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gree Dec 01. 2017

고래의 꿈

먼 나라 미인의 한해 정리 

고래는 흔히 우리 인생의 아주 큰 이벤트 또는 극도의 외로움을 의미한다. 고래는 큰 꿈이나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이고 어떤 어려움도 극복해 내는 힘과 의지를 나타낸다. 


Stop worrying because everything will be okay. 


홈리스로 한 곳에 한 달을 머물지 못했던 나의 지난 일 년, 시간을 내어 앉아 노트에 빽빽이 적어 내려가는 올해의 일들에 난 헛웃음을 지어 보기도 하고 코끝이 갑자기 찡해 눈을 이리저리 돌리기도 한다. 참 짧기도 했고 너무나 길기도 했던 그 순간순간이 그저 고래의 꿈같다는 생각이 든다. 


인생이 원망스러울 만큼 허망하더라도 

인생을 통으로 생각해 보면 왜곡의 조각으로 혹은 자기 합리로 진실의 기억이 아닐 가능성이 다분하나, 

순간순간의 기억은 거짓을 말하지 않으니까. 그러니깐 괜찮다. 


원래 잠시 쉬어 가려했던 짧은 계획이 다분히 길어지고 꽤 멀리 까지 왔으나 그 또한 나의 영역, 내가 해 낼 수 있는 만큼이라고 믿으니 괜찮다. 

집도 없이 큰돈도 없이 전 세계를 누비며 품위 유지하며 최고의 홈리스로 지내고 있는 지금도 이런 반문을 하며 매일 아침 눈을 뜬다. 나는 왜 이곳에서 눈을 뜨는가. 


나는 당장 이주 후에 어디에서 눈을 뜰지 알지 못한다. 심한 계획 쟁이인 내가 이런 극도의 불안을 느끼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마 고래의 꿈이 아닌 듯싶다. 어느 날 그가 내 안에 들어왔고 인생의 아주 큰 이벤트를 위해 극도의 외로움을 견디어 낸다면 나조차 무엇인지 모르는 나의 꿈이 이루어지는 허상을 준다는 것. 


나는 종종 친구들에게 나는 야망이 가득한 여자라는 말을 많이 한다.  내가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더 잘 살 것 같은 마음, 내가 조금만 어른이 되면 모두가 나를 알아봐 주고 인정해 줄 것 같은 희망, 그것은 허상이다.. 난 이상하게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인생의 끝에  아무것도 없을 거라는 어두운 생각을 해 왔다. 내게 야망이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매일, 순간순간을 최고로 살아가는 마음, 그것이 야망이다. 


야망이 가득한 내 안에 고래를 만났으니 

난 아마 한동안은 멈출 수 없을 것 같다. 

다행히 고래는 영물이라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기도도 해 주고 

먹이도 던져 주고 근방 가까이엔 아무나 못 들어오게 보살펴 주기도 한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달빛 가득한 밤바다도 유유히 거닐 수 있다. 




Yogree는 이것저것 하는 것 좋아하는 문어 성질의 유목민으로 뉴욕, 밴쿠버, 한국, 호찌민을 나누어 살고 있습니다. 12월은 베트남과 한국에 거주 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약국 할아버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