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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현 Jan 05. 2022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


2022년 새해가 밝았다. 더불어 나이를 한 살 더 먹게 됐다. 어릴 때는 나이를 먹어서 어른만 되면 뭐든 할 수 있는 줄 알아서 어서어서 어른이 되고 싶었다. 어느새 서른이 됐고 이후에는 매년 벌써? 내가? 하면서 나이를 먹다 보니 지금이 되었다. 이제 어디 가서 귀염받기를 기대하는 건 애저녁에 포기한 건 둘째치고 연장자가 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만나는 나이가 되었다.



보험나이 20대 끝자락부터 보험업에 발을 들여 기저귀 차던 아이가 올해 수능을 보기까지 나 참 보험이랑 징그럽게도 질긴 인연 나름 잘 만들어왔다. 스스로 칭찬해본다. 보험이랑 나이 먹어온 나한테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재정의해보았다.



나에게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보험연령이 올라간다는 것, 그래서 보험료가 인상된다는 것, 그렇지만 이미 가입한 보험의 납입 만기는 점점 다가온다는 것이다. 피보험자로서의 나는 늙어가는 것이 슬프지만 내가 어린 피보험자일 때 가입했던 보험이 해가 지나 익어 보험의 만기가 되면, 내 늙고 병든 육신이 그러지 말라고 해도 알아서 그 열매를 수확해주는 것은 보험의 원리이기에 앞서 신의 섭리이다.



신혼 때 55세 납입 만기 상품을 가입하면서 ‘아 20년 넘게 어찌 내나’ 했는데 그게 10년도 남지 않았다. 청약서에 사인하면서 “내가 널 지켜줄게“ 하던 그 젊은 남자는 이제 내가 부르면 대답도 귀찮아하는 배 나온 아저씨가 되었다. 나를 위해 보험료 납입하는 동안 늙어진 피보험자는 이제 보험 새로 가입하려고 하면 은퇴 후까지 보험료를 납입해야 돼서 고민이 된다.



나는 어렸을 때 엄마가 보험회사에 입사한 이모 등살에 억지로 가입했던 내 보험을 계속 유지했다면 납입 만기가 훌쩍 지났을 텐데 하고 후회하고 있다. 대한민국 전체를 휩쓸었던 IMF가 유독 20대의 나에게만 매서운 것 같았던 그때 고작 1만원대의 월 납입보험료가 버거워서 해약을 하고 그 작은 여유에 숨쉴 것 같았고 얼마 안 되는 해약환급금이 달콤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온전히 모든 것이 내 책임이었기에 그걸 엄마와 상의할 필요가 없었던 것에 대한 씁쓸함과 외로움도 여전히 기억한다.



팬데믹으로 인하여 유지율에 비상등이 들어왔었다. 많은 사람들이 젊은 날에 만나 함께 나이 먹어가던 보험과 이별하였다. 처음 팬데믹이 선포되었을 당시 몇 개월간은 장기불황에 대한 공포와 갑작스런 현금유동성의 악화로 인하여 생계를 위하여 보험료 납입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 선택이 아닌 상황이 되었었다. 설계사들은 기계약자들 전화가 오면 반가움이 아니라 겁부터 난다고들 했던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도 있었고 팬데믹으로 인한 불황의 이면에 있는 팬데믹 특수도 구성원 중 누군가가 누리는 혜택이기에 그것으로 다시 일어서고 적응하면서 오히려 공포로 인하여 해약했던 상품들 대신 보장을 채우기 위한 신규가입이 다시 시장의 잠재력이 되어주고 있다.



감사한 것은 내가 살면서 개인의 삶에서 만났던 여러번의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납입을 포기한 보험보다 새로 가입한 보험이 더 많아 아직 나에게는 나와 나이 먹어가는 보험상품들이 여럿 된다는 사실이다. 그 상품들의 납입 만기를 하나하나 채워가다 보면 열매를 따먹어야 하는 신의 섭리를 맞이하게 될 것이고 젊은 날의 나한테 감사하고 칭찬하며 조금 더 편하게 늙은 나를 돌볼 수 있을 것을 기대한다.



남편은 아들이 어서 경제적으로 독립해서 30년납으로 가입해놓은 아들녀석 보험의 납입을 넘길 수 있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나는 납입계좌를 아들 명의로 바꿀 때 왠지 눈물이 날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아들의 100년을 고민해서 가입한 그 상품이 아들이 100세가 되도록 함께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단지 납입의 책임뿐 아니라 가입한 상품의 의미와 아들과 함께 키운 보험에 대한 나의 마음을 전달하고 싶다. 이 상품은 왜 가입했는지, 이 상품에 있는 무슨 특약은 앞으로 절대 가입할 수 없는 특약인데 왜 좋은 건지, 엄마가 왜 너를 위해 가입했는지, 어떤 유혹이 와도 절대 흔들리지 말고 같이 나이 먹어가며 잘 돌봐야 한다고 잘 설명해주고 싶다. 내 아들이 몇 번의 크리스마스를 더 보내면, 자신의 불투명한 미래의 준비에 대한 경제적 여력과 필요성을 인지할 수 있는 통찰을 가질 수 있게 될까 고민해보지만, 아마도 이 업을 하지 않는 한 경제력은 몰라도 통찰을 가지게 될 날은 요원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내가 가르쳐준 걸 까먹을 때마다 나 대신, 내가 없을 때도 잘 설명해줄 든든한 설계사도 소개해주고 싶다. 그리고 아들도 자녀에게 좋은 보험을 함께 키워서 성인이 된 자녀에게 적당한 때에 지혜로운 방법으로 전달해주었으면 좋겠다.



새해 첫 글이라서 희망을 전하고 싶어 고민해보니 나한테는 이게 희망이었다. 나한테 함께 나이 들어가는 보험이 있고, 아들이 독립할 때 줄 수 있는 보험이 함께 나이 먹고 있고. 내가 나이를 먹으면 보험은 일을 하기 시작할 거라는 사실. 그리고, 그때 나랑 늙어갈 훌륭한 보험인들이 내 곁에 있다는 사실.



당신과 함께 나이 들어갈 보험. 좋은 보험으로 좋은 설계사와 잘 만나는 2022년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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