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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으로 들어주는 사람」

모든 경험이 지혜가 되기를

나는 자주 마음이 아팠다. 나는 왜 누군가의 말을 잘 듣는 사람일까?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도 잘 못하고 화도 잘 못 내고 그저 네네 고개를 끄덕 끄덕였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내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모두 했다. 머릿속의 고민들 걱정들 그리고 날 보는 자신의 생각까지도. “넌 너무 귀가 얇아, 넌 너무 애가 우울해, 넌 너무 열심히 살아, 넌 조금 뚱뚱해, 넌 머리는 좋은데 공부는 못하는 것 같아, 넌 옷 스타일이 너무 올드해…”


그런 말까지 듣고 나면 나는 깊은 생각에 잠긴다. 나는 정말 귀가 얇나? 맞는 것 같다.., 우울한가 내가? 맞아.. 자주 울지, 열심히 사나..? 맞아 내가 스스로 그렇게 말하고 다니지, 내게 의도를 갖고 상처 주려고 한 말은 아니지만 나는 상처를 받았다. 이따금 종이에 손가락이 베이듯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자주 마음이 긁혔다. 그리고 스스로 그 상처를 두 번 세 번 깊게 후벼 팠다. 그럴수록 나는 더 입을 닫았고, 마음도 함께 닫았다.


요가 강사 교육 과정 첫날 불리고 싶은 이름을 소개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마음이에요.” 닫혀버린 내 마음을 열고 싶은 의지가 있었고,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따뜻함, 안전함을 느끼고 싶어서 정했던 이름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는 처음 마음을 열었다. 진심으로 내 말에 귀 기울여 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보다 나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 무슨 말을 해도 괜찮다는 표정, 그것만으로 꽉 잠겄던 마음의 문고리를 스르륵 풀게 됐다.



“있지, 카타리나. 넌 이제 요가 강사가 되었잖아. 그러니까 이제 너의 수업에 누군가 아픈 사람이 오면 너는 그 누구보다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거야. 나는 어릴 때 배가 자주 아팠고, 골반도 불편했고, 한쪽 어깨도 많이 아팠어. 그리고 과체중이었고. 몸이 많이 아팠던 만큼 마음도 잘 멍이 들었어. 근데 요가 강사를 하며 참 좋았던 것은, 아팠던 그 시간 덕분에 내 말에 힘이 생긴다는 거였어. ’나는 당신의 아픔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요. 그러나 똑같은 아픔은 아니어도 나도 그곳이 아팠던 적이 있어요. 그때 내가 했던 방법이 무엇이냐면-‘ 하고 말을 시작할 수 있더라. 너는 정말 훌륭한 선생님이 될 수 있을 거야. 넌 경험을 지혜로 만드는 방법을 잘 알고 있으니까.”


최예슬, 책 <유연하게 흔들리는 중입니다> 중에서



오늘의 나는 여전히 말을 잘 듣는다. 그때보다 더 잘 들으려고 한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상대의 목소리보다 내 마음의 이야기를 먼저 듣는다는 점이다. 누군가 내게 “너는 귀가 너무 얇아”라고 말한다. 그리고 내 마음이 말한다. ”맞아 나는 귀가 얇다? 그래서 나의 생각과 의견을 바탕으로 모든 말에 흔들리지 않으려고 계속 연습 중이지?“ 하고, ”넌 너무 우울해”, “맞아 난 우울한 감정을 잘 느껴, 이제는 왜 우울한 지도 알지. 오늘은 잠을 못 자서 우울하네! 알람 없이 실컷 자면 나아지던데!!!!”


나는 왜 바보같이 누군가의 말에 상처받는 연약한 사람일까? 스스로 또 상처를 주며 참 많이 무너졌었다. 그런데 그런 나라서 약하다고 생각하는 마음을 이해하고 위로하게 됐다. 마음이 닫혔던 그 시간 덕분에, 그리고 마음을 열기 위해 노력했던 그 시간 덕분에 마음이 유연해졌다. 지혜롭게 듣기 위한 귀가 생겼고, 지혜롭게 마음이 말하기를 기다려주는 힘이 생겼다. 이제는 누군가 스스로의 마음이 너무 약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때, 곁에서 “너는 네가 생각한 것보다 강해”라고 힘을 실어주는 사람이고 싶다. 스스로 알아보지 못하는 것을 먼저 알아봐 주고 싶은 사람이고 싶다.


“여기에 당신의 마음이 잘 있어요. 아주 작게 말하고 있지만 여기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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