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3. 얼렁뚱땅, 요가 강사
나는 아파트 커뮤니티에서 주 2회 요가를 가르치고 있다. 벌써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그 시간 동안 내가 회원님들께 가장 자주 들려준 이야기는 바로 ‘요가의 정의’다. 부끄러운 고백을 먼저 해보자면, 나 또한 요가의 정의를 제대로 알게 된 건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요가 지도자 과정 교육(TTC)를 듣기 전까진 내가 호흡하며 움직이는 행위 자체가 요가라고 생각했다. 무려, 10여년이 넘는 긴 시간동안 말이다! 기원전 2세기에 파탄잘리가 집필한 요가 경전 <요가 수트라>에 따르면, 요가는 ‘마음작용을 없애는 것’이다. 내가 요가라고 생각했던 ‘호흡하며 움직이는 행위’는 요가의 8단계 중 3단계 ‘아사나(asana, 요가 동작)’에 해당하는 말이었다.
고대 인도인들은 지금처럼 다양한 아사나가 필요하지 않았다. 자신이 원한다면 언제든 마음을 고요한 상태로 만들어 완전한 명상 상태에 이를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문명의 발달과 함께 인간의 오감을 자극하는 것 또한 많아졌다. 그 때문에 현대인들에게 마음을 다스리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되었다. 그에 따라 요가의 궁극적인 목적이자 요가의 마지막 8단계에 해당하는 사마디(완전한 집중 명상 상태)로 가기 위한 과정들이 개발되기 시작했고, 그 중 하나가 바로 요가 아사나다.
요가 아사나는 현재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우스갯소리로 아사나 수는 지구상의 인구 수 만큼이라는 말도 있다. 어찌됐든 실제로 요가 수련을 마치고나면, 심신의 개운함이 느껴진다. 이는 동작과 호흡에 집중하며, 머릿속을 꽉 채웠던 잡생각들을 조금씩 덜어냈기 때문이다. 내 경우는 그 경험이 쌓이며, 내가 머릿속으로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대부분의 것들이 오늘의 내 삶에 중요한 것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동작이 어렵고, 힘들다고 좌절하지 마세요.
제 구령에 따라 움직이고, 호흡한 50분 동안 딴 생각이 들어오셨나요?
아마 수업 전에 했던 생각들을 대부분 하지 않고, 또 못했을 겁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이미 요가를 제대로 하신 겁니다.
요가의 정의는 마음 작용을 없애는 것이기 때문이죠.”
매달 첫 수업이 끝난 뒤에, 회원님들께 이 말을 건네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수업에 처음 오신 분들의 경우, 50분간의 수련이 낯설고 힘드셨을 테니 ‘위로’의 말로서. 동작에 익숙해지며 혹여 수련 중 딴 생각이 들어왔을 수도 있는 기존 회원님들에겐 ‘경각심’의 차원에서. 이번 주 수업에도 마침 2명이 신규 회원으로 들어왔고, 나는 또 이 말을 회원님들께 건넸다. 기존 회원님들은 내 질문에 대한 답을 먼저 입모양으로 말하실 만큼, 요가의 정의에 대해 정확히 알고 계신다. 그걸 보는 시간도 꽤 즐겁고 뿌듯하다. 누군가의 한 마디 한 마디에 귀 기울이며, 마음속에 새겨 놓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 귀한 인연들을 이제는 한 분 한 분 제대로 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작년 연말부터는 매달 마지막 수업 시간에 매트 대열을 동그랗게 해놓고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둥글게 빙 둘러 앉아 한분씩 돌아가며 한 달 간의 수련 및 일상에 대한 소회를 이야기하고, 요가 동작을 하며 궁금했던 것들에 대한 질문과 답변 시간을 갖는다. 내심 놀란 건, 예상외로 진지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분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시간만큼은 나도 열심히 듣는다. 서로서로 듣고, 말하는 길지 않은 그 시간 또한 고단한 마음을 씻을 수 있는 요가 수련의 연장선이란 생각이 든다.
물론, 이야기가 딴 길로 빠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예를 들어, 아파트 관리 및 입주민 불만 사항 등. 그 경우엔 재빨리 다시금 요가 수련 이야기로 화제를 돌리곤 하는데, 엄마 또래 회원님들이 그러실 땐 대화를 끊는 타이밍이 꽤나 난감하다. (그러니 제발, 그에 대한 이야기는 입주민 회의에서 해주시길 바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시간을 이어가보려 한다. 단순히 요가 동작을 가르치는 것만이 나의 수업 목표는 아니니까. 이들 심신의 정화작용이 앞으로 나와 그들 삶에 어떤 영향을 주고받을지 꽤 궁금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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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렁뚱땅, 요가 강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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