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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아로 Aug 06. 2024

서울 아기 건강 첫걸음

서울시와 보건소가 협력해서 운영하는 고마운 사업

임신테스트기를 통해 임신 여부를 확인하고, 산부인과에 가서 정확한 검사를 통해 확정을 받는다. 그리고 그 서류를 가지고 관할 보건소에 찾아가면 산모임을 증명하는 '핑크 카드'와 더불어 철분제과 같은 영양제를 챙겨주신다. 그 외 몇 가지 체크리스트를 표기하는데... 당시 나는 '핑크 카드'를 받으러 간 것이었기 때문에 나머지 사항들은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그때 내가 '간호사 방문 프로그램'을 원한다고 체크했던 거 같다. 

 아기를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보건소에서 연락이 와 간호사 선생님과 방문 일정을 잡는 통화를 하게 되었다. 큰 뜻 없이 아기가 건강한지, 잘 자라고 있는지 전문가에게 확인받으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에 신청했던 거 같다. 이것이 육아를 하는 과정에서 정말 큰 힘이 되는 계기가 될 줄은... 그 당시 상상도 못 했다. 


'서울 아기 건강 첫걸음'은 서울시와 보건소가 함께 지원하여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담당 간호사 선생님이 배정되어 주기적으로 가정 방문을 해주시며 아기가 잘 자라고 있는지, 근육 발달 및 인지력의 과정은 어떠한지, 아이가 어떠한 성향인 듯 한지에 대한 정보를 들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육아 과정에서 엄마들이 겪는 고민과 어려움을 나누고 이에 대한 전문가의 조언을 들을 수 있는!!! 너무 고마운 프로그램이다. 

집에서 혼자 고군분투하며 독박육아를 하며 한창 우울하고 힘든 시기 담당 간호사 선생님을 만났고, 나는 선생님과의 대화를 통해 육아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위안과 격려, 응원을 받았다. 예전에 누군가 하루종일 아이와 둘이 있는 시간이 마치 '벽에 대고 이야기를 하는 기분'이라고 말할 때, 남몰래 '매정한 엄마고 한심하다.'생각했었는데... 벽에 대고 혼자 이야기하는 기분까지는 아니더라도(케바케, 사람마다 다르고, 정도의 차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보다 덜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나보다 더한 사람도 있으리라.) 답답함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내가 아기를 제대로 키우고 있는 것인지, 의무스러운 순간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아이를 생각하고 돌보느라 나 자신을 돌보지 못한 순간들이 허다하게 많았다. 그럴 때 간호사 선생님은 나를 잡아주셨다. 내가 자신을 돌보게 만들어주셨고, 마인드 컨트롤 할 수 있게 심호흡하는 방법을 알려주셨고, '엄마'로서 중심을 잡을 수 있게 도와주셨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에 대한 딱, 정해진 정답을 제시해 주셨다기보다는 대화를 통해 스스로 답을 찾아갈 수 있게 인도해 주셨다. 모든 것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가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간호사 선생님은, 선생님의 역할을 정말 충분히 해주셨다. 


교육학을 공부하던 시절, 책 맨 앞에 이런 문구를 본 기억이 있다.

"교사란, 학생의 길잡이요, 안내자이다."

정확한 문구는 아니지만 대충 이러한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결국 모든 것에 대한 결정과 행함은 본인이 스스로 하는 것이고, 선생님은 유경험자로서 조금 더 나은 길을 안내해 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간호사 선생님은 내가 잘못하고 있는 것들을 바로 잡아갈 수 있게 도와주셨고(남편과의 싸움, 내 식사를 제대로 챙기지 않고 충분히 자지 않는 것 등) 잘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칭찬과 격려를 아낌없이 보내주셨다. 

지원되는 책자도 내용이 알짜배기로 군더더기 없이 잘 정리되어 있어 육아의 주 교재로 삼아 틈틈이 보았다.(지금도 이 자료를 가장 기본기로 삼아 챙겨 보고 있다.) 


친정과 떨어져 있어서, 

주변에 친구들은 이미 학부모가 되어 있어서,

남편은 야근을 달고 살고 있어서


혼자 외롭게 싸워나가야 하는 기분으로(실제 남편은 나름 일찍 퇴근해서 도와주려고 노력하긴 하였고, 친정 엄마도 내가 병원 가야 할 때는 지방에서 올라와 아이를 봐주시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기와 나. 단 둘이 있어야 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았기 때문에... 당시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느꼈던 걸지도 모른다.) 육아를 시작한 나에게 '서울 아기 건강 첫걸음'은 정신적으로 너무나 힘이 되어준 프로그램이었다. 


프로그램이 확장되어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에 계신 '엄마'들도 혜택을 받으실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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