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작가 Jul 06. 2017


어반 자카파, <재회>

[음악 에세이] 곁에 있는 당신을 그리워하며

재회

어반 자카파


앨범명 : 2집 02
발매일 : 2012년 10월 30일
아티스트 : 어반 자카파(Urban Zakapa)
작사/작곡/편곡 모두 권순일

그리고 우리는
서로가 모른 척
어색한 눈인사 건네며
그렇게 애써 웃겠죠
해주고 싶은 말
듣고 싶었던 말
수많은 말들을 남긴 채
그렇게 스쳐가겠죠

다시는 못 볼 것만 같았던
우리 마주하는 모습 
지금 이곳에 있죠

늘 소원처럼
간절히 바래왔던 순간
내겐 아무런 준비 없이
쉽게도 찾아 온 거죠

*Repeat

아직 그대로인
내 마음 혹시 보일까 봐
차마 다가갈 수도 없어
그 모습 바라만보죠

조금 많이도 변한 그대 모습 
낯설어서
내가 알던 그대 그 모습들을
찾으려 해봐도




장작가의
요거트라디오



반지하 안쪽에 자리하던 그 집.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던 10월의 어느 날,
유난히 그 집에선 빗소리를 자주 듣곤 했다.

남의 집이었지만, 내 집마냥 편했다.
내 몸뚱아리 떼굴떼굴 두세 번 구르지도 못할 만큼 좁은 집.
창문 위로 미니 슬레이트 지붕이 있어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제법 신명 나던 집.

그때 나는 집주인 없는 빈집에서
이 노래를 즐겨 들었다.

가사가 전하는 이야기에 감정을 내맡기는 나는
그 당시에도 분명, 누군가를 떠올리며 이 음악을 들었다.

재회.
만날 수 없는 사람이지만,
언젠가 만난 날의 이야기.
구슬프게 그날을 기약하며 목소리로 눈물짓는 사람들.

곁에 없는 기억 속 그대여야 하는데,
우습게도, 그때 나는 지금처럼 집주인을 떠올렸다.
곧 있음 나에게로 뛰어올 집주인을.
내 손을 놓지 않으려 노력하던 그 사람을.

음악 취향이 같다며
이 아티스트의 모든 음악을 내 손에 쥐여주고
집을 나선 집주인을 떠올렸다.

그런 줄도 모르고
그 사람은 낮은 음색으로 
이 음악의 음표 하나하나를 짚어갔다. 

그토록 치사한 계집애는
사랑 한가운데 서있던 그 사람 곁에서
재회의 그날을 떠올렸다.

떠나야 재회가 있는 법.
그 사람 곁에서 재회를 떠올리는 나는
이미 떠날 마음의 채비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집주인이 곁에 없는 지금,
남들과 같은 의미의 '재회'를 그리고 있지만
앞으로도 그것을 바라고만 싶다.

마음의 이정표가 그 사람을 향해 있지 않다면
괜한 재회는 모든 것을 흩트려놓기에.

스탠드 조명 아래
빗소리가 가득하던 집에 머물던 사람.
강아지 같은 눈망울로 내 품에 뛰어들던 사람.
그저 그렇게, 내 기억 속에 머물렀으면...




# 어반 자카파 <재회>




@YogurtRadio

매거진의 이전글 누군가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 박웅현 <책은 도끼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