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보험이다.27
사회적 계층의 마지막 보루, 보험
2025년 경제전망을 검색하니 희망적인 내용을 찾기 힘들다. 고금리, 불황, 부동산 폭락, 출구전략 등등. 기사뿐 아니라 나의 체감지수도 희망적이지는 않다. 돌아오는 2월이 사무실 임대 만기라서 10월부터 매물로 내놓았는데 3개월 동안 10회도 보지 않았고, 내가 가려고 3개월 전부터 보는 매물들도 아직까지 그대로 임차인을 구하지 못한 상태이다. 참고로 우리 회사 사무실은 강남이고 버스가 지나가는 대로변에 더블역세권이고 역에서 5분 정도 거리에 위치해있다. 부동산에 현재 사용하는 사무실 문제가 있는 건가 물었더니 이렇게 아예 움직임 자체가 없었던 적은 처음이라며, 투잡을 구해야겠다고 한탄을 한다. 결국, 다음 임차인을 구하지 못한 채로 나는 이사갈 곳을 정하고 현재 준비 중이다.
기사보다 더 심각하게 경제를 전망하는 것이 전문가라고 하는 이들이 만드는 유튜브다. 어떤 이는 향후 몇 년간 전망을 ‘피비린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표현하기도 하였다. 나는 보험이라는 금융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그동안 보험업계에 불황은 대거 ‘계약해지’가 일어나는 원인이었다. 그러나 보통 2~3년의 불황이 끝나면 사람들이 다시 가입을 해서 오히려 새로운 밭이 생기는 기회가 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번 불황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불황을 극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다시 연이어 오는 것으로 이번 불황에서 보험업계는 어떤 흐름을 가지게 될 것인가 고민해 보았다.
보험사 본사에서 근무하는 분에게 최근 불황에 보험사 내부에서 느끼는 영향은 무엇인지 물었었다. 대답은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했다. 한 번도 불황이라서 일하는데 무언가 달라진 것이 없다고 했다. 보험해약하면 모든 수수료를 제한 해약환급금을 지급하면 될 뿐. 불황으로 인한 보험계약의 해지. 이는 영업조직에서는 큰 타격이다. 그러나 회사에서는 해지가 되면 남은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으면 되고 이에 따라 계약관리 비용도 당연히 삭감되므로 손해는 아니다. 영업인들은 애써 영업한 실적이 감소한다. 계약자는 납입원금과 선납입했던 보험기간도 함께 손해를 본다. 예를 들면, 보험기간 30년에 납입기간 20년 상품에 가입했는데 10년을 납입하고 해약을 한다면 보험료는 30년의 2분의 1인 15년분을 납입하고 10년만 보장받고 5년의 보험기간은 보장도 받지 못하고 보험료 납입원금까지 손해를 보게 된다.
그러나 이는 아주 단편적인 당장의 손해를 말한다. 나는 ‘피비린내’ 나는 이번 불황에서 보험을 가진 자와 그렇지 않은 자가 사회계층의 이동을 대거 야기하게 될 것이라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내본다.
불황이 오면 가장 먼저 직업이 무너진다. 이미 많은 자영업자들이 무너지고 있고 불황은 당연히 고용문제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직장을 잃은 이들은 새로운 직장을 구할 때 기존의 보험사고 위험도를 유지하기 힘들 가능성이 높다. 자영업자가 대리운전을 하고 4대보험이 되던 직장에서 일용직으로 내몰리게 된다. 직업의 불안정성과 위험이 올라간다는 것은 가정경제의 어려움을 당연히 동반하게 되고 사람들은 자연스레 고정비의 감소를 위해 ‘만약’을 허물어서 ‘당장’을 해결하려 한다. 이것이 불황에 보험계약의 해지가 되는 과정이다.
보험계약을 유지할 수 없는 형편이 되고 직업의 위험도가 높아지면 사고의 확률이 높아진다. 중산층이었던 사람들이 보험계약이 없는 상태에서 가장이나 가족구성원이 큰 사고를 당하게 되고 4대보험도 없다면, 그들이 생계를 위협받는 저소득층으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의 문제다. 불황이 온다. 강남대로의 사무실에 앉아서 다음 임대인을 기다리는 3개월 내내, 정말 경제가 경색되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며, 보험이 어디로 흘러갈지 많이 생각한 끝에 내린 결론은 서민일수록 보험의 유지 여부가 현재의 사회적 계층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가 될 거라는 것이다.
소득이 불안정해질 때 무작정 고정비를 고수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정말 이 불황에 불의의 사고까지 만났을 경우에 대한 준비가 잘되어 있는지 즉시 점검해야 하고 단순히 보험료의 사이즈가 아닌 보장의 사이즈를 고려하여 보험으로 불경기를 준비해야 할 때가 왔다.
예를 들면, 납입기간을 늘려서 보장은 유지하고 지출을 줄인다던가, 직업에 따라서 진단금과 상해보험을 좀더 보완할지 전문가와 상의해서 보험의 효율을 고려해야 한다. 모든 사고에 대하여 완벽하고 충분하게 준비하려면 당연히 보험료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보험소비를 늘리라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일이 생기더라도 가정경제가 무너지지 않을 수 있도록 점검하라는 것이다. 질병사고든 상해사고든 어떤 사고에 보험금이 아무리 많이 나온들 사고로 인한 고통은 막을 수 없다. 우리가 보험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은 가정이 무너지는 것이다. 보험이 잘 되어 있으면 보험사고로 인한 고통은 막을 수 없지만 보험사고로 인한 2차적 위험, 가정과 가족의 무너짐은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
내가 보험쟁이라서 피비린내 난다는 이 세상에 보험으로 대비하라는 말밖에 할 수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건 정말이다. 사고 시 보험 없으면, 암에 걸려도 요양병원에 입원을 못하고, 내가 암에 걸렸는데 내 아들이 학교를 관둬야 하고, 우리 집은 이자를 못 내서 변두리로 이사를 해야 한다. 이는 설정이 아니라 내가 만나온 수많은 사람이 암 진단이나 팔다리 등의 기능을 상실하는 큰 사고 후 일어나는 일이다.
불경기에 재정 감축을 하되 무조건 보험부터 쳐내는 근시안적 판단이 아닌 진짜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바란다. 그러나 나의 바람일 뿐 선택은 각자의 몫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보험계약의 해지로 인생이 달라지는 것은 해지환급금을 지급하는 보험사가 아니라 해지 당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