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그녀에 대해서
'딱딱 딱딱'
지금 내 앞에는 콧방울에 땀 한 방울을 단 채, 열심히 무를 써시는
친절한 금주 씨가 있다.
어쩌다 보니 20대 후반의 나이를 먹고 할머니와 한 지붕 아래에서 지내고 있는 나는,
'지내다'라는 말이 무색한, 정확하게는 할머니 댁에서의 얹혀사는 신세가 되었다.
그녀로 말하자면,
언 2년 전 죽고 못 사는 남편을 떠내 보낸 뒤 홀로서기를 하는 중인데
늘 하루도 빼먹지 않고 우리 할아버지, 당신의 남편 이야기를 하시곤 한다.
그럴 때면 나는 어떠한 반응조차 하지 못하고 멍- 때리고 만다.
내 생각에 젊은 나보다 하루에 더 많은 말들을 내뱉곤 하시는데
그 또한 반복적인 얘기들, 이미 하셨던 말들을 자주 하셔서
처음엔 할머니의 증세가 언제부터 나타났을까 생각이 들다가
이내 또 벙찌고 만다.
요즘은 111년만이 었던가 기록적인 폭염을 기록하고 있는 최악의 여름인데
그녀의 얼굴엔 땀방울들이 송골송골, 조금만 움직여도 곧바로 땀이 주룩주룩 흐른다.
그 모습에 또 안쓰럽다가 결국 '나이 듦'에 대한 깊은 두려움이 생긴다.
지금은 이해 못할 나이 든 이의 행동과 증상들
절대 나에게 일어날 것이라곤 상상조차 안 가는 그런 모습들
언젠가 이 날들이 사무치게 그리울 날이 올 것이란 걸 나는 잘 안다.
부디 할머니가 조금 더 오래, 정정하게 내 곁에 있어주길 바랄 뿐.
얼마 전, 밑반찬 중 인기리에 동이 난 채무를 뚝딱뚝딱 만드시고는
글 쓰는 나에게 와 맛을 보라며 입에 넣어 주신다.
친절한 금주 씨!
이 맛있는 채무를 오래도록 먹고 싶어요.
2018.08.06
할머니 집 식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