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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현 May 23. 2022

마법소녀 은퇴합니다


주말에 책을 읽었다. 책 제목은 ‘마법소녀 은퇴합니다’로 2019년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박서련 작가의 작품이다. 생계난으로 300만원 카드 리볼빙을 갚을 것이 막막하여 자살을 하려던 주인공이 세계를 구하는 마법소녀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각성하는 과정과 각성 이후를 보여주는 것이 이 소설의 주요 내용이다. 이 소설 속 세상에서 마법소녀는 무당처럼 대물림되는 것도 단순히 명리학처럼 공부와 훈련을 통해서 되는 것도 아닌 어느 순간 일어난 각성이라는 것에 의해 완성되는 것이었다.



제목만 딱 봐도 손해사정사라는 내 직업과는 아무 연관도 없을 것 같은 이 판타지 소설에서 나는 내 삶을 관통하는 메시지를 발견했다.



“마법소녀가 생겨나는 이유는 그 사람에게 그 힘이 가장 필요했기 때문이니까. 거꾸로 말하면, 각성 직전의 마법소녀란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존재”



나는 지난 내 삶 속에서 이루어졌던 ‘각성’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내가 손해사정보조인으로서 일할 때 보험설계사 출신 아줌마의 일에 대한 열정은 뜨거울수록, 실적이 좋을수록 점점 더 거센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매일 오해 받았고, 울었다. 당시는 손해사정보조인이고 싶어서 ‘사람 이수현’을 지워야 했다.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소득창출의 기회를 포기하고 자격증에 도전했고 손해사정 업무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손해사정사가 되었다.



나는 또 다른 이의 각성에 대해서도 떠올려보았다. 그는 몇 년 동안 실적이 좋지 않아 어려웠다고 한다. 당연히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 가족들에게 미안하고 힘든 상황이 반복되었다. 어느 날 그는 R.P 연습을 시작했다. 카메라로 영상을 찍고 상황 스크립트를 만들고 그렇게 1년 정도 노력한 후 그는 더 이상 가족에게 미안하지 않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여 현재 소속사의 1% 안에 드는 설계사로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나는 손해사정업에 대한 갈망을 가졌으나 업계에서 존재감을 위협받았다. 위에서 예를 들었던 설계사는 가장으로서 힘이 필요했다. 그래서 ‘각성’이 되고 마법이 일어났다. 손해사정사가 되고 사내 1% 설계사가 되는 마법.



우리는 누구나 마법을 꿈꾼다. 위에 옮겨온 소설 속 문장을 다시 생각해보면 마법이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이 되는 ‘각성’은 힘이 가장 필요한 순간, 그러니까 가장 절박해지는 순간에 시작된다는 것으로 풀이가 가능하다.



‘각성’은 변화다. 절박함이 내 안의 잠재력과 만나 변화가 시작되는 순간이 각성인 것이다. 마법의 힘은 변화로 인하여 얻게 되는 결과물일 것이다.



2년간 지속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많은 영업인들이 극심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어떤 이는 보험업계를 떠나기도 했고, 다른 어떤 이들이 생업을 잃고 새로이 보험업계에 발을 들였다. 그들 모두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누군가 그 시간에 마법의 힘을 깨우치는 각성을 해서 마법소녀가 되었다는 것이다.



단지 절박함만으로 변화가 시작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신세계백화점이 잘되는 게 신세계그룹 회장이 오늘 운전자보험을 설명하고 있는 보험설계사보다 절박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그리고, 누구나 살면서 어려움은 느낄 수 있으나 누구나 절박해지지 않는다. 절박함이 내 안의 잠재력과 만나게 되는 각성은 절박함만 깊게 느낀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잠재력을 쌓아야 이루어진다.



잠재력이 없는 절박함은 절망이 되어 나를 공격하게 될 것이다. 나는 보험영업에 있어서 절박함의 깊이와 잠재력의 높이를 키우는 것은 제안과 거절의 반복이라고 생각한다. 제안과 거절이 회를 거듭하면서 성공하고 싶은 절박함이 생기고 방법에 대한 새로운 고민과 시도가 쌓여 변화가 시작되고 그 변화가 청약이라는 마법의 시작이 되는 것이다.



40대 중반이 되면서 IMF 시절 20대의 내가 했던 생각을 자주 돌이켜보게 된다. 20대 때 다니던 학교를 휴학하고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에는 인형눈깔을 붙였다. 당시 라면에 참치를 넣어 먹는 호사를 누리려면 엄청난 고민이 필요했다. 지금은 고민 없이 참치회를 먹을 수 있고, 라면은 건강에 좋지 않아서 자제하는 음식이다. 절대 내가 가질 수 없을 것 같았던 명품 가방을 들고 있는 누군가의 모습은 나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아니다. 생각해보면 나의 현재가 마법이다. 크고 작은 각성의 순간들이 있었다. 마법은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었다.



나는 계속해서 마법을 원한다. 앞으로도 각성하기 위해 절박해지고 잠재력을 다질 것이다. 그래서, 나의 새로운 마법을 위해 몇 년간 사랑받아온 ‘이수현의 보험 아는 만큼 보인다’의 연재를 여기서 종결하려고 한다. 그동안 내 칼럼을 기다려주셨던 모든 분들의 ‘각성’과 마법의 순간을 기대한다.



마법소녀 이수현 한국보험신문 은퇴 공지. 뾰료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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