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시청자 시점
어김없이 연말이 성큼 다가왔다. 방송사들도 각종 연말 시상식 준비로 분주하다. 올해 MBC 예능국에서는 여러 차례 지각 변동이 있었다. 오래도록 사랑을 받던 <무한도전>은 막을 내렸고, 야심 찬 출발을 기약했던 <두니아>와 <뜻밖의 Q>는 아쉽게도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지 못했다. 이 가운데 빛난 활약을 보여준 두 프로그램이 있었으니, 그 이름하여 <나 혼자 산다>와 <전지적 참견 시점>!
지난 3월 정규 편성된 <전지적 참견 시점>은 토요일 밤 시간대의 웃음을 책임지는 예능프로그램으로 우뚝 올라섰고, <나 혼자 산다>는 시청률을 보장하는 국민 예능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두 프로그램의 구심점 역할은 박나래와 이영자가 톡톡히 했다. 이슈 메이킹의 열쇠를 쥐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녀들은 프로그램 흥행의 일등공신이다. 이에 두 예능인의 대상 수상 여부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첫 번째 후보 : 박 나 래 ]
나래코기, 나래바르뎀, 커피언니, 탕약 아줌마, 나까야마 나래. 이 단어들은 박나래를 수식하는 별명들이다.(이 외에도 무수한 별명들이 있다) 앙증맞은 몸짓과 이미지를 통해 그녀는 독보적인 캐릭터를 구축했다. 방송에서 고유한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 어려운 일을 박나래는 해냈다. 대중에게 그 매력을 각인시키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심지어 ‘나래바’는 마치 하나의 브랜드 같다. 시청자들마저 가고 싶게 만드는 그곳이라니. 완벽한 대중의 니즈를 파악한 그녀다. 박나래의 인기 비결은 거침없는 분장에서도 나온다. 잘 만든 예능 프로그램이라 하면, 시청률이 높은 것도 좋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것이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웃긴 분장도 마다하지 않고 카메라 앞에 서는 모습이 그저 웃기다. 스튜디오 녹화나, 특집 속 그녀의 의상을 보는 재미까지 쏠쏠하다. 박나래의 매력은 웃음 속에 있는 인간미에서 배가 된다. 친구의 결혼, 가족의 건강, 동료들의 일상을 알뜰살뜰하게 챙기는 사려 깊음에 너도나도 반해버리는 것이다. 출연진들과의 끊임없는 케미 또한 그녀의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충재 씨나 기안 84, 다니엘 헤니 등등 그녀와의 케미 덕분에 시너지가 붙은 에피소드가 셀 수 없이 많지 않은가. 이제 <나 혼자 산다> 하면 반사적으로 박나래가 먼저 머릿속에 떠오를 만큼 그녀는 프로그램에 꼭 필요한 존재가 됐다. MBC 간판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의 핵심 멤버 박나래가 올해 예능 대상에 유력하다.
[ 두 번째 후보 : 이 영 자 ]
유력한 대상 후보가 또 한 명 있다. <전지적 참견 시점>으로 제2의 전성시대를 맞은 먹교수 이영자다. 그녀는 맛깔스러운 입담으로 시청자들은 물론 요식업계까지 들었다 놨다 하는 중이다. 올해만 해도 소떡소떡, 코끼리 만두, 말죽거리 소고기 국밥 등, 화제가 된 음식들을 손에 꼽기 힘들 정도다. 그녀만의 맛 표현 방식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는 단순한 먹방과는 다른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맛의 영혼을 끌어모으는 멘트를 듣고 있노라면 절로 흥이 난다. 이 입담 덕분에 콘텐츠를 알리는 콘텐츠가 늘어났다. ‘OO동 이영자 맛집 지도’나 ‘OO휴게소 이영자 맛집 리스트’를 테마로 만들어진 카드 뉴스나 일러스트가 사람들 사이에 퍼지면서 프로그램 이미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됐다. 믿고 듣는 먹교수의 강의, 믿고 먹는 이영자의 맛집, 믿고 보는 전참시가 된 것이다. 스튜디오에서 이리저리 뿜뿜하는 재기 발랄한 당당한 모습 또한 빠질 수 없다. 그녀의 재치에 녹다운되는 출연진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시원함과 유쾌함이 느껴진다. 툭툭 던지는 촌철살인의 멘트가 시청자들의 취향을 저격한 것이다. 이 기세를 몰아 이영자는 Olive <밥블레스유>와 JTBC <랜선라이프>에서도 승승장구 중이다. 대세의 시작점이 된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앞으로 어떤 코미디 센스를 더 보여줄지 기대가 되지 않는가.
정리하자면, 박나래와 이영자가 각자의 프로그램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 인물이라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박나래 없는 <나 혼자 산다>, 이영자 없는 <전지적 참견 시점>을 머릿속에 떠올려 보자. 앙꼬 없는 찐빵과도 같다.
두 사람의 파워는 예능 프로그램의 판도를 바꾸는 키맨이다. 새로운 웃음을 담당함과 동시에, 남성 위주로 꾸려졌던 기존 예능 프로그램 속에서 여성 예능인이 활약할 자리를 넓혀주었다. 이는 예능을 주도하는 세대가 교체됐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두 예능인 중 한 명이 대상을 수상한다면(공동 수상일 수도 있겠지만,) MBC에서는 2001년에 대상을 수상한 박경림 이후 17년 만에 여성 대상 수상자가 나오게 된다. 때문에 박나래와 이영자가 유력한 대상 수상자로 거론되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유의미하다.
올해를 빅재미와 웃음으로 풍성하게 채워준 박나래와 이영자에게 진심으로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2018 MBC 연예 대상, 그 영예의 주인공은 오는 12월 29일 시상식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