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브제] 브랜드 슬로건?
A piece of Cake

레터링 케이크로 배우는 브랜드 슬로건

by yobj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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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슬로건 만들기는 ‘A piece of cake’입니다. 한글 속담으로 번역하자면 누워서 떡 먹기죠.

사실 쉽다는 의미는 아니구요. 수많은 기업/브랜드의 브랜드 슬로건을 만들어보고 수많은 레터링케이크를 선물해온(…) 저의 전적을 되짚어볼 때, 브랜드 슬로건 만들기 과정은 레터링 케이크 만드는 과정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레터링 케이크와 브랜드 슬로건 제작 과정이 비슷한 이유를 제작 단계 별로 비교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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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타겟 분석

레터링 케이크를 만들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할 부분은 케이크를 받는 사람입니다. 누구에게 줄 것인지, 나이, 직업,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등 그 사람에 대한 다양한 부분을 생각해봐야 하죠. 케이크를 받으면 좋아할지 하는 근본적 물음부터 유쾌한 말투가 먹히는 사람인지, 진지한 메시지를 좋아하는 사람인지 등 모든 정보가 도움이 됩니다.

브랜드 슬로건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세계 누구에게나가 아니라 진짜 우리 브랜드가 말 걸고 싶은 타겟을 지정해야 합니다. 우리 브랜드의 예상 구매자 혹은 희망 구매자의 가상 프로필인 ‘브랜드 페르소나’를 만들어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단 한 사람이 아니라 특정 속성을 공유하는 타겟 집단이니 레터링 케이크보다는 넓은 범위의 사람들을 포용하겠지만, 중요한 점은 평범하고 심심한 ‘평균값’의 이야기가 되지 않도록 엣지를 세워야 한다는 점입니다. 타겟의 나이, 직업, 성향, 인간관계, 경제상황, 취향, 취미, 가치관 등 모든 요소를 고려할수록 날카로운 메시지가 탄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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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메시지의 맥락/배경 & 의도/목표 고려

레터링 케이크는 보통 생일, 퇴사, 합격, 이별, 시작 등 축하와 위로 또는 응원의 순간에 선물합니다. 축하의 맥락에서는 유쾌하고 활기찬 말투의 레터링이 잘 어울릴 수 있죠. 유행어나 센스 있는 삼행시 등도 많이 사용됩니다. 이별, 위로, 응원의 순간에도 역시 위트가 사용될 수 있지만, 마냥 가벼운 유행어보다는 좀 더 메시지의 내용에 집중하게 되는 레터링을 자주 사용하게 됩니다. 레터링 케이크가 전달되는 맥락/배경 뿐 아니라 받는 사람과 주는 사람의 관계도 고려해야 합니다. 친구인데 부모처럼 말하면 어색하고, 연인인데 진중하게 말하면 딱딱하고, 동료인데 선을 넘으면 부담스럽죠.

브랜드 슬로건도 똑같습니다. 가장 먼저 슬로건의 주된 의도와 목표는 무엇인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단순히 신제품을 홍보하려는 것인지, 위기관리 차원의 슬로건인지, 새로운 정체성을 선언하기 위함인지, 다운에이징인지, ESG 등 새로운 부가가치를 더하려는 목적인지 등 슬로건의 명확한 역할 규정이 필요합니다. 또, 어떤 배경/맥락/채널에서 슬로건이 커뮤니케이션 될 것인지를 먼저 설정해야 의미 없이 낭비되는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브랜드도 레터링 케이크와 마찬가지로 고객과 브랜드의 관계를 고려해야 하는데요. 브랜드가 고객의 친구인지, 조력자인지, 리더인지 등 관계 규정과 이를 통한 톤앤매너 정립을 통해 적절한 보이스로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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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한정적 분량에서 커뮤니케이션

레터링 케이크는 글자 수가 한정되어 있습니다. 보통 10자 내외에요. 케이크 자체가 작은 편이기도 하고, 글자 수가 늘어날수록 임팩트가 줄어드니 어쩔 수 없이 짧은 글자 속에 하고 싶은 말을 우겨넣어야 하죠. 수많은 레터링 케이크를 만들며 정해진 분량 속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레터링들을 생각하다보니, 이젠 레터링 메시지 전문가가 되어버렸어요. 제가 자주 사용하는 툴(?)로는 사람 이름으로 삼행시 짓기입니다. 딱 그 사람만을 위한 메시지라는 점에서 받는 사람의 감동이 배가 되기 때문이에요.

브랜드 슬로건도 길이가 한정되어 있습니다. 짧을수록 기억에 남기 쉬운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죠. 업계 사람들은 암묵적으로 브랜드 슬로건은 최대 5어절을 넘기지 않아야 좋다고들 합니다. 영문 슬로건은 3어절 내외일 때 가장 깔끔해보이죠. 이 짧은 철자 구조들 속에 브랜드가 하고 싶은 모든 말을 담아달라고 하니, 정말 어려운 작업이긴 합니다. 하지만 수많은 작가, 카피라이터, 기획자들이 말했듯, 한 문장엔 하나의 메시지만. 한 슬로건엔 하나의 메시지만 담겨야 합니다. 짧고 운율감이 살아 있으며 기억에 남는 특별함도 있는 슬로건을 원한다면, 일단 어디에 집중해야 할 것인지 정해야죠. 한계 속에서 창의력은 꽃 피우는 법이라더니, 오히려 이렇게 짧고 굵은 슬로건을 만들어야 할 때 더 ‘신박한’ 슬로건이 탄생하더라구요.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레터링 케이크와 브랜드 슬로건은 둘 다 ‘짧은 문장 안에 타겟, 관계, 맥락, 의도를 모두 담은 고난도 커뮤니케이션’입니다. 다만 레터링 케이크가 ‘주고받는 우리들의 추억’으로 남는다면, 브랜드 슬로건은 ‘브랜드(그리고 브랜드 관계자, 기획자, 제작자, 기업, 종사자…)와 고객(전 세계 60억 인구 중 N명의 타겟 그룹) 사이의 기록’으로 남는다는 점이 다르죠.


전세계에 공개되는 브랜드 슬로건이 당연히 친구끼리 주고받는 레터링 케이크보다 만들 때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수많은 법적, 경제적 문제가 얽혀 있기도 하죠) 그런데 사실 저는 레터링 케이크를 고안할 때 더 진심을 다하고 싶습니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위한 한 문장이 제가 만드는 브랜드 슬로건보다 제 인생에 더 큰 영향력을 가진다고 믿거든요. 말로 하긴 쑥스럽고, 편지를 쓸 시간은 없다면, 센스 있는 레터링 케이크 하나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