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요소 대비가 바뀌면 새로운 거절이유가 됩니다
특허심판원이 심사 단계와 다른 방식으로 선행발명을 대비했다면, 그것은 새로운 거절이유입니다. 출원인에게 의견 제출 기회를 주지 않은 채 청구를 기각했다면, 그 심결은 결론이 맞더라도 취소됩니다. 특허법원(대전)이 2026년 2월 12일 선고한 2025허10293 판결이 이 원칙을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인공은 '시각 효과를 가진 다중층 코팅' 특허 출원입니다. 반짝임이나 색 이동 효과를 내는 특수 안료를 활용한 다층 코팅 기술로, 2015년 우선일을 기준으로 국제출원된 발명입니다.
심사관은 2022년 6월 거절이유를 처음 통지하면서 일본 공개특허(08-239614호)를 주된 선행발명으로 제시했습니다. 이 선행발명에는 잉크조성물 층, 중간층, 겔코트 층이라는 세 가지 층이 있었습니다. 심사관의 논리는 이랬습니다. 출원발명의 시각 효과 층 = 선행발명의 중간층, 출원발명의 색상 층 = 선행발명의 잉크조성물 층으로 대비할 수 있으므로 진보성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출원인은 즉각 반박했습니다. 선행발명의 중간층은 투명한 수지 층일 뿐, 시각 효과 안료 같은 것은 들어 있지 않다고요. 심사관은 2023년 3월 재차 거절이유를 통지했지만 대비 방식을 바꾸지 않았고, 결국 2023년 8월 거절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여전히 같은 논리였습니다. 시각 효과 층 = 중간층, 색상 층 = 잉크조성물 층.
출원인은 2024년 1월 거절결정불복심판을 청구했습니다. 그런데 2024년 12월 특허심판원의 심결을 받아 든 출원인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심결에서 제시된 대비가 완전히 달랐기 때문입니다.
심결에서는 이렇게 대비하고 있었습니다. 출원발명의 시각 효과 층 = 선행발명의 잉크조성물 층, 출원발명의 색상 층 = 선행발명의 중간층. 심사 때와 정확히 뒤바뀐 것입니다. 선행발명의 두 층이 서로 자리를 맞바꾼 채로 대비되었고, 출원인은 이에 대해 한 번도 의견을 낼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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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원인은 심결취소소송을 제기하면서 두 가지를 주장했습니다. 하나, 대비 방식이 달라졌으니 새로운 거절이유다. 둘, 의견 제출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은 강행규정 위반이다.
특허법원은 두 주장을 모두 받아들였습니다.
먼저 법원은 진보성 판단에서 구성요소 대비가 갖는 의미를 짚었습니다. 출원발명과 선행발명의 구성요소를 대비하고 공통점과 차이점을 확인한 뒤, 차이를 통상의 기술자가 쉽게 극복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것이 진보성 판단의 핵심이라고요. 그렇다면 어느 구성요소를 대비하느냐에 따라 판단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 사건에서 선행발명의 잉크조성물 층과 중간층은 기술적 성격이 전혀 다릅니다. 잉크조성물 층은 안료(단순 안료)를 포함하는 층이고, 중간층은 투명 수지 층입니다. 출원발명의 시각 효과 층을 어느 쪽에 대비하느냐에 따라 출원인이 집중해야 할 기술적 차이도, 보정 방향도 완전히 달라집니다.
법원은 이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이 사건 심사 단계에서 이 사건 심결과 같이 이 사건 제1항 발명의 '시각 효과 층'이 선행발명 1의 '잉크조성물 층'에 대응됨을 전제로 하는 진보성 부정의 거절이유가 제시되었다면, 원고는 선행발명 1의 '잉크조성물 층'이 시각 효과 안료를 포함하지 않고 단순 안료만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대응을 하거나, 시각 효과 안료의 입자 크기를 한정하는 등으로 그 보정 방향을 달리 시도하였을 수도 있다."
핵심은 '대응 논리와 보정 방향의 실질적 차이'입니다. 같은 선행발명이더라도 어떤 층에 대비하느냐에 따라 출원인의 전략이 달라진다면, 그것은 새로운 거절이유라는 것입니다.
특허청장 측은 한 가지 반론을 내놓았습니다. 설령 대비 방식이 달라졌더라도, 거절결정의 원래 논리(시각 효과 층 = 중간층)가 실체적으로 타당하다면 심결이 결과적으로 정당하지 않냐는 것이었습니다.
법원은 이 논리를 명확히 배척했습니다.
"심판 절차에서 의견제출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채 거절결정에서 제시된 거절이유와 주된 취지가 부합하지 않는 새로운 거절이유를 근거로 거절결정불복심판청구를 기각한 심결을 한 경우에는, 설령 심결취소소송 단계에서 특허청장이 심결에서 판단되지 않은 거절결정의 이유를 근거로 이 사건 심결의 실체적 결론의 타당성을 주장·입증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실체적 결론의 타당성만으로 의견제출 통지와 관련한 강행규정 위반의 절차적 하자가 치유되는 것이 아니다."
의견제출기회 부여 규정은 강행규정입니다. 이를 위반하면 실체적 결론이 옳든 그르든, 그 위반 자체가 독립적인 위법사유가 됩니다. 법원은 심결 이후에 특허청장이 새로운 논리를 추가로 제시하더라도 이미 발생한 절차적 하자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못 박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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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판결은 세 가지 방향에서 실무에 영향을 줍니다.
'같은 선행발명이면 같은 거절이유'는 통념일 뿐입니다. 선행발명 문헌이 같더라도 구성요소를 어떻게 대응시키느냐가 달라지면 새로운 거절이유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이 판결이 그 기준을 명확히 했습니다.
심결을 받으면 대비 방식부터 확인하십시오. 출원인과 대리인 입장에서는 심결이 도착하는 순간, 심사 단계의 거절이유통지·거절결정과 심결의 구성요소 대비 방식이 동일한지 꼼꼼히 비교해야 합니다. 대비 방식이 달라져 있다면 절차적 위법을 주장할 수 있는 강력한 근거가 생깁니다.
절차적 위법은 독립된 취소 사유입니다. 실체적 판단(진보성 있음/없음)에 자신이 없는 사건이라도 절차적 하자가 존재하면 심결취소를 구할 수 있습니다. 법원이 "실체적 타당성 여부와 무관하게"라고 못 박은 만큼, 실체와 절차를 분리해서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