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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묵묵 Dec 19. 2020

르완다 파견 생활 결산

얻은 것과 잃은 것

르완다 법인의 파견 생활을 끝내고 오늘 오후에 한국으로 돌아갑니다. 1년 더 연장할 기회가 있었지만, 가족에게 돌아가기 위하여 그 기회를 과감히 포기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아내가 왔다갔다 하지 못함으로 인한 홀아비 생활이제 지겹고, 운영 자금이 부족하여 매일 피를 말리는 회사 생활에도 진력이 났기 때문입니다. 홀로 늙어가시는 어머니를 뵙지 못하는 것도 부담이고, 하루하루 나이 먹어가며 독립에 가까워지는 딸과의 시간도 아쉽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파견 기간은 1차 부임 기간까지 합하면 총 4년에서 며칠 빠집니다. 돌이켜 보면 생각보다 더 오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 제 인생에서 중요한 4년이나 차지한 르완다 파견 생활을 결산해봅니다. 결산이라는 거창한 용어를 썼지만 사실은 얻은 것과 잃은 것, 남은 것과 놓친 것을 정리하는 수준에 다름이 아니겠습니다. 얻은 것은 한국으로 소중하게 들고 가고, 잃은 것은 가자마자 보충해보려고 합니다.


우선 얻은 것은

아내, 딸과 관계가 더 좋아졌습니다. 떨어져 살았더니 그 존재들의 소중함이 애틋하게 느껴집니다.

한 사회의 상류층의 삶을 경험했습니다. 르완다에서는 현지 최고급으로만 즐길 수 있었으니까요.

배짱도 어느 정도 늘었습니다. 허구한 날 채권자, 채무자들하고 싸우느라 말입니다.

테니스 실력이 많이 늘었습니다. 기본기가 제법 다듬어졌고 게임 요령도 많이 생겼습니다.

요리 실력도 꽤 늘었습니다. 그래 봐야 찌개 몇 가지와 반찬 몇 개 수준이지만.

경제적으로도 유리했네요. 파견 수당으로 급여 외 금액을 집사람에게 부칠 수 있었습니다.

 

반면 잃은 것들도 있습니다.

가족들과 소중한 시간을 많이 놓쳤습니다. 생신과 기념일, 번개팅 그리고 축하자리들에 저만 빠졌습니다.

친구와 동료들의 경조사를 흘려보냈습니다. 위로하고 축하하는 자리를 송금과 카톡으로 대신했네요.

토요일 아침 도서관을 방문하여 신간을 대여하던 취미를 포기했습니다. 한글로 된 책이 그립습니다.

제 때 치료받지 못하여 치통이 생겼습니다. 아랫니가 흔들리는데 여기서는 치료하기 겁이 났습니다.

성질도 조금 더러워졌습니다. 말이 안 통하는 직원들, 약삭빠른 파트너들을 상대하느라 말입니다.

좋아하는 팀 타이거즈의 게임을 많이 놓쳤습니다. 시차 때문에 근무시간에 몰래몰래 보느라고요.


2020년 12월 19일

묵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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