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unching the first brand
가끔 미국 드라마를 보다 보면 분명 한국 또는 한국인에 대한 연관성이 전무한 역할인데, 서양 배우가 "My name is Kim(킴)", "I'm Lee(리)"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경우가 있다. "저 킴과 리는 부모님이 미국으로 이민 간 교포 2세? Kim과 Lee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성씨니까 한국 사람과 결혼해서 성이 바꿨나?"라는 엉뚱한 상상을 하며 줄거리에 한국적인 요소를 끼어 맞추려고 했던 우픈 경험이 있다. 서양 문화에 대한 이해력이 늘어가면서 Kim과 Lee가 미국과 유럽에서 종종 사용하는 이름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혼자 허망하게 웃었던 기억이 난다.
우리 회사의 첫 아이의 영어 이름은 Yogibo. 한글 이름은 요기보다. 발음이 어렵지 않아서인지 많이들 한국 또는 일본에서 태어난 아이라고 생각한다. 흔하지는 않지만 '요'라는 성씨가 실제로 존재해서인지 성은 요이고 이름은 기보가 아니냐라는 농담 섞인 질문을 종종 받는다. 많은 사람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첫 아이의 출생지는 미국이다. 이름에서는 미국 감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지만, 2009년 미국 북동부 뉴햄프셔(New Hampshire) 주에서 태어난 미국 토박이이다.
미국 아이의 친아버지인 에얄 레비(Eyal Levy)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에얄은 창업가 집안 출신으로 장난감 & 완구 제조업을 했던 할아버지, 플라스틱 엔지니어링 관련 사업을 했던 아버지까지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을 즐기는 집안이다. 다국적 기업 Intel를 포함해 다양한 회사에서 좋은 대우를 받으며 다소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었지만, 결국 집안 내력에 따라 30대 중후반의 나이에 창업을 결심한다. 13년이라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당시를 돌이켜 보면, Yogibo의 시작은 정성이 낳은 우연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하다.
그 정성과 우연은 빡빡한 이민 생활 속에서 피곤이 만연하게 쌓여갈 때 에얄에게 찾아온 깜짝 선물, 바로 아내의 임신에서 시작된다. 사랑하는 아내에게 최고의 선물을 하고 싶었던 에얄 레비는 아내가 편히 기대고 쉴 수 있는 쿠션을 선물하고자 했다. 소위 미국에서 잘 나간다는 브랜드의 쿠션을 사방팔방 알아보고 사용해봤지만, 그 어느 제품도 에얄 레비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국, 지구 상에서 가장 편한 쿠션을 만들겠다는 마음 가짐으로 지하실 한 편에서 밤잘 설치며 직접 다양한 소재를 자르고 입히면서 완성한 쿠션이 바로 요기보의 시작이다.
한 브랜드의 시발점을 생명체의 태동 과정에 비유한다는 사실 자체가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태아가 엄마 뱃속에서 인간의 지식으로 모두 다 이해할 수 없는 다양한 변화를 견뎌낸 후 세상에 나오는 것처럼, 브랜드에도 말 못 할 인내와 수고의 시간을 견뎌낸 후 태어난다는 유사한 맥락점 관점이 존재한다. 적어도 브랜드라면, 정체성을 대변할 수 있는 이름에 대한 고민부터, 컬러와 스타일, 가치와 가치관 속에서 키울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 속에서 세상의 한 줄기 빛을 보게 된다. 아이를 키워보지 않은 사람이 육아와 양육의 과정을 100% 공감할 수 없듯이, 브랜드를 직접 만들고 키워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과정을 절대 알 수 없을지 모른다.
전 세계 부모에게는 다 있을 것이다. 사랑스러운 우리 아이가 자라 갈수록 예쁘고 건강한 아이로 성장했으면 하는 그런 마음 말이다. 첫 아이의 아버지인 에얄 레비를 만났을 때 요기보를 멋진 아이로 키우고 싶은 진실한 마음이 가슴 깊은 곳에 전해졌고 끝내 요기보를 한국으로 "입양"하기로 결정했다. 에얄 레비가 사랑하는 아내에게 최고의 선물을 주고 싶었던 소중한 마음과 건강하고 멋진 아이로 키우고자 하는 간절한 부모의 심정으로 2016년 7월 이후 지금까지 첫째 아이, Yogibo를 돌보고 있다. 아직은 아이돌 스타처럼 모두가 다 알만한 아이는 아니지만, 다양한 환경의 변화를 이겨내며 세상에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루 하루 함께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