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막 마을
이 집에는 사실 할머니와 막내삼촌이 함께 산다.
삼촌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지만 아껴두기로 하겠다.
어쨌든 다행인건 삼촌과 나는 나름 막역한 사이이다.
그건 그렇고 얼마 전, 다함께 텔레비전을 보는데 섬총사라는 예능프로그램의 예고가 나왔다.
이번 여행지는 '초도'.
그 사실을 보자마자 삼촌은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할머니께 저들이 초도에 간다고 외쳤다.
그렇게 온 가족이, 아니 나를 제외한 이 집 사람들과 형제들은 초도편을 보겠노라고 고대하고 있었다.
몇 일후, 드디어 방송 날.
초도로 가는 여정이 시작되자, 먼 발치서 할 일 하던 나에게 그녀는 어서 와서 보라며 재촉했다.
출연진들이 각자 현지에 살고계신 분들 댁에 찾아가면서 진막리로 향하는 모습이 나오자
할머니와 삼촌의 목소리는 더욱 더 커졌다. 진막리. 그녀가 태어나고 자란 마을이라고 한다.
오 육십년전 쯤, 마지막으로 초도를 떠난 후 처음 보는 초도의 진막리는 놀라울 만큼 변해있었다.
연신 감탄을 해대며 '저러콤 변했냐'를 반복하는 그녀였다.
첫 번째 집에서 80세 할머니가 등장했다.
그녀는 계속해서 누구지? 누굴까? 아 누구지 알듯 말듯한 반응 보이더니
이내 아이고 모르겠네. 하신다.
그 집의 상차림은 더욱더 옛 기억을 소환하는 모양이었다.
고동.전복.군소 달팽이.문어 등등 나는 처음 보는 해산물들 도있었다.
'전복! 전복!' 그녀의 큰 목소리에 놀랄 지경이었다.
입이 떡 벌어지는 찬들을 보며 군침을 삼키고 이내, 섬에 살던 그 시절이 떠올랐다.
연평도.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유치원생쯤 되었을 때 몇 년간 연평도에 살았던 적이있다.
지금도 어렴풋이 그때 함께 지내던 친구들, 이웃들이 떠오른다.
'어진이'라는 똥강아지를 키우던 인사이모.(남편이 인사 쪽 근무를 하셨던 모양이다, 우리는 이웃 아줌마들을 이모라 불렀다.) 이모가 타주던 레몬에이드는 최고의 간식이었다.
어여뿐 여동생을 둔 나와 동갑짜리 남자애. 내가 육지로 떠나고 얼마간 편지를 주고받았던 기억이 있다.
착하고 바른 이미지의 그 아이는 지금 뭘 하며 살고있을까.
섬에서 굴따며 놀던 시절, 연평도 대게를 배터지게 먹을 수있던, 그 맛을 일치 감치 알아버렸던.
처음으로 엄마곁을 떠나 남의 집에서 자다가 울면서 그 집 아주머니 등에 엎혀 잠들던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