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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이 Nov 05. 2018

문화사색하는 가을밤

<문화사색> 613회

<문화사색>이라는 프로그램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생소한 이름을 가진 이 프로그램에선 한 주 동안 주목받은 문화 콘텐츠를 소개한다. 트렌디한 뮤지컬, 책, 아티스트, 그리고 음악까지 이 방송에 담겨있다. 안타깝게도 방송시간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들어있는 “밤 12시 55분”이다. 목요일에서 금요일로 넘어가는 새벽 12시 55분에 프로그램이 편성돼있다. 지난주에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세종대왕”과 “대도서관”이라는 관심 있는 주제가 나와서 방송을 보게 됐다.


1. 세종대왕의 숨겨진 이야기뮤지컬 <1446>

[문화 트렌드X] 코너에 세종대왕에 관한 뮤지컬이 소개됐다. [문화 트렌드X]는 핫이슈 공연을 리뷰하는 코너다. 이번 주 아이템은 세종대왕 즉위 600주년을 맞아 진행된 뮤지컬 <1446>이다. (지금 이 브런치는 뮤지컬 <1446>을 리뷰한 방송을 리뷰하는 글이다.)

<1446>은 세종대왕 하면 쉽게 떠올리게 되는 한글 창제 이야기보다는 업적 뒤에 숨겨진 그의 고민과 애민정신을 조명하는 뮤지컬이었다. 핫한 뮤지컬 실황을 TV에서 빠르게 만나볼 수 있어 좋았다. 세종과 대립되는 인물인 태종&전해운의 푸른색 의상 연출이 인상 깊었다. 세종의 붉은 기운과 태종&전해운의 푸른 서늘함이 잘 드러났다. 최근 개봉한 영화 <창궐> 속 현빈이 입었던 흰색 도포, 장동건의 붉은색 관복이 생각났다. 김은영 연출자의 인터뷰에 따르면 <1446>은 의상과 같은 시각적 요소뿐만 아니라 청각적 요소인 무대 음악에도 디테일이 살아있는 작품이라고 한다. 무술 씬이나 분노가 가득한 인물이 등장할 때는 빠른 템포의 기타 소리가 깔린다. 사극에서만 느낄 수 있는 국악 선율과 현대적인 기타 선율의 콜라보로 음악적 재미가 더해졌다. 뮤지컬 <1446>은 고전을 현대적으로 잘 변용한 작품이다. 세종대왕의 디테일한 역사 속 이야기를 현대의 콘텐츠로 재해석하는 데 성공했다. 뮤지컬 넘버 여러 개가 전파를 탔는데 그중 “소리가 열린다”라는 넘버의 울림이 강했다.

♬소리가 들려 소리가 울려 소리가 열려 소리가 열린다.

  사람을 본뜬 서있는 소리가 울린다

  백성의 소리가 열린다♬

백성들을 위해 소리를 글자로 만든 세종대왕의 마음이 가장 잘 녹아든 노래가 아닐까 싶다. 이 무대를 보는데 마음 한편이 찡했다. 얼마 전 572돌 한글날을 축하하러 친구들과 광화문 광장을 찾았던 게 기억났다. 밑에서 동상을 우러러보는데 그날따라 세종대왕의 모습이 더욱 커 보였다. 다시 한번 한글의 위대함과 세종의 영향력을 깨닫게 된 날이었다. 새삼 한글로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이 감격스럽다.

뮤지컬 <1446> 공연 장면


2. 크리에이터 대도서관의 책, <유튜브의 신

[책 읽는 풍경]은 신간을 소개하는 코너다. 이번 신간은 크리에이터 대도서관의 <유튜브의 신>이다. <유튜브의 신>은 방송 기획부터 요령, 진행 장비까지 개인 방송에 필요한 꿀팁들을 가득 담고 있다. 8년간 진행해온 개인 방송의 노하우를 토대로 출간한 책이다. 대도서관의 콘텐츠는 트렌드와 셀링 포인트를 간파하고 있다. 요새 유행하는 게임이나 라이프스타일을 파악해 콘텐츠로 녹여낸다. 이는 결코 복잡하지 않다. 오히려 대중들의 니즈는 단순한 곳에서 출발한다. 대도서관이 키우는 강아지를 핸드폰으로 촬영한 영상이, 비싼 장비로 공들여서 촬영하고 편집한 영상보다 조회 수가 높다고 하니 말 다 했다.

대도서관이 1인 크리에이터를 도전하는 이들에게 건넨 말을 요약해보면,

첫 번째) 시청 타깃 정하기

두 번째) 꾸준히, 지속적으로 진행하기

세 번째) 내가 좋아하는 콘텐츠를 제작하기

로 정리할 수 있겠다.

대도서관이 강조하는 점은 ‘나 자신만의 브랜드 가치를 찾기’다. 누구나 쉽게 방송을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인 만큼 본인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는 콘텐츠가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는다는 것이다.

그는 개인 방송과 TV 방송이 공생관계라고 생각한다. 콘텐츠가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앞으로도 좋은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MBC와 ‘감스트’, tvN과 ‘입 짧은 햇님’, JTBC의 ‘랜선 라이프’ 등 최근 TV 채널과 1인 크리에이터들의 콜라보가 시청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지 않나. 앞으로도 보다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들이 제작되길 바란다.

1인 크리에이터 대도서관


<1446>의 공연 실황을 보고 있자니 이 뮤지컬, 예매하고 싶고.

대도서관의 인터뷰를 보고 있자니 <유튜브의 신> 이 책, 사고 싶어 진다.

<문화사색>은 문화 콘텐츠를 맛깔나게 소개하는 방송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 방송의 시간대가 무척이나 아쉽다. 한 주의 핫한 문화 콘텐츠를 소개하는 방송인데 어중간한 요일에 심지어 새벽 시간대라니. 일주일을 마무리하는 일요일의 아침이나 낮 시간대가 조금 더 어울리지 않을까 하여 편성을 바꾸는 걸 제안해본다. 핫한 문화 콘텐츠를 알리는 방송인만큼 <문화사색>도 핫해지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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