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두 살 터울의 여동생이 한 명 있다.
10대까지만 해도 서로를 죽일 듯이 쳐다보며 전쟁 같은 싸움을 하고, 각자의 방에 들어가 쉬익쉬익 분노의 숨을 내쉬던 일이 꽤 잦았다.
성격도 성향도 너무 다른 언니와 동생이었고, 지금 생각하면 무엇 때문에 그리 전쟁 같은 순간을 보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지만 그때의 우린 분명 살벌했다.
하지만 너무나 신기하게도 20대가 되며 우리의 관계는 큰 전환점을 맞기 시작했다.
동생의 말을 빌리자면 본인이 철이 들어 그렇다는데 아직까지도 어떤 순간이 계기가 되어 우리의 싸움이 멈추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분명한 건, 20대가 넘어 '자매가 참 좋다'는 생각을 꽤 자주 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생각은 해가 지날수록, 나이를 먹을수록 더 짙어졌다.
20대 후반 즈음부터 우린 그 어떤 친구보다도 각별한 사이가 되었다.
가족, 친구, 일, 연애, 결혼 등 모든 주제의 이야기를 터놓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존재였다.
항상 좋은 결과를 얻어야 하고 잠시도 쉬지 못하는 나를 향해 종종 동생은 이렇게 말하곤 했다.
언니, 꼭 그렇게 해야 하는 거야? 내가 언니였으면 그냥 편히 살 텐데.
가진 것에 쉽게 만족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 익숙했던 내게 동생은 '잠시 멈추어도 된다'고 말해주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리고 임신 후에는 봄이가 아닌 나를 위해 속 시원히 한 마디 던져주는 거의 유일한 사람이 되었다.
이노무 기지배, 나오기 전부터 엄마 힘들게 하고 말이야. 이모가 아주 때찌해!
알지? 나한텐 봄이보다 언니가 우선이야.
임신을 하고 많은 걱정과 위로의 말을 받았지만 때론 그 말들이 모두 내가 아닌 뱃속의 아기릉 향하는 것 같아 서운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동생의 이런 말 한마디는 절로 웃음이 나면서도 진정한 내 편이 있는 것 같아 좋았다. 한결 마음이 가볍고 편해졌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어찌나 알뜰살뜰 나를 챙겨주던지.
인생의 많은 순간을 함께 하는 동생이 있어 참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다. 동시에 봄이에게도 참 쿨하고 좋은 이모가 되어줄 것 같아 든든했다.
모녀 관계만큼이나 자매 관계도 참 신기하다.
때론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것 같고 웬수 같다가도 어떨 땐 그 누구보다도 든든한 내 편이 되어준다.
첫째를 임신하고 생각보다 감내해야 하는 것이 많아 둘째 생각이 없었는데 힘이 되어주는 동생을 볼 때마다 한편으론 봄이에게도 이런 형제자매를 남겨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와 큰 이모를 보며 동생과 나는 '소울메이트가 따로 없다'고 항상 말한다. 그만큼 성격부터 말투, 때론 걸음걸이까지 판박이인 두 사람이다.
곁에서 인생을 함께 하며 그 시간만큼 닮아진 건지도 모르겠다.
나이를 먹으면 나와 동생도 엄마와 이모처럼 환상의 소울메이트가 될 수 있을까?
봄이에게 동생은 어떤 이모가 되어줄까?
앞으로의 우리 두 자매 이야기가 참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