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

루이지애나 근대미술관

by 요부마
DSC03176.JPG?type=w1

살면서 다시 한번 꼭 가고 싶은 곳이 있나요?

저는 죽기 전, 한 곳에 갈 수 있다면, <루이지애나 근대 미술관>에 다시 가보고 싶어요.

루이지애나 근대 미술관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북쪽으로 약 35km 떨어진 프레덴스보르 시에 있습니다.

'루이지애나'라고 했을 때, 미국의 루이지애나와 관련이 있는 건가 생각했지만 상관이 없었습니다.

이 건물의 최초의 소유자였던 알렉산데르 브런의 세 명의 아내 이름 '루이즈'에서 가지고 왔다고 해요.

DSC03254.JPG?type=w1
DSC03253.JPG?type=w1

2015년 여름, 친구와 코펜하겐에서 아침 기차를 탔습니다.

40분 정도 후에 Humlebæk St. 에 도착했어요

DSC03163.JPG?type=w1

12분 정도 주택가를 걸어갑니다. 역에서 미술관으로 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냥 따라갔습니다.

DSC03165.JPG?type=w1

'여기가 미술관이야.'라고 외치는 게 아니라 도착하면, '응? 여기가 미술관이 맞나?' 할 정도로

입구는 평범합니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예요.

DSC03169.JPG?type=w1

정문으로 들어가면 초록색 담장잎으로 덮인 주택이 나옵니다. '응? 생각보다 아담한데?'라고 생각했어요.

DSC03170.JPG?type=w1

안으로 들어가 티켓을 구매하고 입장합니다.

최근 아트 컬렉터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디어컬렉터>의 저자인 김지은 님의 설명에 따르면 ,

루이지애나 미술관은 철저하게 '사우나 원칙'을 지키고 있다고 해요.

냉온탕을 오가듯 전시를 구성하는 거지요. 뜨거운 감성과 차가운 이성, 오래된 미술과 동시대 미술을 왔다 갔다 하며 볼 수 있습니다. 관객은 지루할 새가 없고, 계속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시간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게 마련입니다.

DSC03217.JPG?type=w1

다소 아담한 입구를 지나면 다른 세상이 펼쳐집니다. 따사로운 자연광과 녹색이 병풍처럼 펼쳐진 복도를 지나게 됩니다.

DSC03208.JPG?type=w1

루이지애나 미술관은 자코메티 작품을 많이 소장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DSC03218.JPG?type=w1

단순히 조각이 하나하나 잘 보이게 전시하는 게 아니라, 자연과 어우러진 그 광경 자체가 하나의 독창적인 예술 작품을 만듭니다.

DSC03219.JPG?type=w1

눈에 비친 이 아름다운 한순간이 평생 간직하고 싶은 기억으로 남는 거지요.


'一期一会(いちごいちえ) _이치고이치에'라는 말이 있습니다.

일본 다도 명인인 센노 리큐가 한 말로, '일생에 한 번뿐인 만남'을 뜻합니다.



작품은 같지만 자연은 매 순간 달라집니다. 즉, 관객이 보는 장면과 느끼는 감정도 모두 다르다는 뜻이지요.

루이지애나 미술관에서는 이렇게 작가의 작품과 예술을 한 순간의 소중한 장면으로 만듭니다.

DSC03209.JPG?type=w1

솔 루잇의 작품이 이렇게 멋진 것인지 처음 알았습니다.

닫힌 공간에서 인공적인 조명을 비춘 그의 작품은 단조롭고 차가워 보였거든요.

DSC03215.JPG?type=w1

거장의 작품은 물론이고, 새로운 작가와 제3세계 작가들의 작품도 풍부합니다.

DSC03227.JPG?type=w1

개인적으로 너무 부러웠던 공간을 발견했습니다.

DSC03221.JPG?type=w1

바로 아이들이 자유롭게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스튜디오.

이렇게 아름다운 공간에서 사랑하는 엄마, 아빠와 함께 만드는 나만의 작품을 만드는 시간은 얼마나 멋진 추억으로 남을지!

DSC03171.JPG?type=w1
DSC03174.JPG?type=w1

미술관 전시도 멋지지만 바다로 이어지는 푸른 잔디와 산책로는 환상 그 자체였어요.

DSC03172.JPG?type=w1

이제야 왜 사람들이 루이지애나 미술관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이라고 부르는지 이해했습니다.

여긴 마치 누군가가 정성을 들여 가꾼 개인적인 공간에 초대받은 느낌이 드는 곳입니다.

DSC03175.JPG?type=w1

이런 곳에 오고 싶을 때마다 올 수 있는 사람들이 부럽습니다.

DSC03234.JPG?type=w1

마크 어니스트의 유머러스한 조각 작품들이 모여있는 조각 정원을 지나,

DSC03203.JPG?type=w1

하늘을 향해 솟은 삼나무 숲을 지나,

DSC03244.JPG?type=w1
DSC03176.JPG?type=w1

바다를 향해 걸어갔습니다. 미술관의 전시실보다 정원이 더 넓지요. 이런 곳은 흔치 않아요.

마치 천국에 온 것 같아요.

DSC03181.JPG?type=w1

정오가 가까워지자 사람들이 분주하게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DSC03179_(1).JPG?type=w1

날씨마저 완벽한 날.

DSC03184.JPG?type=w1

덴마크에서 마음에 들었던 것 중 하나가, '음식'이었어요.

DSC03183.JPG?type=w1
DSC03186_(1).JPG?type=w1

미국 미술관 카페에 가보신 분들은 아실 거예요. 물론 요즘엔 사정이 좀 나아지긴 했지만, 보통 샌드위치, 샐러드, 햄버거, 피자가 기본입니다. 그런데 여기 음식들 좀 보세요.

신선한 재철재료로 만든 건강식입니다. 색도 얼마나 다양하고 다채로운지. 식욕이 저절로 돋습니다.

DSC03189.JPG?type=w1

샌드위치도 탄수화물 양은 줄이고 연어, 얇은 비프, 야채를 듬뿍 얹은 오픈 샌드위치예요.

DSC03190.JPG?type=w1

저는 잡곡빵에 감자와 토마토를 올린 오픈 샌드위치와 수프를 골랐어요.

DSC03197.JPG?type=w1

야외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눈에 보이는 풍경은 예술 작품 그 자체예요.

DSC03192.JPG?type=w1

'아이야, 이런 멋진 자연과 예술을 보며 자라는 네가 참 부럽다......!'

DSC06675_(1).JPG?type=w1

저는 웬만하면 같은 장소에 다시 가기보다 새로운 장소에 가는 것을 선호합니다. 특히 여행 중일 때는요.

그러나 천국 같은 이곳을 남편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어요. 미국에 돌아가기 바로 전, 9월에 다시 왔습니다.

처음에 왔을 때, <쿠사마 야요이> 전시가 오픈 전이라 못 봐서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볼 수 있게 되었어요.

'이치고이치에'가 완벽하게 어울리는 순간이지요.

DSC06680.JPG?type=w1

정원에서부터 쿠사마 야요이의 설치와 조각 작품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녀의 작품이 더 이상 완벽할 수 없을 만큼의 조화를 이루었어요.

이후에 뉴욕 브롱스 보터니컬 가든에서 하는 쿠사마 야요이의 전시에도 갔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루이지애나 미술관에서 한 쿠사마의 전시가 최고입니다.

IMG_9978.JPG?type=w1

쿠사마 야요이의 상징적인 설치 작품, <무한 거울의 방: Infinity Mirrored Room>

이 방 안에 들어가 있으면, '우주에 떠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하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영원, 존재, 사랑에 대해 한없이 생각하게 해주는 공간이에요.

DSC06715.JPG?type=w1

여러 도시에서 오픈하는 전시이지만, 대부분 별도 관람료를 받거나, 인원과 시간이 한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요. 루이지애나 미술관에서만큼 자유롭게, 온전하게, 충분하게 느낀 적이 없었어요.

IMG_9995.JPG?type=w1

나올 때 아쉬워서 자꾸 돌아보게 되었던 루이지애나 뮤지엄. 죽기 전에 꼭 한 번 다시 가보고 싶은, 천국 같은 미술관입니다.

살면서 이런 멋진 순간을 경험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common-icon-places-marker-x2-20180920.png%7C55.9692178,12.5423368&center&zoom=17&scale=1&path&visible&language=ko&client=gme-nhncorp&signature=mVs4YAKhGlUioRLd6_gL03HmGHQ=




루이지애나 근대미술관

Gl Strandvej 13, 3050 Humlebæk, 덴마크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엄마가 이제 너를 안 보겠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