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 of a Bean bag
세상에는 참으로 많은 백(bag)이 존재한다. 종이백, 아웃도어백, 카메라백, 드럼백, 아코디언백, 오버나이트백, 오페라백, 칵테일백, 사파리백, 보스턴백, 크로스백, 클러치백, 파우치백, 토트백, 숄더백, 더블팩, 러기지백, 메신저백, 웨이스트백, 켈리백, 백인백, 에코백 등등 정말 과하다 할 정도로 많은 백이 존재하고 문명인이라고 불리는 현대인들은 백(bag)을 정말 사랑한다. 보통 백의 경우, 소지품을 넣고, 보호하고, 편하게 이동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소위 말하는 에르메스, 샤넬, 블가리, 디올, 루이비통 같은 명품백은 소지하는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을 대변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명품백들은 화려하고 컬러풀하며, 브랜드의 아이덴터티를 대변하는 로고와 컬러가 돋보인다. 멀리서만 봐도 명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우리도 백(bag)을 판다. 일명 콩가방이라는 빈백(Bean Bag)이다. 보통 백(bag)과는 다르게 우리의 콩가방 빈백은 소지품을 담거나 옮기는 이동하는 용도로 사용하지 않는다. 콩처럼 생긴 수 천 만개의 비즈(Beads) 알갱이들을 일부러 빼서 소지품을 담겠다는 고생스러운 생각을 하지 않는 한, 콩가방은 일반 백과는 다른 용도로 사용된다. 적어도 우리가 판매하는 콩가방은 앉고, 기대고, 눕는 용도로 사용하고 기본적으로 편안함이라는 가치를 선물한다. 이쯤에서 궁금해지는 것이, 그렇다면 빈백(bean bag)은 누가 처음 만들었을까? 메종 샤넬을 만든 코코 샤넬처럼 빈백을 처음 만든 사람이 존재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 사람은 세상에 다양한 의자, 소파, 침대도 많은데 왜 빈백을 만들었을까?
빈백의 시초는 지금의 빈백과는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추정한다. 앉고, 기대고, 눕는 오늘날의 소파 형태가 아닌 콩이나 자갈돌을 작은 파우치 또는 헝겊 주머니에 넣어 공 같은 형태의 놀이용으로 사용되었다. 요즘 운동회에서는 찾아보기 힘들 수 있으나, 최초의 빈백은 높이 세운 장대 위에 세운 박을 터트리게 위해 던졌던 오자미(오재미)와 유사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오자미는 지금도 콩주머니라고 불리고 콩이나 모래를 넣고 실로 꿰맨 형태이다. 유사한 현상은 동물들의 방광에 건조된 콩 또는 옥수수를 넣어 놀이용 공처럼 사용한 북미 원주민들과 콩과 자갈을 가죽 파우치에 넣어 놀이용으로 사용한 고대 이집트인들 사이에서도 발견된다.
이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근거는 영어 사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1. 앉는 용도로 사용되며 작은 플라스틱 조각으로 채워진 매우 큰 천 소재의 *백(Bag)
2. 공(ball)으로 사용되며 콩 또는 작은 플라스틱 조각으로 채워져 있는 천 소재의 작은 *백(Bag)
*Bag이라는 다의어가 가지고 있는 여러 의미를 상실하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가방'이라는 단어 대신 '백(Bag)'이라는 외래어로 번역함.
시대의 흐름에 따라 콩과 옥수수가 썩지 않는 플라스틱 합성수지로 대체되었지만, 2번의 사전적 의미는 앞서 언급한 오재미 형태의 소형 백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요즘 아이들 키우는 집이라면 하나씩은 있다는 빈백은 1번의 사전적 정의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1번의 정의에 따른, 앉는 용도로 사용되며 플라스틱 조각으로 채워진 요즘 빈백 형태의 백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누가 가장 먼저 만들었을까?
빈백 디자인의 시작은 아마도 1967년에 영국 출신의 디자이너이자 퍼블리셔인 윌리엄 로저 딘(Roger Dean)이 디자인하고 디자인 특허를 낸 성게 의자(Sea Urchin Chair) 일 것이다. 로저 딘의 성게 의자는 쿠션감이 있는 폼을 여러 넣어 붙인 후 다양한 종류의 모피로 커버로 씌웠다. 현재 영국 런던에 있는 Vitoria and Albret 박물관에 비치되어 있는 로저 딘의 성게 의자는 꽃잎 형태, 공 모양, 회전 타원체 구조라고 불리며 오늘날의 빈백처럼 하중을 받으면 변형되는 탄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로저 딘의 성게 의자는 이름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빈백이 아닌 의자라고 불렸고 콩을 대체하는 플라스틱 비즈(beads)를 사용하지 않아서인지, 현대 빈백의 시초이기보다는 빈백의 기초석이라도 표현하는 것이 업계의 분위기이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빈백이자 첫 번째 빈백은 1969년 이탈리아 Zanotta Design사가 만든 빈백을 세계 최초의 빈백이라고 본다. 독특하면서도 예쁘고, 유지보수가 쉬우면서도 편안한 특징을 가진 Zanotta Design의 창의적 빈백은 이탈리아 현대주의 운동(Italian Modernism Movement)에 영향을 받아 폴리에틸렌과 같은 신소재를 사용해 고객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후 Zanotta Design의 독특한 빈백 디자인은 Sacco (이탈리어, '가방(bag)')라는 이름으로 현재까지 판매되고 있다.
기존의 보수적인 의자 디자인을 벗어난 안티-디자인(Anti-Design)을 표방한 가죽 커버 형태의 빈백은 형태와 각이 없으며 의자-아님(Non-Chair)를 지향했다.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빈백의 상용화는 그야말로 하루아침에 대박을 쳤고 유럽 전역과 미국으로 그 인기가 이어졌다. 70,80년대를 거치면서 빈백의 소재와 충전재가 더욱더 다양해졌고, 가볍고 이동하기 편하다는 점에서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의 많은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또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빈백이 감각 문제(Sensory issues)가 있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며 허리 수술 환자들의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전문의들 또한 빈백을 추천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학교, 도서관, 휴게실, 경기장, 호텔과 리조트, 카페, 식당, 영화관 등등 다양한 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빈백이 어느덧 50살의 나이를 먹고 있다. 빈백 또는 빈백 소파라고 불리는 콩 가방(Bean bag)은 이제 단조로운 용도, 색상, 형태에서 벗어나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하여, 의자뿐만 아니라 한 가지 제품을 소파, 침대, 리클라이너 형태로도 사용하면서 2세대 빈백 시대를 열었다. 실내뿐만 아니라 야외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소재로 만든 콩가방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수영장, 공연장, 페스티벌 같은 곳에서도 약방의 감초가 되어가고 있다.
이탈리아의 급진적 디자이너들이 만든 빈백은 이제 하나의 디자인 아이템이 아니다. 고대 이집트인들이 놀이용으로 만든 오재미 형태의 파우치는 더더욱 아니다. 콩가방이라는 불리는 꽤나 흥미로운 아이템은 틀에 박혀있고 우리의 창의성을 무너트리는 각진 형태의 기존 가구들에 대한 도전의 상징이다. 빈백은 직사각형의 거실에 놓인 크고 작은 직사각형 소파를 대체하기 시작했고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신개념 편안함을 선물하고 있다. 단순히 아이들을 위한 귀엽고 깜찍한 의자 형태를 넘어 심리적 안정감은 높여주면서도 신체적의 중압감은 현저히 낮춰주는 힐링템이 되기도 한다. ADHD, 만성피로증후군, 불면증, 재활치료와 같은 현대인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질병에도 도움이 되는 제품으로도 진화하고 있다. 콩가방의 진화는 어디까지 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