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일이 만난 열다섯 번째 사람
립스틱이나 구두는 어떤 것을 사용하고 신는지에 따라 하루하루가 다채로워지는 마법 같은 아이템이에요.
이름 문경민
직업 NARS 프로덕트 매니저
좋아하는 아이템 립스틱과 구두
현재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모던 메이크업 아티스트 브랜드 NARS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을 하고 있고 주로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NARS에 조인하기 전에는 미국에서 첫 커리어를 시작했고 한국에 돌아온 이후에, LG생활건강에서 VDL이라는 메이크업 브랜드를 론칭했어요. 이전 회사에서는 제가 만든 브랜드와 제품을 국내뿐 아니라 해외로 진출시키는 역할을 했다면, 현재는 ‘NARS’라는 글로벌 브랜드를 한국 시장에 맞게 출시하고 그에 필요한 마케팅 활동을 책임지고 있어요. 한국 시장은 특수해요. 한국 소비자들은 뷰티 제품에 대한 이해도도 높고 기대치도 높아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이렇게 높은 수준의 소비자가 우리 브랜드와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항상 하고 있습니다.
학생일 때 뷰티나 마케팅과 관련된 공부를 했었나요?
학창 시절에는 로스쿨을 진학할 계획이었어요. 원래 학부 전공은 철학이었어요. 이중 전공으로 법학을 선택했고 사회학을 부전공으로 공부했죠. 하지만 결국 제가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일에 이끌려 화장품 업계에서 일하게 되었어요. 전 원래 탐미주의적인 성향이 있는 것 같아요. 아름다운 것을 좋아해요. 그래서 그런지 뷰티도 좋고, 미술도 좋아하고, 고유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들을 찬미하는 것이 좋아요. 무조건 예쁜 것이 좋다는 게 아니에요. 각각의 가진 개성, 고유한 가치가 좋고 그것들이 아름다워지는 과정을 보는 게 좋아요. 그리고 이러한 성향 때문에 뷰티라는 분야를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대학생일 때 백화점 1층은 저에게 천국과도 같은 곳이었어요. 보는 것, 발라보는 것, 심지어 냄새 맡아보는 것 모두 다 좋았어요. 관심이 많다 보니 자연스레 많이 알게 되었고, 자신감이 생기게 되었죠. ‘아, 이 일을 하면 정말 재미있게 할 수 있겠구나’ 하고요.
립스틱이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그리고 그 특별한 제품을 마케팅할 때 어떤 것들이 도움이 되나요?
전 어렸을 때 스스로를 굉장히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근데 스스로를 탐구할수록 이성보다는 훨씬 감성에 가까운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죠. 립스틱은 화장품 중에서도 굉장히 감성적인 제품이에요. 입에 닿는 감촉, 컬러, 립스틱을 바르는 행동 그 자체 등 이러한 것들이 다 감성의 영역에 있어요. 그뿐만 아니라 립스틱을 통해서 다양한 감정이 생겨나기도 하고,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그 나름대로의 역할을 하거든요. 립스틱은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가 가진 감성이 이러한 제품을 만들거나 마케팅하는데 많은 도움이 돼요.
철학을 공부한 게 뷰티와 관련된 기획이나 마케팅에 도움이 되나요?
제품 개발, 콘셉트 기획, 출시 전략은 현상만 가지고 도출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소비자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그들은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가지고 있을까?’ 등의 많은 생각의 과정을 필요로 하죠. 제품이나 마케팅 기획을 할 때 많은 아이디어를 쏟아 내야 해요. 그리고 그 아이디어를 정제하는데 많이 읽고 생각하는 습관들이 분명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무엇이 좋은 브랜드일까요?
대학 새내기 시절, 미술을 잘 몰랐을 때 MoMA에서 마크 로스코의 작품을 처음 경험했어요. 그의 작품을 처음 보았을 때 정신을 놓고 한참을 서서 감상을 했고 하염없이 그 작품에 빨려 들어갔어요. 정말 충격적이었죠. 미술관을 나와서 그에 대해서 찾아보았어요. 도대체 이 작가는 어떤 사람이길래 이토록 격정적인 감동을 주는 작품을 만들 수 있었는지 궁금했거든요. 그리고 마크 로스코는 자신의 그림과 보는 관람자 사이에 생겨나는 감정적, 경험적 교류를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전까지는 ‘잘 그린 그림’이면 좋은 그림이라고 생각했지만 마크 로스코를 본 후 제 생각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게 되었어요. 비언어적인 것만으로도 파워풀한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죠. 굳이 설명을 장황하게 늘어놓지 않더라도, 느낄 수 있고, 교감이 있으면 된다는 걸 알게 됐죠.
우리는 소비가 많은 시대에 살고 있잖아요? 온갖 광고가 모두 ‘나를 봐주세요, 사주세요’의 포인트로 메시지를 전달을 하지만 사실은 브랜드 스스로가 충분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면 소비자의 호응이 자연스레 일어난다고 생각해요. 그 매력이라는 건 브랜드 혼자의 것이 아닌 소비자가 가지고 있는 취향을 받아들이고, 또다시 감각적인 제안을 함으로써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브랜드는 기본에 충실한 가치를 제공하고, 억지를 부리지 않을수록 오히려 더 매력적이고 소통이 잘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반대로 매출과 같은 숫자에만 초점을 맞추면 많은 실수가 발생하는 것 같아요. 고객의 지갑을 한 번 열게 만드는 것이 브랜드의 궁극적인 목적이 아니잖아요? 고객과의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관계 구축이 중요해요. 그리고 이러한 관계는 절대 강요돼서는 안돼요. 브랜드와 고객과의 관계는 서로가 서로를 알아가고 사랑하고 신뢰를 쌓아가며 함께 길을 걷는 연인 관계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브랜드가 고객을 더 사랑하고 구애하는 입장이겠지만요.
요가를 꾸준히 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요가는 13년 정도 해오고 있어요. 저에게 요가란 굉장히 중요한 삶의 일부분이에요. 보통 일상에서의 주의는 외부를 향해 뻗어나가고 있잖아요. 하지만 한 번쯤은 이 주의를 내 안으로 향하도록 하는 것이 스스로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나와 나를 둘러싼 주변 세계와의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해주거든요. 몸은 ‘나’라는 개인을 담고 있는 신전 같은 곳이에요. 태어나서 평생 내 몸을 집으로 삼고 살아가죠. 단순히 몸을 만들기 위한 운동을 하는 것도 좋지만, 요가는 몸과 마음을 동시에 챙길 수 있어서 제 성향과 잘 맞는 것 같아요. 백발의 할머니가 되더라도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요가와 함께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뷰티에 관심이 있으면 당연히 패션에도 관심이 있을 것 같은데요. 스타일링에 신경을 많이 쓰시는 편인가요?
패션에 대해서 아직은 잘 안다고 스스로 말할 수 없지만 여전히 더 많이 알고 싶은 분야예요. 물론 화장품도 분야가 다양하고 넓지만 패션은 정말 무궁무진한 것 같아요. 저는 크게 패셔너블한 사람도 아니고 오히려 평범한 사람에 가깝기 때문에 저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는 것만으로도 성공했다 생각해요. 그래서 ‘나에게 어울리는 게 뭘까? 내 스타일은 어떤 걸까?’라는 걸 많이 고민하는 편이에요. 아직은 제 스타일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어요.
선호하는 브랜드가 있나요?
유니클로 같은 베이직한 브랜드부터 조금 더 비싼 브랜드까지 다양하게 선호해요. 특정 브랜드보다는 내 몸에 잘 맞고, 편하고, 어울리는 게 있으면 그냥 사는 편이에요. 대신 구두에 대한 취향은 분명한 편이에요. 구두 브랜드 중 마놀로 블라닉을 특히 좋아해요. 높은 힐이라도 의외로 편하고 디자인도 탁월해요. 그중 뉴욕에서 근무하던 시절에 산, 추억 깃든 마놀로는 수선도 세 번이나 해서 신고 있을 정도로 사랑하는 아이템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아이템이 있나요?
립스틱과 구두를 좋아해요. 립스틱은 저에게 업무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중요한 아이템이에요. 시간과 장소에 따라 원하는 색상을 큰 부담 없이 시도해볼 수 있는 것이 좋아요. 그리고 한 가지의 아이템만으로도 드라마틱한 변신을 할 수 있잖아요? 구두는 하루의 감정 상태를 결정시켜주는 아이템인 것 같아요. 스틸레토 힐을 신으면 모든 것을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겨요. 반대로 편한 로퍼나 플랫슈즈를 신으면 저의 하루도 편해지고 자세나 태도도 더 캐주얼해지죠. 립스틱이나 구두는 어떤 것을 사용하고 신는지에 따라 하루하루가 다채로워지는 마법 같은 아이템이에요.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으신가요?
계속해서 뷰티 업계에서 좋은 브랜드를 통해 소비자들과 소통하는 것이 제 업무적인 목표예요. 앞으로도 제가 좋아하는 코스매틱을 업으로 삼으며 즐거움을 찾고 싶어요. 삶 적으로는 사랑하고, 사랑받고, 균형감 있는 행복한 삶을 살고 싶어요. 주변과 공감하며 작은 것에도 감사하면서 살 수 있다면 성공한 삶을 사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옷을 좋아하는
우리 주변 평범한 사람들,
그들의 패션(Fashion)과
패션(Passion)에 대한 이야기
YOIL MAGAZINE
Interviewee. 문경민
Editor. 조경상
Photographer. 김유나
문경민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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