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M 수출로 상표 취소를 막을 수 있다

묵시적 통상사용권·OEM 수출·동일성 — 방어 전략 3가지

by 여인재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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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배경 — "맛찬들" 상표와 불사용취소 위기

등록상표 제0494844호 "맛찬들 있는"은 새우젓·오징어젓·김치·고추장 등 20개 이상의 지정상품을 보유한 식품 상표입니다. 2000년 출원, 2001년 등록된 이 상표는 두 차례 갱신까지 마친 상표였습니다.

2024년 1월, 피고는 "3년 이상 국내에서 사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29류 지정상품 전체(20개 품목)에 대한 불사용취소심판을 청구하였습니다. 특허심판원은 피고 손을 들어 취소심결을 하였고, 상표권자(원고 A)는 특허법원에 심결취소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상표권자 측 구조가 복잡했습니다. 원고 A는 개인 명의로 상표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실제 사업은 자신이 유일한 사내이사로 운영하는 C 주식회사가 담당하였습니다. C사는 D 주식회사에 OEM 방식으로 생산을 맡기고, 수출 전문회사 H를 통해 호주 바이어에게 제품을 수출하였습니다. 라벨에는 "맛찬들" 상표가 붙어 있었으나, 등록상표와 비교하면 색상과 "있는"의 위치가 일부 달랐습니다.

특허법원 제1부(재판장 구자헌)는 2026년 1월 22일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하며 특허심판원의 취소심결을 뒤집었습니다.


쟁점별 판단 — 법원이 방어를 인정한 3가지 이유

쟁점 ① 서면 계약 없어도 묵시적 통상사용권이 성립하는가

피고는 원고(개인)와 C 주식회사 사이에 서면 통상사용권 계약이 없다는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대법원 판례(94후1602, 2003후1468)에 따르면, 통상사용권은 상표권자와 사용자의 합의만으로 발생하고, 그 합의는 묵시적 행위로도 충분합니다. 설정등록은 제3자에 대한 대항요건일 뿐입니다.

법원이 주목한 사실은 단 하나였습니다. 원고 A가 2019년경부터 현재까지 C의 유일한 사내이사로서 C를 실질적으로 운영하여 왔다는 점입니다. 법원은 이것만으로도 C가 원고로부터 이 사건 등록상표에 대한 통상사용권을 "적어도 묵시적으로 설정받았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C은 원고로부터 새우젓, 오징어젓, 무말랭이무침 등 반찬을 지정상품으로 하는 이 사건 등록상표에 대한 통상사용권을 적어도 묵시적으로 설정받았다고 봄이 타당하다."

개인 명의로 상표를 보유하면서 법인을 통해 사업을 영위하는 중소기업이라면, 별도 계약 없이도 이 법리가 방어 근거가 됩니다.


쟁점 ② OEM 수출 시 상표 사용주체는 제조자인가, 주문자인가

D 주식회사가 실제로 제품을 생산하고 라벨을 붙였으므로, 상표 사용주체를 D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만약 이것이 인정된다면 C(통상사용권자)의 사용이 부정되고, 불사용취소 방어가 무너집니다.

법원은 대법원 2012후740 판결을 적용하였습니다. OEM 방식에서는 상품제조에 대한 품질관리 등 실질적인 통제가 주문자에 의해 유지되고, 생산된 제품 전량이 주문자에게 인도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문자가 상표 사용주체라는 법리입니다.

이 사건 OEM 계약(C-D 간)의 내용이 결정적이었습니다. C가 D 직원에 대한 기술교육을 실시할 수 있고(제6조), D는 C의 상표를 계약 목적 외에 사용할 수 없으며(제10조), 생산은 C의 발주에 전적으로 의존하는(제3조·제7조) 구조였습니다. 라벨도 C가 직접 제공하였습니다.

법원은 "D로부터 공급받은 이 사건 각 제품은 C이 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에 따라 수출한 것으로 보이므로, 그 사용주체를 C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수출 행위 자체는 국내에서 상표를 표시하여 수출하는 것이므로 상표법상 '국내 사용'에 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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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③ 색상이 달라지고 가공품을 팔면 '동일한 사용'인가

두 가지 동일성 문제가 걸려 있었습니다.

표장 동일성: 실사용 라벨은 등록상표와 색상과 "있는"의 위치가 달랐습니다. 법원은 이런 변경이 상표의 요부인 "맛찬들"의 동일성을 해하지 않는 범위의 변경이라고 보았습니다. 대법원 99후345 판결의 법리, 즉 색상·글자꼴 변경이나 부기적 부분의 변경은 동일한 상표 사용에 해당한다는 원칙을 적용한 것입니다.


"이러한 차이는 이 사건 등록상표의 동일성을 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변경한 것에 불과하므로, 양 표장은 거래사회의 통념상 동일하다."

상품 동일성: C사는 무말랭이무침, 마늘쫑무침, 고추무침, 더덕무침 등 가공 반찬을 수출하였습니다. 그런데 지정상품에는 '무말랭이', '마늘쫑', '고추', '더덕' 등 원재료 형태가 등록되어 있었습니다. 법원은 이들 가공 반찬류와 원재료 지정상품이 거래사회의 통념상 동일성이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주된 원재료가 동일하고, 소비자 관점에서 같은 범주의 식품으로 인식된다는 점이 그 근거입니다.

결국 법원은 새우젓·오징어젓(직접 해당) + 무말랭이무침 등 7개 가공반찬(동일성 인정)의 합계 9개 품목에 대해 정당한 사용이 입증되었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대법원 2012후3220 판결의 법리에 따라, 20개 품목 전체를 하나의 청구로 취급하면 그중 하나라도 사용이 입증되면 심판청구 전체가 기각되어야 합니다. 피고의 심판청구는 전부 기각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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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 시사점 — 상표권자가 지금 당장 챙겨야 할 것들


개인-법인 관계 증거 정비: 서면 계약이 없더라도 상표권자가 해당 법인의 사내이사임을 증명하는 등기부 등 자료를 확보해 두어야 합니다. 묵시적 통상사용권 주장의 뒷받침이 됩니다.


OEM 계약서 조항 점검: 품질관리 권한, 상표 사용 제한, 주문 의존적 생산 구조, 라벨 제공 주체가 계약서에 명시되어야 합니다. 계약서 한 장이 사용주체 입증의 핵심 증거가 됩니다.


표장 변경 관리: 디자인 리뉴얼 시 상표의 요부(핵심 식별력 있는 부분)를 유지하면 불사용취소 방어에 지장이 없습니다. 색상·배치 변경 전 변리사 검토를 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사용 증거 분산 확보: 수출용 OEM 제품, 국내 직접 판매 제품, 다른 통상사용권자의 사용 등 복수 경로로 사용 증거를 갖추면 방어가 훨씬 두터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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