 낙관으로 만들어 졌던 가난. 그리고 세상에 오로지 나만 남겨 놓고 삶을 놓아버린 네명의 가족들. 그렇게 나의 가난은 완성되었다. 삶의 미련으로, 가난으로, 선택한 사랑. 사랑인지, 월세와 연료비를 아끼기 위한 것인지. 만난 상훈이라는 놈의 품에서 소중히 아껴었던 가난인데. 그놈은 부잣집 아들로 가난을 체험하기위해 가난의 세계로 왔다는 허세는. 나의 모든 것을 빼앗아 버렸다. 마지막 남은 나의 자존심을, 가난을 빼앗아 가 버렸다.

“나는 우리가 부자한테 모든것을 빼앗겼을 때도 느껴보지 못한 깜깜한 절망을 가난을 도둑맞고 나서 비로서 느꼈다” (작품중)

우리는 가끔 가난의 코스프레를 본다. 딱 4년에 한번씩. 평상시에는 입어보지 않던 옷을 입고. 평상시에는 잘 써보지도 않던 꼬깃 꼬깃한 지폐를 들고. 한번도 들어보지 않던 검정비닐 봉지를 들고 인사를 한다. “한 표 부탁드립니다 “ 라고 한번도 굽히지 않던 허리를 굽혀가며 인사를 한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판타지에 빠져버린다. 저 사람은 우리의 가난과 고통을 이해 할거라고. 그 사이 우리는 가난을 도둑당하는 것도 모른체. 자존심이 무너지는 것도 모른체. 잊지마라. 가난은 자존심이다

두번째 이야기 그 살벌했던 날의 할미꽃

우리가 느껴보지 못한 고통과 공포의 날들 전쟁. 그시대에는, 세계적으로 흔했지만, 생각만 해도 끔찍한 그날들은 우리에게만은 오지 않기를 바라고 바라는 전쟁. 그 전쟁속에서도 의연하게 피어난 두송이 할미꽃. 두 할머니의 강인한 삶의 교훈이 젊은 사람들을 일깨우는 한편의 두가지 에피소드가 담긴 이야기.

전쟁통에 한 마을은 붉은기가 쳐든 인민군이, 한번은 국토를 수호하는 국군들이 점령하는 마을. 그렇게 바뀔 때 마다 죽는 마을 남자들. 마을은 이제 아낙네들만이 남아 공포의 밤을 서로 껴안고 지샌다. 하다못해 마을인근에 들어온 미군들은 밤마다 “섹시 해브 예스? 섹시 해브 예스?” 를 외치며 양색시를 찾아 해메고. 이윽고 아낙네들이 모인 집까지 다다르는데. 공포의 그밤을 헤쳐나가기 위해 나선이는 마을에서 인덕이 많고 연세가 많은 할머니이다. 누구나 무서우니 아무리 할머니라도 나이가 많을 뿐 여자는 여자인데. 그런 미군의 소굴로 용기 있게 들어간 할머니의 용기에 미군들은 한바탕 웃고. 넘치는 욕망을 해학으로 이해한다.

그리고 또 한 어르신. 첫경험이 없, 일명 수총각은 총알에 맞아 죽는다는 전설로 그 징크스를 없애보고자 마을로 나서는데, 그 역시 용기 있는 할머니와의 하룻밤으로 총각 딱지를 떼고 전쟁에서 살아남는다. 그 총각은 그 노인이 징그럽다 생각했지만. 시간이 흘러 지천명 50세가 된 지금. 그것은 무의식적 휴머니즘 이었으리라 믿는다

다소 생소하고 충격적인 이야기지만 전혀 허무맹랑하지 않은 두 에피소드는 전쟁이라는 공포의 시대에 피어난 의연한 할미꽃이었으리라 믿는다.

그리고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틀니
겨울나들이
아저씨의 훈장
지 알고 내 알고 하늘이 알건만
해산바가지

이야기들은 결코 낯설지 않은 우리네. 우리네 어머니가 겪은 이야기들이다.

삶은 다르지 않다. 그때나 지금이나 사는 모습이 다르고, 형편이 다를뿐 시대를 거스르지 못하고 적응하는 우리의 이야기는 다 같다고 느껴진다. 그래서 이곳의 단편들이 마음에 와 닿는다. 그래서 박완서일 것이다. 그분의 숨겨진 이야기들이 더 읽고 싶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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