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번째 기록
수지가 제게 치마를 안 가져왔냐고 묻습니다.
치마?
저는 들은 것이 없어 가져오지 못했다고 하자 수지는 자신의 것을 빌려 줍니다.
속옷을 입지 않고 이 치마만 입으라고 합니다.
스카프도 하나 빌려줍니다.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다들 그렇게 하니 저도 일단은 따라나섭니다.
숙소 앞에 나가니 클리닝 준비로 분주합니다.
도대체 클리닝이 무엇이기에 이렇게 분주한 걸까?
테이블에는 큰 들통에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따듯한 물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물에는 생화가 띄워져 있었어요.
옆으로는 하얀 사발이 여러 개 쌓여 있고 테이블 앞으로는 의자들이 줄지어 놓여 있습니다.
사람들은 준비한 스카프로 복부를 꽉 동여맵니다.
선생님이 오셔서 제 몸을 직접 매어 주십니다.
저는 정화의식이라는 것을 코로 하는 크리야와 단식 정도로 쉽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클리닝이라는 것은 한마디로 관장이었습니다.
관장을 하기 위해 큰 주사기와 길이가 다른 두 개의 호스가 들어있는 키트를 받았습니다.
하얀 사발에 따뜻한 물을 가득 받아 빠르게 마십니다.
그 후 짧은 호스를 입에 깊숙이 넣어 토해냅니다.
이것을 세 번 반복합니다.
정말이지 생각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머리에 오만가지 생각이 스쳐 갑니다.
이곳에 나를 데려다 놓기 위해 애써준 사람이 몇인데, 이 정도는 해보자 하는 굳은 의지로 참여합니다.
순수한 호기심도 더해서요.
다음은 항문을 통한 관장입니다.
각자 따뜻한 물을 양동이에 받아 숲으로 들어갑니다.
차마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습니다.
아루나는 제가 이것을 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지
준비물을 따로 알려주지 않았어요.
각자 서로가 보이지 않는 곳에 자리 잡고 셀프 관장을 합니다.
이것은 상상에 맡기도록 할게요.
클리닝과 단식은 3일간 이어집니다.
강제는 아니었기에 둘째 날부터는 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클리닝을 하는 시간에 저는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거기에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온 물리치료사 한 명과 저, 단 둘 뿐입니다.
제가 어제는 클리닝을 했다고 하니 대단하다고 합니다.
저도 제가 참 대단하네요.
나중에 수지와 유라이에게 들은 이야기는 더 대단합니다.
저는 그나마 요가를 배우러 왔다지만 수지와 유라이는 심지어 요가 강사도 아니라고 해요.
삼일째가 되던 날 안 그래도 앙상한 유라이는 웜업 시간 내내 그 풀벌레 소리가 시끄러운 잔디 위에 누워서 일어나지도 못했는데 말이에요.
도대체 그들은 어떻게 이것을 삼일 내내 할 수 있는 걸까요?
이 모든 것은 어디까지 이어져 있는 걸까요?
요가란 대체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