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성장기록, 미래 안내서
2012년 여름, 요리 수업을 홍보하기 위해 블로그를 시작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강의 안내를 올렸고, 두 사람이 찾아왔다. 시간이 흐르면서 매주 열 명 정도로 늘면서 수업은 자리를 잡아갔다. 처음에는 블로그를 수강생을 모으기 위한 도구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글을 하나둘 올리다 보니 어느새 나를 기록하고 성장시키는 본거지가 되었다. 나는 글쓰기와 블로그를 통해 많은 것을 얻었다.
첫째, 나만의 자유로운 표현 공간이 생겼다.
블로그에는 정해진 형식이 없다. 내 마음대로 여행 사진과 요리 동영상을 올리고, 그 위에 귀여운 캐릭터 스티커를 붙여 포스팅을 꾸몄다.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즐거웠다. 글을 쓸수록 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표현력도 점점 좋아지는 게 보였다. 신혼 때는 매일 결혼 생활과 요리 레시피를 기록했다. 어느 날, <칠리새우 만드는 법>이 네이버 메인에 소개되면서 하루 방문자 수가 1,500명을 넘었다. 그때 블로그가 나를 더 많은 사람과 통해 많은 사람과 연결해 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신난 나는 매일 포스팅을 올렸다. 블로그는 ‘나만의 매거진’이 되었다.
둘째,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준다.
살다 보면 여러 감정과 경험이 스쳐 지나간다. 그중 마음에 남는 순간들을 블로그에 기록하면 그 의미를 더 깊이 생각하게 된다. 2023년 가을, 자주 마주치던 이웃이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날 받은 충격과 슬픔을 글로 풀어내면서, 나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깨달았다. 글을 쓰는 시간은 단순히 일상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감정을 정리하고 내가 진정으로 소중히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셋째, 블로그는 사람들과의 연결을 만들어 준다.
나의 경험과 감정을 솔직하게 나누다 보면, 예상치 못한 소통이 이루어진다. 남편과 다툰 후 속상한 마음을 풀기 위해 글을 썼을 때, 글을 읽은 사람들이 공감과 위로의 댓글을 남겨주었다. 나는 댓글을 읽으며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들과 글을 통해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위로가 되었다. 몇몇 이웃들과는 온라인에서 소통하다가 실제로 만나 좋은 인연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넷째, 새로운 기회를 열어준다.
블로그가 성장하면서 예상하지 못한 기회가 찾아왔다. 내가 꾸준히 올린 요리법이나 생활 꿀팁들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냉장고와 냉동실 정리 노하우> 글이 네이버 메인에 소개되면서 하루에 만 명이 넘게 방문했다. 마침 애드포스트 광고 승인이 난 직후라, 그 달에 27만 원의 수익을 얻게 되었다. 취미로 시작한 블로그가 금전적인 보상까지 가져다주다니. 이어 다양한 협업 제안도 받았다. 세계적인 자기 계발 트레이너인 브랜든 버처드는《백만장자 메신저》에서 “당신이 보잘것없다고 생각하는 그 경험과 깨달음으로 메시지를 전하며, 높은 수익을 올리는 메신저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블로그는 내 경험이 나에게 기회를 가져다준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다섯째, 나의 시야를 넓혀준다.
매일 글을 쓰다 보니 주변의 사소한 부분에도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쌀쌀한 3월 아침, 집 주변을 걷다가 길가에 핀 노란 수선화 한 송이를 발견했다. ‘이 작은 꽃이 겨울을 이겨내고 피어났구나.’ 겉으로는 약해 보였지만, 그 안에 숨겨진 강인함이 느껴졌다. 그 순간, 나 역시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다. 글쓰기는 내가 놓쳤던 일상의 소소한 기쁨과 아름다움을 볼 수 있게 해주는 렌즈가 되어 주었다.
여섯째, 나만의 콘텐츠가 생겼다.
처음 블로그를 할 때는 요리 수업 관련 글을 주로 썼다. 그러다 결혼하고 미국에서 살면서 다양한 주제에 대한 글을 썼다. 요리, 결혼 준비, 쇼핑, 맛집, 여행 등 무엇이든 쓰고 싶은 대로 써나갔다. 글이 쌓이면서 내가 유독 관심을 갖는 주제들이 드러났다. 자연스럽게 전문성도 쌓여갔다. 특히 요리 레시피는 많은 조회수와 댓글을 받았다. 어떤 사람은 더 구체적인 방법을 물어보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은 직접 해본 후기를 남겼다. 꾸준히 쓴 글이 모여 나만의 콘텐츠가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책을 쓰게 되었고, 작가로서의 새로운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일곱째, 블로그는 나의 성장 기록이자 미래를 계획하는 도구다. 십 년 전부터 블로그를 써왔다. 예전에 썼던 글을 읽어보면 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알 수 있다. 예전에는 주로 요리 레시피를 올렸다. 이제는 감정과 깨달음을 담은 글로 가득하다. 이는 내가 나 자신과 삶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는 증거다. 바빠서 글을 쓰지 않는 날에는 마치 이를 닦지 않고 잠든 것처럼 찜찜한 기분이 든다.
블로그에 글을 쓰고 내 인생이 달라졌다. 주변 사람들에게 짧게라도 글을 써보라고 권한다. 그럼, 대부분 "내가 쓴 글을 누가 읽겠어?"라고 말한다. 그러나 내 글의 첫 번째 독자는 바로 나 자신이다.
글쓰기는 나를 이해하고, 내 삶을 돌아보게 해주는 도구다. 블로그에 꾸준히 글을 올리는 일은 새로운 기회와 만남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매일 밥을 먹고 자라는 아이처럼, 매일 쓰는 글은 점점 더 큰 가치를 만들어간다. 사람은 언젠가 떠나지만, 내가 남긴 글은 오랫동안 남아 누군가에게 위로와 용기를 줄 수 있다.
블로그는 나의 성장이 담긴 기록이자, 미래를 위한 나만의 안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