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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마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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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영신 Jun 27. 2021

단단해진다는 것.

스스로에 대하여





나는 생각보다 단단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깊은 착각이었다. 예상보다 쉽게 무너졌고,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생각해보니 스스로를 단단한 사람이라 규정해왔던 시절이 조금은 우습게 다가온다. 감출 수 없는 빈틈을 부정하고, 이를 감추기 위해 늘 딱딱하게만 살아왔던 게 다소 오만으로 다가오는 요즘이다. 나는 그저 자신을 잘 속여왔을 뿐이다.


최근에 만났던 사람들은 이제야 이실직고한다.
가끔은 내가 약한 척이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굳이 매일같이 담금질을 해가면서 살아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그런 사람이었구나.

그래서 요즘은 가끔씩 혼란을 경험한다.
유약해진 마음의 빈틈 사이로 여태껏 알지 못했던 현실이 자꾸 스며들려 하기 때문이다.

약해질 필요도 있다는 그 말들이 자꾸 내 일상을 파고든다.
기분이 나쁘진 않지만 그렇다고 좋지도 않다. 그냥 이상한 기분이 든다. 약해질 필요가 있다.

그냥 솔직해지라는 이야기인 것 같다.
내가 짊어질 삶의 무게와 책임지고 싶은 타인의 삶에 대한 부담을 조금은 내려놓고, 기분 좋게 살아갈 만큼만 부담을 가지라는 이야기로 들린다.

나는 여태까지 너무 투철한 강박에 살아왔나 보다.
누군가의 삶에 스며들기엔 너무 우직하게 살아왔나 보다.

일순간에 바뀔 것이라 스스로에게 기대도, 약속도 하지 않는다. 다만 필요성을, 그리고 다른 무언가를 느끼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변화의 시작은 생각의 전환일 테니깐.

늘 내게 숙제와도 같았던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숙제가 얹어진 기분이다. 슬픔 속에서 좋은 기분이 차오른다. 비록 아픔을 딛고 일어서야 하는 현실이지만, 나는 내가 건강하게 일어서리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꿈을 이뤄내리란 믿음 또한 변함이 없다.

나는 늘 모든 가치의 끝자락에 서려있는 ‘사랑’에 대한 본질에 대해 아로새기고, 그 힘으로 내일을 맞이할 것이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내 삶의 사명이고, 앞으로 더 건강한 방식으로 내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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