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 번째 기록
리트릿 장소는 아주 아주 숲 속입니다.
차를 태워 준 체코 친구의 내비게이션에도 잘 나오지가 않았어요.
산길을 잘 못 들어가 그 친구의 차가 좀 긁히는 사고가 있었어요.
그래도 어쨌든 잘 도착했습니다.
태어나서 그렇게 큰 나무들은 처음 보았습니다.
대한민국은 굉장히 도시적인 나라라는 것을 처음 느꼈습니다.
저는 산골 출신도 아니고 부산과 서울에서 쭉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이렇게 큰 나무들을 보니 덜컥 겁이 납니다.
귀촌의 로망 같은 것이 한순간 사라졌습니다.
리트릿을 총괄하는 분이 방을 안내해 주셨습니다.
저를 위한 편의인지 독방을 내어줍니다.
이렇게 큰 숲에, 높은 나무에, 화장실도 따로 있지 않은 독방이라니.
도저히 이곳에서 잘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밤이 되면 곰이 내려와 창문을 두드릴 것만 같았습니다.
수지라는 친구가 왔습니다.
그 친구가 저의 수업을 좀 도와줄 것이라고 해요.
이곳을 안내해줍니다.
리트릿 장소를 한 바퀴 둘러보며 이것저것 설명을 들었습니다.
물에서 굉장히 역한 하수구 냄새 같은 것이 납니다.
수지는 이 물이 더러운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소 매니 미네랄.
오케이.
샤워실과 화장실, 시간표 등등을 안내받고 수지에게 물어봤어요.
도저히 무서워서 이곳에서 잘 수 없을 것 같은데 같이 잘 수 있냐고요.
저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여자와 남자를 나눠 도미토리 방에 묵었습니다.
다행히 침대가 하나 비어서 저는 자리를 옮겼어요.
천만다행입니다. 아마 그 독방에서 잤다면 저는 잠을 한숨도 못 잤을 거예요.
굳이 수지가 제게 이런 것들을 안내해주는 이유는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대부분 체코어를 사용하는 체코 사람이었어요.
하나 충격적인 사실은 수업을 체코어로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몰랐어요.
저는 당연히 영어로 수업을 할 거라 생각했고,
계속해서 영어가 유창하지 못한데 괜찮냐는 문의를 했는데 괜찮다고 했기에
체코어로 수업을 하리라고는 상상도 못 한 것이었습니다.
영어로 수업을 해도 반 정도를 가져올까 말까인데 체코어라니요.
저는 모든 수업을 수지에게 의존해야 했습니다.
이런 저의 고충을 알았는지 다행히 Jiri 선생님께서 또 한 명의 구원자를 보내주셨어요.
유라이.
유라이는 일정이 끝나고 저를 만나 그날의 수업을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아기 발달과 요가가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를 설명하며 바닥에 눕기까지 합니다.
참 좋은 친구들입니다.
아루나의 말대로 노프라블럼.
그런데 문제는 언어가 아니었어요.
더 큰 문제가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