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단층에서 다층이 된다.

삶의 다층성을 이해하지 않으면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

by 독학력 by 고요엘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학생이었던 시절에는 '고삐리'나 무엇을 공부하고 있는 '대딩'이라고 하면, 그 한 단어로 많은 것들이 설명되었지만, 이제는 내가 무슨 일을 하면서 먹고 사는 사람인지도 쉽게 설명이 안된다. 누군가를 처음만나면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질문을 받는데 이때마다 횡설수설이다. 이때마다 횡설수설하는 나를 '정의'(?)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는 상대방을 보는 것도 재미 중의 하나이다.


반응들을 종합해보면 크게 두 가지 정도로 분류된다. 아직도 철없이 길을 못정하고 이일 저일 찔러보는 게으른 한량으로 보는 시선이 그 중 하나이다. 다른 하나는 이미 돈을 많이 벌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고 있는 사람으로 보는 시선이다. 후자였으면 좋겠지만 아직 그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자라고 하자니, 길을 하나로 정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어서 그것도 아니다. 살아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길을 하나로 정하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이렇듯 나 자신도 헤매고 있는데, 남을 이해시키는 것은 더 불가능에 가깝다. 왜이럴까 고민해보니, 10대, 20대, 30대, 40대,..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우리 인생은 다층(multi layered)이 되가는 것이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점점 설명하기가 쉽지 않아 진다.


컴퓨터 공학의 인공지능 영역에서 인공신경망(neural network)에 대해서 공부하다 보면, 노드(node), 층(layer) 같은 구성 요소들이 나오는데, 묘하게도 우리 인생과 닮아 있다. 단층 구조로는 문제를 풀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다층 구조를 만들어서 문제를 풀어간다. 그 다층 구조가 10개가 될 수도 있고 100개가 될 수 있다. 그 층을 무한정 늘린다고 해서 문제가 무한정 쉽게 풀리는 것은 아니지만, 특정 시점까지는 단층 보다는 다층 구조가 훨씬 유리하다.


ICLH_Diagram_Batch_01_03-DeepNeuralNetwork-WHITEBG.png 인공신경망의 구조 (Source: IBM)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인공신경망이 이 다층구조 영역을 Hidden layer 라고도 부른다는 것이다. 컴퓨터가 어떤 문제에 대해서 의사결정을 하게 될때 해당 결론이 나온 이유가 명명백백히 사람에게 보여지면 좋은데, 많은 경우 그렇지 못하다. 어떤 구체적인 과정을 통해서 해당 결론이 나왔는지 유추가 잘 안된다. 그래서 인공지능의 약점 중의 하나가 '블랙박스(black box)'영역이 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때문에 일어나는 윤리적 문제의 대부분이 이 영역에서 발생을 하게 된다. 구체적인 과정을 모르니까 문제가 생겼을 때 어디서 잘못되었는지도 찾지 못하고, 책임소재도 불명확하고, 결과에 대한 불신도 커질 수 있다. 이 또한 인간의 삶을 닮은 인공지능의 모습이다. 인간 지능을 모방하면서 성장하고 있는 인공 지능도 인간의 다층성도 닮았고 인간이 가지고 있는 모순도 닮았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를 만나서 그 사람이 하는 일이 궁금해질 때는 최소 세 가지 정도를 물어본다. 현재 하는 일이 무엇인지, 현재 일 전에는 무슨 일을 했는지, 그리고 앞으로는 무슨 일을 더해보고 싶은지. 이 세 가지 질문으로 그 사람의 다층성을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의 직업적 역사와 방향성 정도는 얻어낼 수 있다. 이 과정 속에 스스로에게 하지 말라고 주지시키는 것은 이 정보들을 가지고 그 사람을 '정의(define)'하려고 하지 말라는 것이다. 겉으로 어느 정도 드러나 있는 커리어의 부분도 사실 다 파악이 안되는데, 만약 그보다 더 깊고 사적인 영역들에 대한 정보는 전무하다고 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은연 중에 자꾸 그 사람에 대한 키워드를 찾아낼려고 한다. 이런 시도보다는 현재 내 앞에 서있는 그 사람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집중하자는 것이 기본 생각이다. 나의 삶이 다층이듯이 다른 사람의 삶도 다층이다. 어떤 사람들은 더욱더 많은 층을 만들며 살아왔을 수도 있고, 어떤 사람들은 각 층마다 더 깊은 폭과 깊이를 만들어 왔을수도 있다. 인간은 신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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