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비교할 때 가장 꿀리는 딱 한가지

애를 낳지 않는 것 때문에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게 될 줄이야

by 독학력 by 고요엘

영국에 살면서 내가 먼 나라 한국에서 온 이방인이라는 이유로 꿀리는 일이 거의 없다. 한국의 위상이 그만큼 많이 올라와 있다. BTS, 손흥민은 물론이고 넷플릭스의 영국 챠트에서도 오징어 게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 한국의 드라마를 탑 10 리스트에서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국의 현대기아차의 시장점유율은 탑클래스가 된지가 오래이다. 최근 기아의 EV6 시리즈는 없어서 못판다. 일본 도요타보다 현대기아차가 길에 더많이 보인다. 종종 상점에서 결제를 위해 삼성 갤럭시 폴드를 펴면 이것을 보는 영국인들은 그 디자인과 기능에 놀라움을 표한다. 그만큼 한국의 영향력은 일상화되어가고 있다.


외국에 거주해 본 사람들은 한국의 교육, 의료, 의식주 인프라 등 생활 수준이 얼마나 높은지 알고 있다. 선진국이라 불리는 미국, 영국, 유럽 등을 경험해보면 불편하고 이해안가는 점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속도도 느리고 후진적인 것들도 많다. 한국같으면 오래전에 개선하고 바뀌었을 것들이 여전히 '전통의 함정'에 의해 유지되고 있는 것들이 많다.


그래서 시간이 조금더 지나면 한국이 소위 G7 국가들을 앞지르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라는 낙관적인 기대도 스스로 해보기도 한다. 그런데 딱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 그것은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한국 정치의 후진성, R&D의 부족, 북한 리스크 등과 같은 것들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출산율이다. 출산율은 가임여성 한 명당 평균 출생아 수이다. 이 수치가 0.8 이니까 한국 사람들은 이제 애를 낳지 않는 것이고, 이로 인해 인구는 줄어들고, 노령인구들이 급속도로 많아진다. 바다 건너 일본의 최근 20여년간의 출산율 정체와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성장의 지지부진함을 보이는 사이 한국이 앞지르고 있다고 자부심을 가졌을지 모르지만 한국은 이미 일본보다 심각한 출생률과 고령화 상황을 맞이 하고 있다.


OECD 조사에 따르면, OECD 국가들 중에서 영국은 출산율이 1.79 한국은 0.81 이다. 두 배 이상의 차이다. 영국이라고 출산율이 줄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영국도 한국만큼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관련하여 각종 비관적인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결혼 안하는 문화가 팽배하고 애를 낳지 않으려는 트렌드도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8 수준 이다. 한국은 이 트렌드가 그리 오래된 것 같지 않은데, 한국은 OECD 국가들 중에서도 최저다. 현재 인구만 비교해 보면 영국 인구 6천5백만, 한국 인구 5천 5백만 정도니까 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영국의 인당 GDP도 4만달러(USD) 수준으로 한국이 살짝 뒤지기는 하지만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변화의 역동성을 보면서 한국의 가능성을 낙관하다가도 출생율을 보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 왜냐면 출생율은 국가 존속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의 빨리빨리 정신이 잘 먹히지 않는 영역이기도 하다.(또 모른다. 갑자기 한국의 젊은층들이 바람이 불어서 결혼도 빨리하고 애도 일찍 낳기 시작하고 최소 2명에서 3명을 막 낳기 시작한다면 나의 걱정은 기우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한국이 전체 인구 570만명 중에서 250만명이 이민자들인 싱가포르처럼 오래전부터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펼쳐왔던 것도 아니다. 이미 인구의 40%이상이 외국인들이고 이들을 자기네 국민으로 전환시켜오면서 인구를 늘려온 싱가포르와 한국이 이 부분에서 경쟁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영국은 영국의 비자, 영주권, 시민권을 받기 위해서 이민국에 줄을 선다. 저임금 노동력들도 많이 들어오려 하지만 엘리트층들도 영국에서 받아 주기만 한다면 올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있다. 한국은 사실 이 부분에 그리 경쟁력이 없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우리보다 후진국에서 온 것 같으면 무시하기 일쑤이고, 질 좋은 일자리는 외국인들과 기회를 공유해본 적이 없다. 영국에서는 비즈니스 일로 외부에 나가서 미팅들을 하다보면 넉넉잡아 반절 정도는 영국인들이 아니다. 다른 유럽권 사람들이거나 미국이나 아시안들이 카운터파티 담당자로 많이 나온다. 그만큼 일자리 기회가 공유된다. 그래서 모두들 영국으로 이사와서 살고 싶어하고, 영국에서 살고, 개척하고 영국 시민이 되는 것에 대해서도 열려 있다. 한국은 그동안 저임금 노동력 위주의 이민 정책을 펴왔다. 아직까지 고급 인력들은 사실 한국에 올 이유가 없다. 그들이 고려하는 최우선 순위는 미국이고 그 다음에 고려 대상이 영국을 비롯한 유럽 선진국들 그리고 아시아권에서는 단연 싱가포르이다. 고급 인재들에게 한국이 이민 고려 대상이 되는 일은 가뭄에 콩나는 수준이라고 봐도 된다.


8월 16일자 한국경제신문 뉴스에 따르면 서울대가 한국의 줄어드는 인구에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고 베트남에 분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참고: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2081671951) 사실 영미권의 대학들이 해외에 분교를 세운지는 훨씬 오래되었다. 인천 송도에 가보라. 이미 미국 대학들의 분교가 들어와 있다. 좀더 일찍부터 했어야 할 일들을 이제라도 시작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단일민족이라는 것이 자부심이 아니라 우리의 폐쇄성을 상징하는 자괴심이 될 가능성이 많다. 사실 단일민족도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혼혈민족이다. 섞이지 못하고, 공유하지 못하고, 교류하지 못하면 뒤따라오는 결과는 무엇인지 누구나 안다. 정치적, 민족적 관점에서 고민하기 이전에 우리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좋은 플랫폼인지를 질문해야 한다. '한국'이라는 플랫폼은 머지 않아 '구글'이 될 것인지 '네이버'나 '카카오'가 될 것인지 가슴 시리게 치열한 고민을 해야할지 모른다. (네이버나 카카오는 외국으로 나오면 교포들 외에는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다. 물론 브랜드 이름도 모른다.)


이 인구 문제의 해법은 생각보다 난해하고 복잡하다. 해법이 나오기 위해서는 원인이 잘 분석되어야 하는데 그 원인이라는 것이 단편적으로는 묘사가 되지만 구체적으로는 원인들간의 인과관계가 명확히 나오지도 않을 뿐더러 예전에는 사회적 이라는 말로 퉁칠수 있지만 이제는 개인적이고 사적인 이유들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시대이다. 인구 문제는 거시적이고 사회적인 문제에서 미시적이고 사적인 문제가 되어버렸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괜히 쓰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머릿속이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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