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재회주파수" 검색했니?

관계 안에서만 존재감이 살아나는 사람.

by 요흔

당신은 사랑했고, 이별했고, 이제는 재회를 바란다.


유튜브에 검색한다.

"재회하는 방법", "재회운", "재회주파수", "공백기"

재회주파수라니.. 연관검색어 상위에 노출되는 재회주파수라는 단어가 어이가 없어 시선을 멈췄다.

심지어 재회주파수라는 영상은 100만 조회수를 훌쩍 넘기고 있었다.


사람들 중 이별 후, "나는 재회를 하고 싶어"라고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

상대가 얼마나 별로였는지, 나의 이별이 얼마나 이로운 것인지, 이별 후 자신의 삶이 얼마나 더 빛날지 이야기한다.


그리고, 잠들기 전 "재회주파수"를 검색하는 모양이다.




우리는 나의 내면을 타인에게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그럴 이유도 없다.

그리고 심지어 자신도 자신의 내면에 무엇이 꿈틀대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이별은 대부분 상처다.

사람은 마음의 상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항상 안간힘을 쓴다.

누군가는 이별 후 남은 미련을 떨치며 나를 보호하고, 누군가는 떠난 상대와의 재회를 고대하며 나를 지킨다.


서운함과 다툼으로 인한 순간의 감정, 조율되지 않는 현실적인 문제.

불편했던 감정이 해소되거나, 현실적인 상황이 바뀌거나.

재회는 정해져 있는 수순처럼 다가온다.


하지만, 재회를 바라는 대부분의 경우는 그렇지가 않다.

반복되는 갈등 속에서도 관계의 끝맺음을 어려워한다.


왜 그럴까?




아마 나를 지킬 힘을 잃어버려서 그런 것은 아닐까.

관계 안에서만 나라는 존재감이 살아나는 사람.

혼자서는 버틸 힘이 없다.

단순한 외로움이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나는 나의 삶을 산다.

하지만 상대의 관심 안에서 나의 일상 하나하나가 비로소 생기를 갖는다.

오늘 아침 얼마나 출근하기 싫었는지, 회사에서 선임 때문에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오늘 먹은 생선구이가 얼마나 맛있었는지, 길 가다 넘어진 남자가 얼마나 웃겼는지..

사소한 일상 하나하나가 그 사람으로 인해 내 삶에서 의미를 갖는다.


이제 그 사람은 없다.

외딴섬에 홀로 있는 기분.

친구도 가족도 그 빈 공간을 채워주지 못한다.

핏줄도 아닌 그 관계가 오롯이 나를 채우는 힘인 것이다.




이것은 단순 연애의 문제가 아니다.

생존의 문제다.

존재의 가치, 삶의 에너지가 그 관계 안에 있다.

스스로 인식하지도 못한 채, 나라는 사람이 그렇게 세팅되었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애착'이라고 부른다.

어린 시절, 충분히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한 아이는 자신만의 생존 전략을 만든다.

누군가는 매달리고, 누군가는 도망친다.

그리고 그 전략은 어른이 된 후에도 연애 안에서 고스란히 반복된다.

상대에게 매달리는 것도, 먼저 떠나버리는 것도, 어린 시절의 내가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었다.


상대의 연락 속도에 하루의 기분이 달라지고,

상대가 잘해줘도 그 마음이 진심인지 무의식 중에 매번 테스트를 한다.

이내 서운함이 커지면, '아.. 이 사람은 안 되겠어.' 생각하며 돌연 이별 선언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어이없게도 다시 재회를 바란다.

끝없는 반복이다.




뼈아프지만 우리는 나를 들여다봐야 한다.

내 안의 어린 나에게 말을 걸어야 한다.


"안녕, 어린 요흔. 난 네가 어려서부터 많이 외로웠다는 걸 알아. 사람과의 관계가 불편하고 서툴렀지. 하지만 걱정할 건 없어. 나는 너를 이해해. 너는 누구보다도 스스로에게 인정받고 있어. 이제는 누군가에게 매달리지 않아도 돼. 너는 혼자서도 충분한 사람이야. 네가 행복하길 항상 바라고 있어."


타인의 위로가 나에게 힘이 되는 순간들이 있지만, 내면의 나에게 보내는 위로만큼 강력하지는 않다.

아니, 이것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인정이다.

내가 나를 인정해 주는 것.

그것이 흔히 말하는 자존감이고, 나답게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다.


그 에너지 위에 관계는 유연함을 갖는다.

관계의 어긋남도, 관계를 지킬 힘도 원인을 나에게서 찾는 것이다.

나를 탓하라는 게 아니다.

나를 읽으라는 것이다.

내가 왜 이런 연애를 하는지, 왜 이런 감정이 반복되는지.

그 답은 상대에게 없다. 나에게 있다.

그것을 아는 순간, 나의 연애는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