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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현 Dec 20. 2021

2022년에는 코로나19를 품어버리자


2021년을 보내며 올 한해 개인적으로 있었던 크고 작은 일들을 적어보았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남편의 코로나 확진으로 인한 2주간의 자가격리였다. 다행히 무증상이어서 매일 남편의 건강한 목소리를 들으면서 버틸 수 있었지만 그후 다시 회사에 나와서 밀린 일을 처리하고 늘어졌던 텐션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급격한 우울증이 와서 2달을 헤맸다.



코로나19 팬데믹이 2019년에 시작되었는데 만 2년이 되도록 전세계가 코로나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게 결국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가정의 문제로 현실화되었고 아직까지 끝나지 않았다.



코로나 확산 초기에 보험영업은 그야말로 비상등이 켜졌다. 대면영업을 기본으로 하는 보험영업은 무형의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기에 더더욱 공포스러웠다. 코로나19가 아니어도 보험영업사원을 기다리거나 적극적으로 만나려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오히려 그런 경우는 계약의 건전성을 의심하게 되는 것이 이 업계의 인지상정인데 보험설계사와의 만남을 미루거나 취소할 공식적인 명분이 생긴 것이다.



손해사정업계도 어려움을 겪은 것은 마찬가지다. 손해사정은 보험사고가 발생함으로 인하여 필요한 업무로, 사람들의 활동이 대폭 축소됨에 따라 사고의 발생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외출의 감소로 차량 운행이 줄어들고, 운동이나 여행 등의 활동 및 모임이 모두 제재되고 있다. 정형외과 수술실이 전에 없는 공실이 생겨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걸 보면 단지 체감상의 수치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뿐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장기화로 보험의 유지율이 떨어져 보험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이미 보험이 해지된 이후라서 보험금을 청구, 심사할 경우가 줄어들거나 가입금액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코로나19 전후를 손해사정사로서 비교하면 전에 비해 교통사고로 문의가 오면 배달 중 오토바이 사고가 급증했고, 피해자의 연령대가 매우 낮아졌다. 질병 쪽으로는 암진단금은 문의가 1기 미만의 경우가 많았던 전에 비해서 3기 이상 진행되거나 말기인 경우이고 뇌출혈이나 심근경색처럼 발병시 당장 증상이 발현되는 2대질병의 문의가 암진단금에 비해 현저히 많아졌다. 코로나19 이후 병원의 출입을 조심하는 분위기로 인해서 건강검진 자체도 미루는 경우들이 많아졌고, 직장에 따라 병원 출입을 하게 되면 코로나 PCR검사를 받아야 하는 등의 제약이 있기 때문에 암의 조기 진단률이 저하되고 있는 것이 원인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보험영업은 본의 아니게 대면채널 설계사들도 텔레마케터 수준으로 전화응대를 해내는 것이 중요해졌고 전 보험사에서 대대적으로 시행한 지점의 설계사 각자의 전용석을 없애는 스마트오피스 사업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아주 성공적으로 안착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출근문화가 중심을 잡아주던 대면채널의 영업시스템과 지점 내에서의 교육과 교류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결국 신인들의 정착률에는 악영향을 끼치고 있어서 스마트오피스를 통한 실익은 대면채널의 희생과 온라인시장의 상승 등을 모두 고려하여 판단해봐야 할 문제인 것 같다.



2022년 새해가 어떠할 것인지에 대해서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더군다나 내년에는 대선이 있다. 작은 사무실 안에 앉아서 매일 병원 차트랑 보험약관만 보고 있는 내가 이 커다란 세상의 메커니즘에 대해 예견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러나 2021년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확실하게 내릴 수 있는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2022년에도 우리는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더 이상 ‘코로나만 끝나면’이라는 핑계를 댈 수 없다. 코로나19 팬데믹이 3년차로 접어드는 이 시점에도 본인의 어려움이 코로나19 때문이라고 한다면 그 사람은 2년 전 ‘우한’ 바이러스 상태에서 단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한 사람이다. 이제는 보험설계사가 일이 어려운 탓을 코로나 때문에 약속이 안 잡히기 때문이라고 하면 안 된다. 손해사정사가 보험사고가 발생하지 않아서 힘들다고 하면 안 된다.



코로나19는 나한테만 일어난 일이 아니다. 전세계 전 인류가 겪고 있는 일이다. 당신이 만날 사람이 식당 사장님이라면 그 사람에게도, 20대 취준생이라면 그 사람에게도 똑같이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더 이상의 변명은 필요없다. 이제 우리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만날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입증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 그리고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만났다면 당신은 만남에 성공하지 못한 사람보다 이미 어느 정도의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사실에 기뻐해야 한다. 혹은 오히려 당신이 코로나19 상황이므로 그 만남의 가치가 없다면 거절할 무기로 사용할 수도 있다. 당신은 당신을 진짜로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만나 컨설팅하고 도움을 줘야 하는 사람이니까 당신의 불필요한 시간과 감염의 위기에 함부로 노출시키지 않을 의무가 당신의 고객들에 대하여 있는 사람 아닌가.



다시 이야기한다. 코로나19는 더 이상 당신이 힘들어해야 할 이유가 아니다. 겨울이 춥고 여름이 더운 것처럼 그냥 우리 모두가 함께 만나는 환경일 뿐이다. 그리고 혹여 코로나19가 종식된다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정착된 비대면 접촉, 재택근무 등의 생활방식은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뿐 아니라 나름의 방식으로 더욱 발전하게 될 것이다. 코로나19 이전을 그리워하느라 시간을 보내지 말자. 우리는 현재를 살아가자. 세계사적인 사건의 한가운데를 우리 모두 2년간 잘 걸어왔다. 2022년은 그냥 코로나19를 품어내어 버리자. 코로나19조차도 당신의 편인 새해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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