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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조 Jul 01. 2024

보험약관이 어려워요

사람이 보험이다.14

보험약관이 어려워요


보험설계사는 보험을 판매하는 사람이다. 보험을 판매하기 위해서 상품을 공부하고 소비자에게 필요하거나 원하는 상품을 컨설팅하고 보험사와 계약자 사이에서 청약업무를 담당한다. 당연히 보험설계사는 소비자보다 보험을 더 잘 안다. 그러나 보험설계사가 보험약관까지 다 알지는 못한다. 다 알고 판매하기에 보험약관은 너무 어렵고 양이 많다. 그래서 보험약관의 해석과 그 적용의 적정성을 논하고 판단하는 손해사정사라는 자격증제도를 국가에서 공인하여 운영하고 있다.


자, 그러면 위에서 언급한 대로 보험 이야기를 하는 게 업인 설계사들도 다 알기 어려운 보험약관. 왜 이 보험약관은 어려운가? 사람들이 보험약관을 읽기를 어려워하는 이유는 첫째, 구성이 법률용어와 의학용어로 되어있다. 둘째, 양이 많다.


보험약관은 보험계약법과 보험업법 그리고 민법을 기초로 만들었다. 모든 상품은 상품설명서나 제품의 규격이나 성분을 알 수 있는 법률에 의한 상품 본품 외에 정보가 소비자에게 제공된다. 하지만 보험은 약관, 그러니까 약관에 기술된 약속 그 자체를 판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보험상품 그 자체인 약관의 내용은 엄격해야 하고 시시비비와 계약자와 보험사의 어느 입장에서 보더라도 내용에 대한 이해와 적용에 있어 분쟁을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해석의 여지가 최소화되도록 법률용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보험은 재물보험도 있지만 신체의 손해에 관한 상품은 신체가 다치거나 질병을 얻은 경우에 보험금을 지급하므로 의학용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의학용어를 좀 더 일상적인 표현으로 대체하는 것이 불가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럴 경우 문구 해석의 범위가 모호해져 입장에 따른 견해차가 커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예를 들어 ‘골절’을 “뼈가 부러진 경우”라고 바꾼다고 가정해 보자. 골절은 의학에서 “뼈의 연속성이 끊어진 상태”로 정의된다. 그러므로 소위 뼈에 미세한 금이 가더라도 이는 골절에 해당된다. 그런데 “뼈가 부러진 경우”라고 약관에 표기된다면 뼈가 금만 간 상태에 대하여도 “뼈가 부러진 경우”라고 할 수 있는가? 그럼 “뼈에 금이 간 경우”도 추가하면 되지 않는가라고 한다면 오히려 약관의 양은 많아지고 더 복잡해질 것이다. 이렇듯 의학용어 및 법률용어를 사용하여 만들어지는 것은 약관에 대한 이해도를 낮추기 위함이 아니라 내용의 명료함을 위해서다.


그래서? 보험약관 이해하는 것을 손해사정사 아닌 사람들은 포기하라는 말인가? 아니다. 지금부터 이 어려운 보험약관을 쉽게 보는 방법을 알려주겠다. 보험을 판매하는 설계사나 보험소비자나 보험약관을 통째로 다 알고 이해할 필요는 없지만 이해부족으로 인한 분쟁이나 손해를 줄이기 위한 꿀팁이 있다.


바로 ‘범위와 기간’만 알면 된다. 결국, 보험약관은 계약자와 보험사 계약당사자 간 책임의 범위와 그 기간에 대한 내용이다. 그리고 분쟁이나 손해가 일어나는 것도 책임의 범위 밖에 있는 것을 몰랐거나 보험기간에 벗어남을 알지 못했을 때이다. 보험약관의 그 긴 내용은 책임의 범위와 기간을 명료하게 정의하고자 함이다.


그럼, 우리가 알아야 할 ‘범위와 기간’을 쉽게 알아차리는 법을 알려주겠다. 범위는 대부분 분류표의 형식으로 약관에 명시된다. 예를 들어, 내가 암보험을 가입했다고 하면 암분류표만 보면 해당 약관의 90%는 아는 것이다.


물론 분류표가 대부분 통계청의 질병사인분류 등의 전문용어로 되어 있으나 내 진단명이 분류표에서 명시한 내용에 해당되는지 여부는 일반인도 가능하며, 현재 가입하고 있는 상품을 새로운 상품으로 대체할지 여부를 결정할 때도 현재 가입되어 있는 상품의 분류표와 새로 가입하려는 상품의 분류표를 비교하면 그 차이를 알아차리기가 쉽다.


특히 유의해야 할 것은 특약 이름이 ‘특정○○○’인 경우다. 특정뇌질환, 특정상해, 5대골절, 특정질병수술비 등이다. 이렇게 우리가 통상적으로 아는 용어 앞에 특정이라는 표현이 추가되었거나 몇 대라는 표현이 붙은 경우 이 내용이 어떤 범위를 한정하는 것인지 알아야 한다. ‘특정’이라는 표현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의미를 잘 알고 있는 단어 앞에 붙는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범위보다 더 좁은 범위의 보장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특정’이 말하는 범위가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


다음은 보험의 기간이다. 보험기간은 통상 가입일을 기준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암이나 뇌혈관질환 등 보험기간과 보장이 시작되는 기간이 상이한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암보험에 오늘 가입하였다고 하더라도 암보험의 보장개시일은 90일이 경과하여야 하고 1년 이내에는 약정한 금액의 50%만 지급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내가 가입한 보험의 보험기간과 보장기간을 정확히 확인하여야 한다.


이외의 내용을 확인해야 하는 보험사고의 경우는 전문가의 조언을 받는 것을 권한다. 그 이상까지 이해하려는 태도는 불필요한 낭비라고 생각한다. 암환자가 어차피 수술을 의사한테 받을 거면서 수술 연습하고 있는 격이다.


상기 기술한 ‘범위와 기간’만 확인해도 훌륭하고 스마트한 보험소비자다. 보험약관 너무 어려워하지도, 너무 다 알려고 과한 애를 쓰지도 말자. 가장 효율적인 포인트! ‘범위와 기간’만이라도 제대로 알아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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