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적 고찰 금지가 특허무효심판 방어의 핵심인 이유
특허를 보유하고 있어도 안심하기 어렵습니다. 경쟁업체나 동종업계 단체가 "이 특허는 원래 있던 기술이므로 무효"라며 특허무효심판을 청구하면, 특허권자는 이미 등록된 청구항을 기준으로 방어에 나서야 합니다.
공격하는 쪽은 전 세계 특허문헌과 학술자료를 자유롭게 골라서 조합할 수 있습니다. 반면 방어하는 쪽은 정해진 청구항을 지켜야 합니다. 선행문헌의 수가 많을수록 불리해집니다. 개별 구성요소만 놓고 보면, 대부분은 어딘가에 비슷한 기재가 있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선행문헌이 11개나 동원된 공격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요? 최근 특허심판원의 심결(2025당780, 2026. 4. 3.)에서 실제로 이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대상 특허는 착색벽돌에 관한 것입니다. 망간을 주성분으로 하는 착색제를 이용하여 토사 또는 마사토를 주원료로 하는 착색벽돌을 만드는 조성물 및 제조방법이었습니다.
청구인(산업협동조합)은 이 특허의 청구항 제1항을 9개 구성요소로 분해한 뒤, 비교대상발명 11개에서 각각 대응하는 부분을 추출하여 "이 특허는 새롭지 않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구성요소 하나하나를 따로 떼어서 보면 모두 어딘가에 있는 기술이라는 논리였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착색조성물 내 망간 함량 비교에서는 분자량 환산계수(0.632)를 적용하여 수치를 역산하고, 철 함량 비교에서도 분자량 환산계수(0.699)를 곱하여 산화철을 원소량으로 환산하는 방식으로 동일성을 주장하였습니다. 선행문헌에 없는 수치를 화학적 계산을 통해 만들어 낸 것입니다.
특허권자 측은 이 공격을 어떻게 받아쳤을까요?
특허권자 측이 가장 먼저 강조한 것은 이 특허의 기술적 의의가 개별 원료나 수치에 있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특허의 핵심은 토사 또는 마사토를 주원료로 삼으면서도 특정 망간계 착색조성물과 결합하여 착색, 저온소성, 우수한 물성을 동시에 달성하는 데 있습니다. 통상 토사는 여러 종류의 흙이 섞여 불균일하다는 이유로 주원료로 쓰기 어렵다고 여겨져 왔습니다. 그 인식을 깨고, 토사·마사토를 주원료(50~100중량%)의 중심에 두되 특정 착색조성물과의 결합으로 문제를 해결한 것이 이 발명의 기술사상입니다.
따라서 판단의 기준은 "개별 구성요소가 공지인지"가 아니라 "유기적으로 결합된 전체로서의 구성을 도출하는 것이 어려웠는지"여야 합니다. 이 논리가 방어의 출발점이었습니다.
---
청구인이 제시한 11개 선행문헌은 각각 다른 원료계를 전제로 하고 있었습니다.
고령토-장석-점토계를 전제로 한 문헌
백토-흑점토계를 전제로 한 문헌
점토-맥반석계를 전제로 한 문헌
점토-폐규석계를 전제로 한 문헌
황토-고령토-소석회계를 전제로 한 문헌
폐토사 재활용을 목적으로 한 문헌
이처럼 각 문헌은 서로 기술적 과제가 다르고 해결수단도 달랐습니다. 착색벽돌을 만든다는 큰 범주에서 겹칠 뿐, 구체적으로는 완전히 다른 원료 체계 위에 서 있는 발명들이었습니다.
특허권자 측은 이 점을 파고들었습니다. 서로 다른 원료계와 기술적 전제 위에 있는 문헌들에서 개별 성분만 뽑아서 조합하는 것은, 당업자(해당 기술분야의 전문가)가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는 조합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결합할 동기가 없다는 논리였습니다.
방어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 것은 사후적 고찰 금지(hindsight reconstruction 금지) 원칙이었습니다.
사후적 고찰이란 무엇일까요? 발명의 내용을 이미 알고 난 뒤에, 그 발명을 분해하고 역방향으로 재구성하여 "이것은 다 원래 있던 것이다"라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결과를 알고 난 뒤에 과거를 되돌아보면 모든 과정이 당연해 보이는 인지 편향과 같은 구조입니다.
청구인의 공격 방식이 정확히 이 문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이 사건 특허의 명세서를 읽고 구성요소를 파악한 다음, 그 구성요소에 맞는 선행문헌을 골라 맞춰 넣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발명이 완성된 뒤에야 가능한 역방향 작업입니다.
특히 분자량 환산 방식은 이 점을 더욱 명확히 드러냈습니다. 이 사건 특허가 '망간(Mn) 40~45중량부'라고 기재한 것을 보고, 선행문헌의 이산화망간(MnO₂) 수치에 환산계수를 곱하여 비교한 것입니다. 선행문헌 자체는 Mn 원소량을 전혀 개시하고 있지 않습니다. 비교 대상이 될 수치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것입니다.
---
특허심판원은 청구인의 주장을 전면 배척하였습니다. 심판원이 인용한 대법원 판결의 판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어느 특허발명의 청구범위에 기재된 청구항이 복수의 구성요소로 되어 있는 경우에는 각 구성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한 전체로서의 기술사상이 진보성 판단의 대상이 되는 것이지 각 구성요소가 독립하여 진보성 판단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므로, 그 특허발명의 진보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청구항에 기재된 복수의 구성을 분해한 후 각각 분해된 개별 구성요소들이 공지된 것인지 여부만을 따져서는 안 되고, 특유의 과제 해결원리에 기초하여 유기적으로 결합된 전체로서의 구성의 곤란성을 따져 보아야 한다."
분자량 환산 방식에 대해서는 특히 직접적으로 배척하였습니다. 선행문헌이 실제로 개시한 기술 내용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 특허를 기준으로 수치를 역산하여 맞추는 것에 불과하다는 이유였습니다.
원료계의 차이, 착색조성물의 차이, 착색조성물 내부 조성의 차이 — 세 가지 차이점을 종합하면, 11개 선행문헌을 결합하더라도 이 사건 특허에 이를 수 없다는 것이 심판원의 결론이었습니다. 심판청구는 기각되었고 특허는 유지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특허무효심판에서 진보성 방어를 준비할 때 무엇을 중심에 두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공격하는 쪽이 선행문헌을 많이 동원할수록, 방어하는 쪽은 다음 세 가지 논점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1) 발명의 기술사상은 구성요소들의 유기적 결합 전체에 있다. 개별 구성요소가 공지인지보다, 그것들이 특정 방식으로 결합된 전체 구성을 도출하는 것이 당업자에게 어려웠는지가 판단 기준이어야 합니다.
(2) 선행문헌들이 서로 다른 기술적 과제 위에 있다면, 그것들을 결합할 동기가 없다. 선행문헌의 수가 많다고 해서 결합이 용이한 것이 아닙니다. 각 문헌이 어떤 과제를 해결하려 했는지, 그것들이 서로 결합될 이유가 있는지를 분석해야 합니다.
(3) 공격 방식 자체가 사후적 고찰에 해당하는지를 정면으로 지적한다. 상대방이 발명의 명세서를 먼저 읽고 역방향으로 선행문헌을 끼워 맞추고 있다면, 그 방식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 판단 방법임을 주장하여야 합니다.
특히 수치 환산, 중량 단위 변환, 원소량 역산 등 인위적인 계산을 통해 동일성을 주장하는 경우, 선행문헌이 실제로 무엇을 개시하고 있는지를 있는 그대로 따지는 것이 반박의 핵심이 됩니다.
브런치에서는 이 사건의 공격과 방어 구조, 심판원의 판단 논리를 중심으로 정리하였습니다. 다음 내용은 홈페이지 원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진보성 방어 실무 체크리스트 5가지 — 무효심판 대응 시 단계별로 점검해야 할 항목
비교대상발명 11개 원료계 대조 — 각 선행문헌의 기술 분야와 결합 불가 이유를 구체적으로 정리한 비교표
원문 보기: https://sodamip.com/hindsight-reconstruction-patent-invalidation-defense-2025dang780/
---
여인재 변리사 | 특허사무소 소담 상표·디자인 분쟁, 특허 심판·소송 전문 https://sodamip.com/특허사무소-소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