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문학 (호시 싱이치 단편)
그것이 사라지고 얼마 없어서 하루코(春子)는 손으로 이마를 누르면서, 중얼거렸다.
"아, 또 그 발작이었네. 왜 그러는지 영문을 모르겠다니까. 갱년기 증상인가?"
고통이나 아픔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 면에서는 전혀 괜찮았다. 다만, 이상한 느낌만 남았다.
그것은 예고 없이 일어났다. 글자가 나타났다. 예를 들면, 벽 위에. 돈 … 도..ㄴ.. 이 … 갖고 싶으냐 …. 도..ㄴ.. 도…ㄴ…이 …….
처음에는 하루코가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가 낙서를 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지우려고 젖은 타올을 가지고 돌아오니, 어느새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가까이 가서 확인을 해 보았지만, 아무런 흔적도 없이 깨끗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익숙해진 것도 같은데, 그리 좋은 기분은 아니다.
처음 그런 일이 있을 때는, 심장이 멎을 정도로 깜짝 놀랐다. 지인의 장례식이 있어서, 조문용으로 사용할 봉투를 사 왔다. 봉투를 열어보니, 그 안에 이런 글이 …….
잠시동안, 몸이 얼어붙어서 움직일 수 없었다.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정신을 차려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확인을 하려고 했다. 그러자, 글자 같은 건 없고, 백지 그대로였다. 일종의 환각이었던 것 같았다.
이 점을 제외하면, 하루코의 생활에 이렇다 할 불만은 없었다. 살고 있는 곳은 교통이 편리한 곳의 맨션. 호화롭고 넓어서 제법 고급이었다. 말하자면, 물질적인 불만은 전혀 없었다. 그리고, 정신적으로도.
하루코는 원하는 데로 살아왔다. 미인인 데다, 어느 정도 예술적인 재능도 가지고 있었다.
외국에도 자주 나갔고, 풍요로운 날들을 즐겼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자신을 돌아볼 때, 이제는 나이도 들어버렸고, 어느 정도의 재능만으로는 세상을 살아갈 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럴 때, 지금의 남편과 만났다.
"사랑합니다. 과거에 대해서는 일체 문제 삼지 않을게요. 고생도 시키지 않겠습니다. 저와 결혼해 주세요."
누군가 의지할 대상이 필요할 때였다. 게다가 나쁘지 않은 이야기였다. 잠깐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고, 이윽고 프로포즈를 받아들였다.
더 이상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그녀의 마음은, 이미 그에게 가 있었다. 하지만 남편은 그녀보다 나이가 훨씬 많았다.
불안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런 불안감도 어딘가에 사라져 버렸다. 생활의 여유라면 필요 이상으로 충분했다. 남편은 재산을 운용하는 재능이 있었고, 게다가 하루코를 진심으로 사랑해 주었다. 보이지 않는 것이었지만, 그녀에게 있어서, 사랑은 확실한 것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발작이었다. 결혼을 하고 나서부터, 그 발작이 시작된 것이었다. 일 년에 한 번, 두 번 정도로 글자의 환각현상이 그녀를 덮쳐왔다. 출현하는 장소는 천정, 마루, 속옷, 잡지의 여백, 욕조, 장소에 관계없이 나타났다.
남편은 거금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나타나는 글에 신경이 쓰였다. 솔직히, 수입이 불안정한 남자였다면, 결혼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상상했던 이상으로 재산이 있다는 것은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그런 환각현상이…. 의사에게 상담을 해 볼까도 생각했지만, 환각이라는 것은 하루코 자신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정신적인 불쾌감을 제외하면,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치료법이 있다고는 생각할 수도 없었다. 의사는 아마도 너무 행복한 것이 원인이 라고 말할 것이다.
남편에게 말하는 것도, 망설여졌다. 마음 깊은 곳에, 돈을 보고 결혼을 했다는 것을 숨기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 정도는 참아야 하겠지. 불편한 것은, 발작 후 잠시 잠깐이었다. 그 외에는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행복하다고 해야 할 상태로, 세월은 흘러갔다. 남편은 나이가 들어, 병이 나서 자주 입원을 하게 됐다.
설비가 잘 되어 있는 병실. 문병을 온 하루코에게,
남편은 말했다.
"의사 선생이, 어물쩍 넘어가려고 하는데, 이번에는 가망이 없는가 보오. 얼마 남지 않았어."
"왜 그런 말씀을 ……"
"당신에게는 감사하고 있오. 같이 지낼 수 있어서 정말 즐거웠오. 미련이 있다면, 당신하고 혜어지는 거요."
"그런 말씀 마시고, 힘을 내세요"
"그래서, 조금 기간을 연장한다고 한들, 얼마나 더 살 수 있을 것 같소. 그런데, 내 재산에 대해서인데, 무엇으로 돈을 벌었는지 말을 하지 않았지만, 듣고 싶다면 이야기하리다."
"서로, 과거에 대해서는 상관하지 않기로 약속했는데, 말씀하고 싶으면 하세요"
"이전에, 돈 많은 여자와 결혼한 적이 있었오. 결혼하고 나서 바로 그녀의 본심을 알게 됐지.
나를 돈으로 산 것처럼 대했지. 나 또한 참을 수 없었오. 둘이서 외국에 여행했을 때, 치안이 안 좋은 나라에 들려서, 거기서 ……"
"죽였군요."
"음… 발각될 리도 없고, 당신과 결혼했을 때는, 이미 시효가 성립되었고. 그 유산을 운용해서, 돈을 모으게 된 거요. 당신과 사랑이 가득했던 신혼생활. 인생이란 이래야지. 나는 현실주의자요. 아무런 후회도 없오. 돈은 자유롭게 써요. 괜찮소. 한동안 신경이 쓰였지. 어떠한 모습으로든, 죽은 자로부터 메시지가 오지 않을까 해서…… "
<오래전에 번역한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