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ing about the envoirment we live in
요즘은 학교에서 어떻게 가르치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를 다녔던 필자의 경우, 기업의 목적은 자본의 이윤을 만드는 것이라고 배웠다. 야구 경기의 타자가 타점을 많이 쳐야 선수의 가치가 올라가듯이 기업 또한 돈을 많이 벌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타자가 반칙이나 꼼수를 통해서 타점을 올리는 행위가 빈번해지거나 그라운드 밖에서의 인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불거지다 보면 결국 그 선수는 "업계"에서 퇴출당할 가능성 또한 커질 것이다. 개인적으로 많이 좋아하고 응원했던 피츠버그 파이러츠의 강정호 선수가 3번의 음주운전과 범인도피 교사로 인해 지금까지도 그 어떤 리그에서도 복귀하지 못한 것처럼 말이다.
홍성태 박사의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라는 책 제목처럼 세상의 많은 회사들은 물불 가리지 않고 돈만 벌어서는 안 되는 세상이 왔다. 의도가 브랜딩의 차원일지라도, 이제 돈을 버는 방법은 투명해야 하고 일하는 방식은 공정해야 하며, 기업이 속한 사회에 어떠한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느냐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장기화되고 있는 팬데믹 상황, 치솟는 원가와 물류비, 자고 일어나면 상승하는 물가 등 다양한 악재 속에서도 기업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 것인가?
전세계적인 경영 트렌드와 경제활동의 중심이 되어가고 있는 MZ세대 관점에서, ESG 기반의 기업 브랜딩(Corportate Branding)은 회사를 바라보는 최대의 쟁점 중 하나가 되어 버렸다. 애석하게도 자금력이 탄탄하지 않고 직원들의 월급을 걱정해야 하는 소규모의 기업일수록, 이런 종류의 브랜딩은 부담스러움을 넘어 사치라고 느껴질지도 모른다. 먼 나라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들리는 새로운 국면에 맞닿은 기업들은 실제로 어떻게 또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지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상과 현실의 높은 벽 속에서 여유가 있어야 선의도 베풀 수 있고, 도움도 능력이 있어야 줄 수 있지 않겠는가?
우리 회사도 분명 큰 규모의 회사가 아니고 재정적인 여유도 많은 회사가 아니다. 계획대로 되지 않고 예상했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우리에게도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 언제든 올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슨 자신감인지 사업 초기부터 적어도 우리 회사는 인정사정 없이 돈만 버는 회사로 기억되지 않는 바람을 실천으로 옮기기로 결심했다. "우리 돈 많이 벌어서 보란 듯이 후원하자"라는 생각보다는 "적어도 1년 한번은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찾고 그 사람들에게 우리 마음을 전하자"라는 생각이었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ESG 때문도 아니다. 세금 감면 이유는 더더욱 아니다. 그저 우리의 마음을 나누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했던 것이 Awesome People이라는 캠페인으로 매년 우리 사회 내 소외계층을 직접 찾아가고 이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넓히는 캠페인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행복>을 누리고 우리 사회가 조금 더 멋지고 밝은 세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시작했다. 잘 나온 사진과 보도기사 형태의 단순 후원에서 그칠 수도 있겠지만, 우리만의 잔치가 되지 않길 바랬다. 더 많은 사람들이 소외계층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도록 동영상으로 남기고 공유하고 싶었다. "이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착한 기업 코스프레하는 거 아니냐?"라는 질책이 있을지언정, Awesome People 캠페인은 적어도 일 년에 한 번은 우리가 왜 돈을 벌어야 하고 우리는 우리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느냐라는 어렵고도 본질적인 질문에 대한 답변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5번의 캠페인을 진행됐고 앞으로도 Awesome People 캠페인이 지속되길 바래본다.
두 번째로 우리만의 ESG를 적용한 부분은 제품과 관련된 부분이다. 우리 회사의 주축이 되는 브랜드의 대부분의 제품에는 Beads(비즈)라는 충전재를 사용한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비즈는 EPS 또는 EPP라는 소재로서 전문용어로 각각 발포폴리스티렌과 발포 폴리프로필렌이라고 불린다. 비즈마다 각각 특성이 다르지만 동글동글한 이 소재들은 빈백 소파, 바디필로우, 캐릭터 인형 등등 다양한 제품의 충전재로 사용되고 있고 신체의 고유 움직임에 따라 변형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Yogibo, Fatboy, Big Joe와 같은 글로벌 빈백 브랜드 또한 솜, 스펀지, 라텍스와 같이 일반 소파에 들어가는 소재를 사용하지 않고 비즈라는 특수한 소재를 사용한다. 간단히 이야기하면 비즈는 가벼우면서도 편안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EPS와 EPP와 같은 비즈 또한 단점을 가지고 있다. 사용감에 따라 제품이 "줄어드는" 단점이다. 이는 비즈의 알갱이가 무게에 의해 수축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것이 빈백 소파의 유일한 단점이나 가장 큰 단점일 수 있다. 마치 내연기관 자동차를 오래 동안 사용하기 위해 엔진오일을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는 것처럼 사용감에 따라 비즈를 충전해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엔진오일을 교체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은근히 귀찮은 일이다. 처음 해본 사람의 경우, 교체 주기도 언제인지 모르겠고, 바쁜 시간을 쪼개어 정비소를 가야 하며, 평균 50,000~150,000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비즈 또한 유사하다. 자가 충전을 할 수 있긴 하지만, 부단히 귀찮은 일이고 돈도 든다. 이러한 이유로 빈백소파의 구매하는 자체를 꺼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경량성과 편안함은 그대로 유지되면서도 충전을 하지 않아도 되는 빈백은 없을까?
이 질문에 해답을 찾기 위해, 우리 회사는 수년간 고민했고 많은 시도와 도전 끝에 기존 비즈 대비 6~10배 내구성이 향상된 비즈를 개발하여 특허 등록했다. 요기보 하이브리드라는 이름으로 제품도 출시되어 고객들의 불편함을 현저히 줄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이브리드라는 단어의 의미처럼 아직 전기차 수준의 완벽한 비즈는 아니다. 하지만, 1년에 한 번씩 엔진오일을 교체했다면 이젠 최소 4~5년, 많게는 7~8년마다 엔진오일을 교체할 수 있게 되었다. 더욱더 중요한 것은 하이브리드 비즈의 주원료는 매트리스 생산공정 부산물을 업사이클링 한 부품이라는 점이다. 돈 주고 폐기해야 하는 공정부산물을 빈백 소파 용도로 가공하여 전 세계 최초로 제품화에 성공하였고 요기보의 경량성, 편안함, 실용성, 기능성 모두 유지하였다. 현존하는 비즈 중 가장 친환경적인 비즈라고 자부할 수 있다.
리사이클링과 업사이클링(Upcycling)으로 만드는 것이 하나의 문화처럼 정착되고 있는 것이 요즘 추세이다. 하지만, 우리 회사의 하이브리드 비즈는 처음부터 이런 트렌드를 의식하고 만들어진 제품은 아니다. 빈백(Beanbag)의 고질적인 문제이자 고객의 불편함을 해결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EPS와 EPP의 근간이 화학 소재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양한 첨가제와 촉매제를 통한 화학반응을 가장 먼저 시도했고, 국내 유명 연구소와의 전자선 조사를 통해 비즈를 가교시키는 접근방식도 취했다. 하지만, 그 어느 방법으로도 합리적인 가격을 유지하면서도 현 제품의 편안함을 유지할 수 없었다. 우리 문제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접근했고 결국 업사이클링이 답이라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적어도 그동안의 수고에 대한 최상의 임시 답변은 얻은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