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브제] 브랜딩은 플러팅이다

7의 브랜딩보다 10의 브랜딩이 먹힐 수밖에 없는 이유

by yobjet


로테이션 소개팅이라는 것을 들어본 적 있나요?


엠넷에서 방영했던 <커플팰리스>라는 프로그램의 일반인 버전 체험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 프로그램은 서로 모르는 일반인 남녀 100명이 결혼을 목표로 모여들어, 다양한 라운드를 거치며 운명의 짝을 찾는 커플 매칭 서바이벌 프로그램입니다. 프로그램의 3라운드는 50:50 소개팅이었는데요. 한 사람 당 50번의 소개팅을 한꺼번에 몰아서 진행하는 것이죠. 로테이션 소개팅도 약간씩 룰이나 진행 방식의 차이는 있지만 다 대 다 소개팅을 한 장소에서 한꺼번에 진행한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얼마 전 로테이션 소개팅에 다녀왔습니다. 어린 사람들은 어려서, 나이 든 사람들은 나이 들어서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를 하긴 하려나, 싶었던 우려가 무색하게 00년생부터 90년생까지 많은 사람들이 참여 신청을 했더라구요. 몇 대 몇이냐도 프로그램마다, 그리고 모객 수에 따라 날마다 달라지는데 제가 참여했던 소개팅은 무려 13:13이었습니다. 새롭고 즐거운 경험이었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저로써는 굉장히 만족스러운 체험이었습니다. 훌륭하고 준수하신 분들도 많았구요. 그런데 솔직히 장소를 나오자마자 아무 것도 기억이 안 났습니다. 분명 마음에 들었던 사람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래서 연락처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던 것 같은데, 왜 마음에 들었지? 그 외엔 어떤 사람들이 있었지? 무슨 대화를 했지? 2시간 여 만에 밖으로 발걸음을 내딛자마자 모든 게 휘발되었습니다.


10분마다 새로운 사람과의 대화거리를 짜내기 위해 과로한 뇌를 달래며 그 와중에도 기억에 남는 누군가, 무언가를 생각해봤습니다. 내 취향의, 잘생긴, 외적 조건이 훌륭한, 직업이 좋은, ‘점수 매기기 좋은’ 사람이 아니라 무언가 그만의 ‘kick’, 즉 개성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정말 독특한 취미를 언젠가 사업화할 거라며 눈을 빛내던 사람. 상대 말을 경청하고 꼭 잠시 멈춰 말을 고른 다음 이야기 하던, 말버릇이 독특한 사람. 홍조가 있다며 자주 얼굴을 부채질하던 사람. 평균적으로 ‘뛰어난’ 조건들이 아님에도 결국 생각나는 사람은 그들이었습니다.


‘7의 여자’, ‘7의 남자’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사람의 조건 또는 매력을 10점 만점으로 점수화했을 때 다양한 요소가 다 평균 이상은 되는 여자, 남자라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키도 어느 정도 크고, 적당한 호감 상에, 적당히 안정적인 직장의, 운동도 적당히 꾸준히 하고, 친구가 적은 것도 많은 것도 아니고, 적당한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사람이겠죠. 개인적으로 사람을 점수로 매긴다는 점에서 좋아하는 개념은 아니지만요.




브랜딩에선 ‘7의 브랜딩’보다 ‘10의 브랜딩’이 통합니다. ‘꽂히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적당히 모든 요소가 뛰어난 완성도 높은 제품’보다 고객의 기억에 남을 만한 우리 브랜드만의 어떤 한 가지 특성을 강조해야 합니다. 자체 개발한 세계 최초의 혁신 기술, 세상을 뒤엎을 혁신 제품이라면 상관 없습니다.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주목 받을 테니까요. 다만 그런 경우는 정말 드물 테니, 나를 봐달라고 외치는 수많은 브랜드 사이에서 우리 브랜드가 선택될 수 있는 브랜딩이 필요합니다. 우리 브랜드만의 차별적 강점과 고유한 특징을 고객의 머리와 가슴에 ‘꽂을 수’ 있어야 합니다. 꽂는다는 것은 목적지에 정확히, 날카롭게 박아넣는 것입니다. 둥글둥글 모든 요소를 아우르는 말풍선은 고객에게서 튕겨나갑니다.


‘10의 브랜딩’을 위해 우선은 1)우리 브랜드의 목표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고객을 타겟팅할 것인지 브랜드의 방향성을 확실히 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어 2)타겟의 특성을 분석해 우리 브랜드의 많은 장점, 특징 중 어떤 것이 가장 핵심인지, 어떤 부분을 특히 강조할 것인지 정합니다. 이를 구체적인 개념, 워딩으로 명문화하면 브랜드 컨셉 또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정립되기도 합니다. 이는 앞으로 절대 흔들리지 않는 브랜드의 핵심 정체성입니다. 3)마지막으로 이렇게 정립된 브랜드 컨셉을 구체적으로 타겟에게 어떻게 전달, 즉 커뮤니케이션할 것인지 정합니다. 브랜드 페르소나 설정, 커뮤니케이션의 톤앤매너 설정, 구체적 액티베이션 방안 기획, 마케팅으로 넘어가면 광고안 디벨롭 등이 이루어지는 단계입니다. 특히 여기에서는 초기 설정한 브랜드 목표와 타겟, 컨셉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과욕, 조바심, 질투로 마음이 급해지면 무슨 말을 하는지 스스로도 모른 채 아무 말이나 하기 마련이죠. 브랜드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유튜브 쇼츠에서 외국인들이 그러더군요. ‘플러팅은 게임이다’, ‘상대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고 그 사람에게 먹힐 만한 말을 던지는 거다‘. 냅다 마음에 들어서 그런데 번호 좀 달라는 행위는 그래서 전혀 플러팅의 맥락에 맞지 않는, 그냥 ‘고릴라’스러운 외침인 거죠. ‘우리 제품 정말 뛰어나요, 한 번 사보세요’는 철저히 브랜드 입장에서만 외치는 고릴라스러운 외침인 것입니다.


브랜딩도 플러팅입니다. 고객의 마음을 얻기 위한 게임이죠. 게임은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 상대와의 겨루기에서 이길지 질 지 모르는 아슬아슬함 때문에 재미있는 것입니다. 철저한 분석을 통해 수립한 전략을 바탕으로, 너무 적나라하지 않고 센스 있게, 하지만 자신감을 가지고 고객에게 알맞은 플러팅을 던진다면, 그들은 당신의 브랜드에 반하게 될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