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통계가 2024년에 무너진 이유

디자인 거절심판, 89.9%라는 숫자 뒤의 반전

by 여인재 변리사

특허심판원에서 디자인 거절결정이 취소될 확률은 오랫동안 10건 중 9건 수준이었습니다. 소담이 2010~2025년 본안 515건을 분석한 결과, 누적 인용률은 89.9%였습니다. 그런데 2024년, 이 수치가 절반 아래인 42.9%로 떨어졌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반전이 단순한 수치 변동이 아닐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89.9%가 성립했던 구조를 이해하면, 그것이 왜 지금 흔들리는지도 함께 보입니다.


수치 하나가 15년을 요약한다 — 그런데 그 수치가 바뀌면 어떻게 되는가?

소담이 분석한 결과, 디자인 거절결정불복심판의 연도별 인용률은 2010년대 초반부터 2023년까지 거의 한 해도 빠짐없이 높은 수준을 유지해 왔습니다. 어떤 해에는 청구한 전 건에서 거절결정이 취소되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 패턴이 10년 넘게 반복되면서, 현장에서는 "디자인 거절은 심판에 가면 뒤집힌다"는 인식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런데 2024년부터 이 흐름이 끊겼습니다. 누적 인용률 89.9%가 보여주는 안정감과 달리, 최근 두 해 연속으로 거절결정이 유지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누적 수치는 사실 그대로입니다. 문제는 그 숫자가 지금도 유효한지입니다. 과거 데이터가 쌓인 평균과 지금 청구하면 마주치는 현실이 같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누적 통계는 과거의 평균이고, 지금의 현실은 다른 장소에 있을 수 있습니다.
숫자 자체보다 그 숫자가 만들어진 기간과 구조를 함께 봐야 그림이 온전해집니다.

심사관과 심판관 사이 — 이 구조가 왜 디자인에서만 이렇게 작동했는가?

디자인 거절결정불복에서 오랫동안 출원인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왔던 데에는 절차 자체의 짜임새가 있습니다. 처음 거절을 결정하는 사람은 담당 심사관 한 명이고, 그 판단의 옳고 그름을 다시 따져보는 자리에는 심판관 세 명이 함께 앉습니다. 한 사람의 결론을 세 사람이 새로 들춰보는 구조이기에, 처음과 다른 답이 나올 가능성 자체가 심판 안에 내장되어 있습니다.

구조적인 차이만이 아닙니다. 심판 단계에서 출원인은 의견서를 새로 제출하고, 필요하다면 도면 일부를 보정할 수도 있습니다. 처음 심사에서 미처 전달되지 못한 설명이나 관점을 심판에서 보완할 기회가 생기는 것입니다.

디자인이 특허와 다른 지점은 판단의 성질에 있습니다. 특허는 기술적 효과가 있는지를 비교적 명확한 기준으로 따집니다. 디자인은 물품에서 느껴지는 시각적 인상이 얼마나 다른지, 수요자 입장에서 혼동이 있는지를 봅니다. 시각적 판단에는 평가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여지가 따라옵니다. 이 여지가 심판 단계에서 출원인에게 유리하게 작동한 것이 오랫동안 높은 인용률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같은 "거절결정불복"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어도, 특허·상표·디자인에서 심판이 돌아가는 방식은 분야마다 다릅니다. 디자인 거절결정불복 본안의 연간 청구 건수는 같은 기간 특허나 상표에 비해 월등히 적습니다. 심판까지 가겠다고 결심하는 사건이 상대적으로 이길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 경우에 집중된다는 점도, 과거 높은 인용률의 배경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맥락입니다.


89.9%가 말해주지 않는 것들은 무엇인가?

좋은 수치를 보여주는 데이터에는 그 수치가 담고 있지 않은 두 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표본의 이야기입니다. 본안 건수는 15년간의 누적입니다. 연평균으로 나누면 연간 수십 건 수준이고, 어떤 해는 한 자릿수까지 내려갔습니다. 그 수준에서는 심결 한두 건의 방향이 그해 인용률 전체를 크게 바꿉니다. 표본이 적은 해의 수치는 변동 폭이 크고, 그 해의 수치가 추세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두 번째는 시간 분포의 이야기입니다. 누적 수치는 모든 해의 데이터를 하나로 합친 평균입니다. 최근 두 해의 변화가 전체 평균을 끌어내리려면, 그보다 훨씬 긴 기간의 안정적 데이터를 이겨내야 합니다. 수치가 여전히 89.9%로 보인다는 사실이 지금의 환경이 그대로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2024~2025년의 변화를 두고 "확정된 반전"이라고 단정하기도 이릅니다. 한 해 심결 수가 두 자릿수 초반에 머물면, 그 안의 결과 한두 건이 그해 비율 전체를 좌우할 수 있습니다. 이런 해의 숫자는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로 읽는 것이 적합하지, 추세가 굳어졌다고 결론 내리기에는 이른 단계입니다. 왜 이런 변화가 나타났는지 — 심사 품질이 올라간 결과인지, 심판 단계의 잣대가 달라졌는지, 청구하는 사건들의 성격이 바뀐 탓인지 — 는 아직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과거 데이터가 보여주는 흐름을 무시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어떤 통계든 만들어진 기간과 분포를 함께 봐야 그 의미를 제대로 읽을 수 있습니다. 89.9%라는 숫자는 매우 중요한 정보이지만, 그것이 "언제의 이야기"인지까지 포함해서 읽어야 합니다.


거절결정서를 손에 든 순간, 무엇을 먼저 확인해야 하는가?

누적 인용률이 지금도 유효하다고 가정하더라도, 심판 결과는 "왜 거절됐는지"에 따라 편차가 큽니다.

선행디자인과 닮았다는 이유로 거절된 경우라면, 심판 단계에서 디자인을 처음 봤을 때 받는 인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어느 부분이 가장 눈에 띄는지를 새로운 각도에서 풀어 설명할 여지가 있습니다. 디자인 판단에는 평가자의 시각적 인상이 개입하기 때문에, 심판관 합의체가 심사관과 다른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반면 공공질서 위반처럼 기준 자체가 명확한 사유는 심판 단계에서도 결론이 달라지기 어렵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불복보다 보정이나 재출원이 더 현실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도면 보정을 통해 심사관이 지적한 부분을 수정할 수 있는지도 봐야 합니다. 심판 단계에서 보정 가능성이 있다면 불복과 보정을 함께 가져가는 방향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보정 범위에 제한이 있으니, 어느 정도까지 수정이 가능한지는 전문가와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결국 거절결정서를 받았을 때 가장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은 "심판에 가면 이길 수 있는가"가 아닙니다. "왜 거절됐는가, 그리고 그 이유가 심판 단계에서 달라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인가"를 묻는 것이 더 적합한 출발점입니다. 89.9%라는 숫자가 주는 안도감보다, 자기 사건의 거절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지금의 환경에서 더 중요하다고 사료됩니다.


더 깊이 알고 싶다면

이 글에서 다루지 못한 내용이 있습니다. - 디자인 내부 6개 심판 종류별 인용률·심리기간 비교 - 상표·특허와의 분야별 분포 상세 - 거절 이유 5대 카테고리별 승산 분석

전문 분석 원문: https://sodamip.com/blog/2026/04/13/design-rejection-appeal-acceptance-rate/?utm_source=brunch&utm_medium=cta&utm_campaign=s3_design_rejection_appeal 원본 데이터 대시보드: https://sodamip.com/trial-stats/design/?utm_source=brunch&utm_medium=cta&utm_campaign=s3_design_rejection_appeal


여인재 변리사 | 특허사무소 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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