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by 송지영

누구의 작별 인사도 없었다. 오직 나만이 알고 있는 행선지로 출발할, 공항에 와 있었다.


살다 보면 한 번쯤 사라지고 싶은 순간이 오기 마련이지만, 나는 그걸 끝내 해야만 직성이 풀릴 것만 같았다. 어디론가 가버리면 잊을 수 있을지 몰랐다. 나를 짓누르던 일. 관계. 나를 아프게 한 사람. 스스로에게 느낀 환멸까지도.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곳. 체코 프라하. 첫 배낭여행 루트에도 없던 곳. 드라마 제목으로만 얼핏 들었던, 아름답고 로맨틱하다는 도시. 뭐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어디든, 그냥 떠나면 됐으니까.


유럽에 상주할 투어 가이드에 지원했다. 다른 지원자들은 저마다 그곳에 대한 환상, 로망, 꿈을 안고 있었지만, 나는 달랐다.


“혹시 지원하고 싶은 나라가 있어요?”

“어디든 상관 없어요. 그냥 제일 먼저 갈 수 있는 지점으로 가고 싶어요.”


먼 곳으로 여행을 갈 때면 늘, 경유 티켓을 끊어 경비를 아꼈지만, 처음으로 직항을 샀다. 최대한 빨리 떠나고 싶었다. 그리고 최대한 낯설고 싶었다. 아무도 나를 몰랐으면 했다. 내가 ‘이 정도면 이제 난 괜찮아.’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오래 머무를 수 있었으면 했다.


막상 비행기를 타려니 고민이 되었다. 내가 떠난다는 걸 정말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래도 말은 하고 가야 하나. 그럼 누구에게 말을 해야할까. 누구에게는 말하고 누구에게는 말을 안 하면 혹시 누군가는 서운하려나.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아닌가.


결국 가장 이기적이고도 간단한 방법을 택했다. 공항을 배경으로 큼지막한 캐리어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유럽에 갑니다.

왜 가는지

얼마나 있을 건지

언제 올 건지

묻지 마세요.

그냥 좀

긴 여행을 하고 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