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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우울증 벗어나는 열 가지 방법

나는 이렇게 주부우울증을 극복했다


2022년에 마흔 살이 되었다. 아들은 다섯 살이었다.

불현듯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나 앞으로도 이렇게 미국 시골에서 애만 키우면서 살아야 하는 건가? 애 다 키우면 어떻게 하지?' 가사와 육아 말고는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고, 나 자신이 쓸모없게 느껴졌다. 참을 수 없이 불안했다. 기분이 점점 바닥으로 가라앉으며 우울해졌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주부로 지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은 우울증을 겪는다. 아무리 경제적으로 풍족하고, 사는 데 어려움이 없어도 나 자신보다 가족을 챙기다 보면 상대적으로 '나'는 작아지니까.

그렇다고 당장 어린애를 두고 일을 하러 나갈 수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최대한 아이 곁에 있어주면서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었다. 그때 나는 이렇게 우울증을 극복했다.







1. 돈 모으기


매주 생활비를 받는데, 그 돈을 아껴서 일 년에 천만 원을 모았다. 내가 집안 운영을 잘해서 생긴 돈이니 뿌듯했다. 내가 하고 싶은 것도 눈치 보지 않고 할 수 있게 되었다.


2. 운동하기


가만히 있으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마련이다. 당장 해결책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보니 결국 부정적인 생각으로 빠졌다. 운동하면, 몸을 움직이는 동작에 집중하게 된다. 몰입 자체가 주는 희열, 행복 호르몬인 엔도르핀이 나오며 기분이 좋아진다. 좋은 기분은 뭐든지 할 수 있을 것의 의욕을 되살아나게 한다.



3. 독서


현재 내 상황이 불만족스럽다면, 변화가 필요하다는 신호다. 변화는 새로운 생각과 아이디어에서 시작한다. 독서는 나보다 먼저 고민하고 해결법을 찾아낸 사람이 주는 안내서다. 돌이켜보면, 모든 변화의 시작은 책이었어요.



4. 글쓰기


'그냥 우울해' 이런 말을 많이 했었다. 그런데 그냥 우울한 사람은 없다. 분명 이유가 있다. 가만히 나의 주변에서 일어난 일과 감정을 적어보니 원인을 알 수 있었다. 원인을 알고 나니, 어디서부터 보수를 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5. 음식 바꾸기


의외로 음식이 기분을 많이 좌우한다. 인스턴트, 단것, 자극적인 것. 몸에 안 좋은 음식을 먹으면 뇌를 비롯한 신체가 영향을 받는다. 살도 찐다. 거울에 비친 두 턱과 물컹한 뱃살을 보면서 '아 너무 행복해'라고 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거다. 가능한 한 건강하고 날씬한 몸을 갖고 싶죠. 음식을 바꾸면 몸, 정신, 마음은 물론이고 경제력도 달라진다.



6. 새로운 사람과 만나기


주부, 그중에서도 어린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아이 위주로 활동 범위가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또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과 자주 어울리게 된다. 아이에 대한 고민과 정보를 나누는 것은 좋다. 그런데 매번 아이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나'는 어디로 갔지?

나의 취향, 관심사, 꿈을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나를 키울 수 있는 좋은 방법을 배우고, 서로 응원도 해주면서 지속할 수 있다.

나는 블로그, 인스타, 강연 등을 통해 많은 사람을 만났다. 직접 만나면 좋지만, 온라인으로도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



7. 나이 든 사람과 이야기하기


나는 나이 든 친구가 많은 편이다. 50대에서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인생을 산 사람들이다.

요즘 그 친구들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살면서 가장 소중한 게 뭐야? 지금 가장 후회하는 건?"

놀랍게도,  그들 모두가 가장 소중한 것은 '가족과 친구와 보내는 시간', 가장 후회하는 것은 '젊었을 때 너무 바쁘게 일한 거'라고 대답했다.

지금 아이 키우고, 가족 챙기는 시간이 제일 지루하고 힘든데. 사는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돌아보니 그 시간이 가장 소중했다니. 그 말을 듣고 집에 돌아오니 답답했던 공간이 사랑스럽게 보였다.



8. 몰두하기


집안일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제대로 하려면 배울 게 많다.

예를 들어 '건강한 요리' 식재료에 대해 공부해도 엄청 할 게 많다. '정리'도 가치관부터 방법까지 다양하다. '아이랑 놀기' 아이디어만 찾아봐도 어마어마다. '가계부 쓰기'도 얼마다 다양한 방법이 많은지.

내가 잘하는 것이나 지금 가장 필요한 것. 하나만 정해서 일 년 동안 제대로 해보면 전문가가 된다.

그럼 돈도 들어온다.



9. 혼자만의 시간


지금은 아이도 있고, 남편도 있고, 친구도 있으니 혼자 있을 시간도 없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언젠가 아이는 독립하고, 남편도 떠날 거고, 친구도 바뀐다. 결국 내가 사는 동안 항상 함께 할 사람은 '나' 뿐.

친구 부모님 중에 배우자가 세상을 떠나거나, 은퇴를 한 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 공허해하고, 힘들어하신다고 한다. 나와 잘 노는 방법을 가장 연습하기 좋은 때가 사람에게 둘러싸여 있을 때다.

혼자 놀다 돌아가면 반겨주는 사람이 있을 때, 익숙해져야 나중에 덜 우울하고 덜 비참하다.

고독도 미리 저축해 놔야 나중에 꺼내 쓸 수 있다.



10. 감사하기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에게 검증된 방법이다. 나의 존재 자체에 감사하기. 가족과 함께 할 수 있음에 감사하기. 건강한 몸으로 내 자식 안아주고, 밥 해먹이고, 놀아줄 수 있음에 감사하기. 우울에 반대는 활력이 아니라 감사가 아닐까.


우울은 내 마음이 나에게 '지금 좀 아픈데, 나를 좀 돌봐주지 않겠어? 고쳐줘'라는 신호를 보내는 거다. 트라우마나 오래된 마음의 병에서 비롯된 우울도 있지만, 내가 원하지 않는 상황에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상태일 수도 있다.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보다 보면, 이의로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상처를 잘 치료하면 매끄러운 새 살이 돋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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