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일까? 욕일까?

by 요고코드

- 관장님: 포트폴리오를 보는데 작가님의 그림도, 글도 참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글을 아무리 읽어 봐도 그림이 읽히지 않아서 궁금해졌어요. 대체 이 작가는 어떤 사람일까? 하고 말이에요.

- 요고코드: 아... 하하하 그러셨구나...

- 관장님: 지금부터 제가 드리는 말씀은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말고 들어 주셨으면 좋겠어요. 이번에 전시 계약을 하면 저와 작가님은 파트너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드리고자 적극적으로 조언을 하려고 하는데, 괜찮으시겠어요?

- 요고코드: (후덜덜) 네... 그런데 어쩐지 조금 무서워지는데요;;;

- 관장님: (노트북을 펼치며) 포트폴리오를 열어놓고 이야기를 나눠 볼까요? 우선 이 그림을 설명해 주세요.

- 요고코드: (매우 진지하게, 주저리주저리 설명 시작)

- 관장님: 흠... 과연 관람객들도 이 그림을 그렇게 바라보고 공감할 수 있을까요?

- 요고코드: 글쎄요, 거기까지 생각하며 그림을 그리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저는 그림을 제 삶 속의 고난과 요동치는 감정을 승화하는 도구로 사용해 왔거든요.

- 관장님: 그래 보여요. 작가님 그림은 보는 사람을 고려하고 있지 않아요. 계속해서 자기감정의 배설물 정도로 그림을 그린다면 상관없겠지만, 작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그림으로 관람객과 소통할 수 있어야 해요.

- 요고코드: (꾸중들은 아이처럼 풀이 죽어서는) 네에..

- 관장님: (요고코드의 눈치를 살피며)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 작업은 단순히 작가님의 작품을 흠잡고 단점을 꼬집으려는 의도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 주세요. 작가님의 그림들을 보면 색감과 구도가 매우 천재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엄청난 재능과 에너지를 가진 분이라는 게 보이거든요. 그런데 모두 강강강강으로 표현이 되어 있어서 숨 쉴 틈이 없다고 해야할까요? 너무나 신선하고 좋은 식재료를 가졌지만 맛없는 음식을 만들어 놓은 듯이 말이에요. 온갖 좋은 보석을 가졌지만, 헤라클레스처럼 엄청난 힘을 가졌지만 조절이 안 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 작가는 왜 이렇게 완급 조절이 되지 않을까? 너무 궁금해졌어요. 우리가 작가님을 선정한 이유는 바로 이거예요. 제 이야기를 들으니 어떤 느낌이 드세요?

- 요고코드: (정신줄을 부여잡으며) 하하.. 하하하... 이런 피드백은 들어 본 적이 없어서 충격적이에요. 되게 좋고 감사한데 되게 부끄러워지기도 하는걸요;;;

- 관장님: 그렇죠? 성장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 관장님: 그리고 작가님의 모든 그림에는 꽃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유를 설명해 주시겠어요?

- 요고코드: 제가 꽃을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 관장님: 꽃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요고코드: (어버버 어버버하며) 꽃은... 제가... 그러니까... 아 왜 이렇게 생각이 안 나는 걸까요?

- 관장님: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하셨을 수도 있겠네요. 벌써 1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어요. 시간이 정말 빠르지요? 기차 시간이 다가오니 오늘은 여기서 정리를 하도록 할까요? 앞으로 여러 차례 작가님이 새롭게 작성하실 작가노트를 바탕으로 인터뷰를 진행할 거예요. 단순히 전시만 하고 끝낼 수도 있지만, 저는 잠재력이 있는 작가님이 화가로서의 정체성을 발견하고 성장하시길 진심으로 바라며 이 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 주세요. 그리고 관람객과 그림으로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차근차근 알려드릴게요.

- 요고코드: (다시금 정신줄을 부여잡으며) 네에...너무 감사해요... 저도 생각을 정리해서 얼른 작가노트를 다시 작성해 보겠습니다. 감사해요.



부남 빌딩에서 나와서 낙원상가 쪽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우면서 무거우면서도 휘청거리면서도 반듯하면서도 갈피를 잡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너무나 예상치 못한 큰 칭찬과 또한 예상치 못한 피드백에 과부하가 걸린 상태랄까?


하지만 뇌가 터질 것 같은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단 하나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것은 내가 성장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