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완다 생활의 좋은 점
르완다에 거주하면 외국인으로서 파견자의 삶이 꽤 괜찮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르완다의 삶이 만족스럽다고 무조건 주장할 수는 없지만, 한국에서의 삶보다 나은 점을 가끔씩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름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이런 점들은 르완다 사회와 자연의 그 독특한 환경 때문에 갖춰진 것들입니다. 경제개발이 늦어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가장 가난한 나라에 속하는 축인 르완다를 외국인의 눈에 그만하면 살만한 곳으로 비치도록 해주는 르완다의 장점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제가 르완다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무얼 해도 좋은 날씨입니다. 르완다는 연중 기온이 20도에서 30도 사이에 머무르고 습도가 아주 낮습니다. 띠라서 1년 내내 반바지, 반팔로 발코니에 앉아 커피 한 잔을 하며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비가 오지 않는 날이 많고 오더라도 몇 시간이면 그치기 때문에 사시사철 산책이나 테니스를 즐길 수 있어 좋습니다. 밖은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도 습도가 낮은 실내에서는 땀으로 끈적일 일 없이 언제나 쾌적합니다. 겨울이 없으니 춥다고 옷을 껴입어 몸이 갑갑할 필요도 없습니다. 운동을 해도, 공부를 해도, 소풍을 가도, 낮잠을 자도 좋은, 그냥 아무거나 해도 좋은 날씨가 일 년 내내 지속되는 르완다입니다.
르완다는 산책을 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산책할 때 눈을 위로 들면 언제나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새파랗거나, 파란 하늘 사이로 하얀 구름이 뭉게뭉게 떠있어 시원하니 좋습니다. 눈을 아래로 돌리면, 담배꽁초나 과자 봉지 같은 도시의 쓰레기가 없는 깨끗한 거리라 걸을 때 전혀 눈살을 찌푸릴 일이 없습니다. 노점이나 잡상인이 없으니 인도에 걸리적거리는 게 없어 편하고, 제가 사는 곳은 부촌인데도 살짝만 도로 옆으로 내려가면 숲이 있어 언제나 공기가 맑습니다. 해발고도가 1500미터 이상이고, 언덕이 많은 지역이라 조금만 걸어도 저절로 숨이 가빠지니 절로 운동이 됩니다. 걷기를 좋아하는 제게는 이상적인 산책 환경입니다.
저는 르완다의 야경도 좋아합니다. 르완다의 야경은 서울에서와 같이 아파트와 빌딩이 내뿜는 눈이 부신 화려함이 아니라, 캄캄한 도시에 가로등과 주택 외벽에 의무적으로 켜놓은 LED와 백열전구가 만드는 땅 위의 별빛 같은 소박한 자태를 자랑합니다. 밤하늘에 박혀 있는 별빛과 아우러져 땅 위의 별빛은 보는 이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주며 편안한 밤 시간을 선사합니다.
르완다 특히 수도 키갈리는 매우 안전한 동네입니다. 낮에도 경찰들이 곳곳을 지키고, 밤에는 군인들이 통제하니 외국인들도 언제나 안심하고 돌아다닐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와 같이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택시를 타도, 가까운 거리라면 고즈넉한 밤거리를 걸어가도 아무 위험이 없습니다. 신호등에 걸려 차 문만 열어도 스마트폰을 털리고, 외국인 대상 범죄가 많은 이웃 아프리카 나라들과 사뭇 다른 치안 환경입니다. 좀도둑들은 많아도 강력한 행정력이 말단까지 지배하는 사회라 강도나 대형사고가 적은 르완다는 안전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는 몇 안 되는 아프리카 국가입니다.
르완다는 인터넷을 치면 아직도 대학살의 기억이 먼저 떠오르고 없는 것이 많아 불편한 곳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날씨 좋고 산책하기 좋고 야경이 아름다운 데다 안전하기까지 하니 전반적으로 볼 때 르완다는 외국인이 살만한 나라라고 할 수 있겠니다. 그렇다고 영원히 살고 싶은 곳이라는 뜻은 물론 아닙니다만...
2020년 8월 8일
묵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