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이 안 나오기 시작했다
업무를 시작한 후 디자인 파일을 회사 계정의 드라이브에 올리라고 해서 들어갔는데, 예전 직원들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전에 얘기했던 외주 업체가 아닌데? 전 직원들이 만들었던 디자인 파일도 있고, 주소록도 있고, 심지어 회사로고로 단체티를 맞춰 입고 찍은 단체 사진도 있었고 직원들도 20명 정도로 꽤 많아 보였다.
뭔가 이상하고 쎄하긴 했어도 이게 퇴사이유가 되진 않았다. 그냥 뭔가 숨겼겠거니 했고, 월급만 잘 나오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두 번째 월급날부터 그 중요한 월급이 안 나오기 시작했다.
차라리 앞으로 못주겠다고 했으면 바로 그만뒀을 텐데 회사 측에서는 하루만 밀린 거다, 이틀 뒤 줄 거다, 일주일만 더 기다려줘라, 다음 주엔 투자금이 들어온다, 이번엔 진짜 투자금 들어온다, 다음 월급일엔 꼭 다 같이 줄 거다, 이런 식으로 희망 고문을 하며 사람을 피 말렸다.
실업급여 조건도 월급이 두 달 이상 밀려야 받을 수 있었고, 지금 관두면 월급도 실업급여도 못 받을 것 같아서 관두지도 못하고, 그 와중에도 일을 했다. 같이 일하는 직원 중 한 명이 전에도 임금체불 경험이 있었는데, 임금이 체불되는 중에도 무단결근을 하거나 지시한 일을 하지 않으면 나중에 근로자에게 불리할 수 있다고 말해주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더 충격적인 일이 일어났는데, 그전에 일하던 직원들 몇 명이 밀린 월급을 받으러 왔다며 그새 이사한 회사로 찾아온 것이다.
그전에 일하던 직원들도 월급이 밀려서 단체로 퇴사했는데, 여전히 월급을 안 준 상태에서 또 새로운 직원들을 뽑은 것이다.
그제야 확실히 알게 되었다. 처음부터 월급을 제대로 줄 생각이 없었구나!
회사 재정은 갈 데까지 간 상태구나.
월급은 물론 4대 보험도 미납상태고, 제대로 낸 게 하나도 없었다.
이미 갈 데까지 간 그 상태에서 우리를 고용해서 사이트 오픈까지 했고, 거기서 회원을 모집하고 상품을 팔거나 투자를 받아서 어떻게든 돈을 벌려고 했던 거다.
이건 정말이지 명백한 취업 사기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