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도 체득했을 것 같은 영국에서 배운 매너 3가지

바로 나의 풍성한 하루를 위해.

by 독학력 by 고요엘

사무실에서 통 집중이 안되어서 까페 나와서 일을 하고 있던 차에, 까페가 누군가의 생일 축하 파티로 떠들썩하다. 잠시 후에, 여성 한 분이 초코 케익 한 조각을 들고 온다.

"시끄럽게 해서 미안해요. 생일 케익이예요."

"별말씀을요. 생일 축하해요. 케익 감사해요"

한국만큼이나 골때리는 뉴스가 많은 나라 영국이지만, 이런 인간적이고 자연스러운 따스함 때문에 영국을 좋아하게 된다.

Photo by Goyo


커리어의 대부분을 이방인으로서 여러 나라들에서 살아오면서, 특히 영국에서 수년 간 있으면서 체득하게 된 생활의 매너가 3가지 정도 된다. 사실 영국이 '신사(gentleman)'의 나라라고 알려져 있지만, 정말로 '신사'여서 그렇게 불리는게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을 것이다. 야사에 따르면, 워낙 매너가 없는 사람들이라 계몽하기 위한 목적으로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1. 아이들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줄 목적으로 사탕이나 초콜렛을 가방에 항상 넣어둔다.

'I have some sweets from Korea. you want to try some?'


영국 사람들은 'Sweets(사탕이나 초콜렛)'를 너무 좋아한다. 영국은 음식이 맛이 없기로 유명한데, 그래서 사탕이나 초콜렛을 많이 찾나보다. 내가 봐도 영국 사람들은 음식에 별로 진심이 없다. 하루 세끼를 다 챙겨먹는지도 모르겠고, 그 중 두끼 정도는 샌드위치나 쿠키 같은 걸로 때우는 분위기다. 영국 사람들이 진심이 것은 먹는 것보다는 운동에 있는 것 같다. 아침 저녁으로 러닝을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다. 그래서 프리미어리그 축구가 그렇게 잘되는지도 모르겠다.

해외로 출장을 다닐때면, 어김없이 그 나라의 과자, 사탕, 초콜렛 등을 사넣는다. 영국가서 주변사람들에게 하나씩 줄 목적으로. 사무실을 날마다 청소해주는 아줌마가 있는데,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한 해동안 내 방을 청소해줘서 고맙다고 작은 티(tea)백(한국 돈으로 3000원정도한다)을 선물해주었더니, 그 후로는 그냥 친구가 되었다. 출장을 다녀올 때마다 그 나라 과자를 하나씩 가져다 준다. 외국 과자는 그냥 부담없이 주는 용도로 최고다. 퇴근 시간이 다되면 청소를 들어오는데, 종종 얘기를 나누다보니 어떤 삶을 살아온 사람인지 대충 다 알게 된다. 받는 사람도 부담이 없을 뿐더러 외국 출장 다녀오면서 자기들에게 줄 목적으로 뭔가를 들고 왔다는게 기분이 좋은 일이다.

여행 중에 옆자리에 아이들이 함께 온 가족이 있다면, 본인이 먹으면서 나누는 척하면서 줘보라. 그게 만약 한국 제품이라면 더욱 좋아할 것이다. 그러면서 서로 대화가 열리고 여행 시간동안 좋은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

행복은 '강도(intensity)'가 아니라 '빈도(intensity)'라고 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을 하거나 호의를 베풀 때도 이 공식이 똑같이 적용되는 것 같다. 작게 나누어서 자주. 이 공식에 사용하기 가장 좋은 것이 바로 'Sweets'이다.


2. 문을 열고 들어갈때는 뒤에 따라 오는 사람을 위해 열어주고 먼저 지나가게 한다.

'After you'


문을 열고 들어가는 일은 하루 생활 중에 가장 자주 마주치는 상황이다. 만약 내 뒤에 따라오는 사람이 있다면, 문을 열고 나서 먼저 지나가게 해라. 웃으면서 눈을 마주쳐 주면서 먼저 들어가라고 하면 된다. 문을 열고 내가 먼저 들어가게 되면, 문이 열리는 방향이 내 방향인 경우 그 문을 계속 열어서 지탱해주기가 힘들다. 그래서 내 뒤의 사람이 먼저 지나가게 하는 것이 모양새가 가장 좋다. 만약 뒷 사람이 커피나 물건을 들고 있어서 양 손을 자유자재로 쓸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 사람의 감사 표현은 훨씬 강하다.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지만, 또한 가장 폼이 나는 매너이기도 하다.


3.노숙자에게 1파운드를 주면서 안부를 묻는다.

'How are you?', 'Take care', 'Cheers'


영국은 Tesco, Sainsbury 등과 같은 수퍼마켓(한국으로 따지면 편의점)앞에 가만히 앉아서 구걸을 하는 노숙자가 한명씩 있는 경우들이 많다. 물건을 사고 나오는 사람들이 주는 잔돈을 받기 위해서이다. 잔돈을 주는 경우도 있지만, 종종 생수를 산다던지, 내가 먹는 간식을 살때, 한 개 더사서 주기도 한다.

영국 생활을 처음 시작할 무렵, 내가 걸어서 출근하는 길의 길목에 정기적으로 꼭 앉아있는 노숙자가 있었다. 냄새가 날 것 같아서 가까이 가지도 앉고, 어쩔 수없이 눈이 마주치면 애써 눈웃음 정도 지으면서 지나다녔다. 종종 몇 파운드라도 주면서 인사라도 했을 법한데, 그 때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한번 주기 시작하면 앞으로도 계속 줘야 할 것 같기도 하고, 노숙자와 얘기한다는게 익숙하지가 않았다. 1년을 넘게 출퇴근 길마다 마주쳤지만 한번도 그 앞에서 멈추지 않았다. 지금은 노숙자를 보면 그렇게 하지 않지만, 다른 노숙자를 볼때마다 그 노숙자가 한번씩 생각이 나고 그 길목을 지날 때도 생각이 날 때가 있다. 노숙의 생활을 끝내고 다른 곳에서 잘 살고 있으면 더없이 좋겠지만, 만약에 다시 그 자리로 오면 예전처럼 외면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노숙자는 사회 구성원이 아니라 낙오자로서 완전히 외면받지만, 영국에서는 이런 경향이 덜하다. 불편하기는 해도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한국에 비해 많다. 어떤 지역에서는 늘 보이던 노숙자 할아버지가 보이지 않자 그 지역 사람들이 그 노숙자가 어디 갔는지 수소문하고, 경찰에 신고해서 병원에 입원해있는 노숙자를 찾아내고 안심했다는 뉴스가 나온 적도 있다. 그래서 영국의 거리에서는 노숙자와 얘기를 주고 받고 안부를 묻는 장면들을 종종 본다.


하루를 생활하면서 위 3가지 중에 하나는 무조건 걸리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런 매너들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표면적으로 다른 사람을 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바로 '나'를 위해서이다. 늘 이방인으로서 주변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갖게 된 매너들이지만, 결국은 이것들이 나의 '사람됨'이 된다.


영국 축구 프리미어리그에서 우리의 자랑스러운 '손흥민' 선수의 인기가 실로 대단하다. 손흥민이 나오는 광고판이 영국 지방 도시의 버스에 붙어다니고 있을 정도다. 손흥민이 한국인임이 자랑스러워서 태극기를 가방 어딘가에라도 붙이고 다녀야 되지 싶다.

Photo by Goyo

개인적으로 손흥민이 더욱 자랑스러운 이유는 득점왕이라는 엄청난 성과 뿐만 아니라 손흥민의 겸손한 매너와 인간됨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그가 경기장 안에서 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팬들과 커뮤니티에 보여주는 행동들은 위 3가지 매너가 이미 갖추어져 있는 모습을 본다. 아이들을 진심으로 대하고, 사인과 선물에 진심이고, 경기가 끝나면 주변인들과 친밀하게 감사 인사를 주고 받는 모습은 그가 축구 훈련을 열심히 한 것 만큼이나 영국이라는 이방 땅에서 인간됨의 훈련도 열심히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구름의 놀래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