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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네 시간씩 글 쓰다 알게 된 진실

끝까지 살아봐야 안다


매일 평균 네 시간 글을 쓴다. 

토요일에는 오전 열 시부터 오후 네 시까지 리즈디 뮤지엄 카페에서 글을 쓰고 있다. 일 년 넘게 고등학생 시절부터 마흔두 살까지 살아온 시간을 반추하는 중이다. 내가  했던 선택, 시도, 성취, 실패, 회복을 하나씩 되짚어 보고 나서야 깨달았다. 

모든 것은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실체를 알 수 있다는 것을.


행운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불행을 불러오기도 하고, 불행인 줄 알았는데 기회였던 적도 있었다. 

성공인 줄 알았는데 실패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실패가 변화의 계기가 되어 성취로 이어진 경우도 있었다. 

열두 살부터 그림을 그렸다. 예중, 예고, 홍익대학교를 특차로 합격했을 때 성공한 줄 알았다. 그런데 입시에 연이어 합격하고 나서 연기 오디션을 줄줄이 떨어지니 견딜 수가 없더라. 거절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결국 포기했다. 

괴로운 마음에 도쿄에 갔는데,  다른 세계를 경험하면서 시야가 넓어지고 일본어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때 배운 것을 지금도 잘 써먹고 있다. 

상대에 대한 배려라고는 없는 남자한테 차이고 죽고 싶었는데, 덕분에 지금 남편을 만났다. 그 남자보다 백 배 낫다. 

다른 사람 실수로 미국 비자가 만료돼서 화났는데, 덕분에 북유럽에서 한 달 살았다. 지금은 그 사람을 찾아가서 안아주고 싶다.

결혼하고 일 년 동안 아이가 안 생겨서 우울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신혼생활을 즐겨서 좋았다. 그 시간이 없었다면 견디지 못했을 거다.

누구에게나 이런 경험은 무수히 많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람들 역시 삶의 굴곡을 피할 수는 없었다.

가수 아델은 실제 연인과 이별하고 'Someone Like You'을 썼다고 한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담은 곡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고, 큰 인기를 얻었다. 돈도 엄청나게 벌었다. 

테일러 스위프트 역시 남자친구와 이별과 재회를 반복하면서 'We Are Never Ever Getting Back Together'라는 곡을 써 비슷한 상황을 겪는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해 주었다. 현재 '스위프트노믹스'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테일러 스위프트가 투어를 한 번 하면, 약 13조 3000억 원의 경제 효과가 있다고 한다.

당시에는 가슴 아픈 이별이었지만 그로 인해 진솔한 곡을 쓸수 있었고, 인기와 부를 얻게 되었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스콧 피츠 제럴드는 젤다를 보고 한눈에 반했지만, 젤다는 별 볼 일 없던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첫 소설인 <위대한 개츠비>가 크게 성공하며 젤다와 결혼에 성공했다. 이후 여러 편의 작품이 연달아 베스트셀러가 되며 부부는 사교계 인사가 되어 호화로운 생활을 했지만, 이내 공항이 찾아왔고 그들의 파티도 끝이 났다.  젤다는 정신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했고, 스콧 피츠 제럴드는 재기를 꿈꾸며 소설을 쓰다가 44세에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빨리 찾아온 성공으로 인해 절제와 겸손을 잃었고, 미국 경제와 함께 무너지고 말았다. 

금융계만큼 '새옹지마'란 말이 어울리는 곳도 없다. 1929년, 미국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이 3분의 일로 사라진 '블랙 먼데이'. 월스트리트의 수많은 트레이더가 자살을 한 날.  주가하락에 공매도를 한 제시 리머도어는 30억 달러 이상의 돈을 벌었다. 그로부터 4년 뒤, 그는 1933년 주식에서 모든 재산을 잃고 스스로 목숨을 끓었습니다.  자신감이 지나쳐 점점 위험한 베팅을 한 결과였다. 


모든 일은 충분한 시간이 지나고 난 후에야 그 진정한 실체가 드러난다.

지금은 아무것도 아닌 일이 나중에 큰일이 되기도 하고, 대단한 일인 줄 알았는데 흐지부지 끝나기도 한다.

영원히 힘든 상황이 계속될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살만 해진다. 그게 인생이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나는 ‘끝까지 살아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맑은 날은 즐기며 궂은날을 준비하고, 궂은날은 다시 개인 날을 기다리면서. 

잘 살았는지, 아닌지는 마지막 날이 되면 알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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