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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lolife Feb 20. 2021

매일 다치는 아기 vs 다치지 않는 아기


우리 집엔 두 아이가 있다. 태어난 날이 똑같은 이란성쌍둥이다. 태어난 날부터 지금까지 비슷한 곳이 전혀 없는 두 아이는 각각의 매력 발산으로 매번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한다. 뱃속에서 나올 때부터 전혀 다른 기질로 진짜 이 아이들이 내 뱃속에서 나온 게 맞나? 하고 늘 의아할 때가 많다.


누워만 있을 때도 확연히 둘은 달랐지만, 기어 다니기 시작하니 둘의 차이점은 더 확연히 드러났다. 아기 1호는 매사 적극적이고 몸을 던져 뭐든 학습하는 스타일이다. 실패하는 적도 많지만 늘 노력해서 끝내 이루고 만다. 이것저것 다 만지고 싶어 하고 호기심도 많고 어른들이 하는 것을 다 참견하며 다니느라 무릎이 괜찮을까? 가 매번 걱정이었다. 


반면 아기 2호는 평소에는 가만히 있다가 어느새 뒤돌아보면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내고 있다. 조용히 강한 스타일이다. 한참을 뒤집기를 안 하다가 한 번에 뒤집기를 하고, 언제 앉을까? 하고 생각할 때 어느새 앉아서 놀고 있었다. 


아이들이 설 수 있게 되면서 아기 1호는 매일 다치기 시작했고 아기 2호는 전혀 다치지가 않았다. 아기 1호는 기대서 서다가 어느새 걸음마를 시도하면서 자주 뒤로 머리를 쿵했다. 섰다가 앉을 때도 엉덩이를 포기한 듯 엉덩방아를 시원하게 찧었다. 엉덩이도 괜찮을까 걱정이고 머리쿵도 괜찮을까 노심초사했다. 이마에도 멍이 들 때가 많았다. 집에 두꺼운 매트는 깔아져 있고 다칠만한 곳은 모두 막아놓았지만, 이상하게도 아이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넘어지거나 다쳤다. 아기 1호가 너무 자주 다치는 것 같아 아기 헬맷을 씌울 수밖에 없었다. 아기 1호가 걱정돼서 하루 종일 따라다니다가도 잠깐 물 마시러 간 사이에 머리 쿵! 잠깐 화장실에 간 사이에도 머리 쿵! 이마 쿵! 을 했다. 한시도 아이에게 떨어질 틈을 주어서는 안 됐다.


비슷한 시기에 아기 2호도 설 수 있게 되었는데, 아기 2호는 섰다가 앉을 때도 조심히 무릎을 굽혀 살짝 앉았다. 한 발짝 내디딜 때도 사뿐히 걷고 매사 차분했다. 엉덩방아를 찧을 일도 거의 없었고, 몸에 균형을 순간적으로 잃어서 앉아서 뒤로 머리 쿵! 을 아주 가끔 하는 정도였다. 아기 1호처럼 다친 곳이 거의 없었다.


Photo by Sharon McCutcheon on Unsplash


매번 우리 어른들의 대화 주제는 '누구는 이런데, 누구는 또 다르네.'이다. 같은 것을 보더라도 다르게 반응하고, 같은 장난감을 주어도 다르게 논다. 두 아이들이 너무 달라서 우리는 매번 새롭다. 아이들이 할 줄 아는 게 많아질수록 더욱더 다른 점을 많이 알게 될 것 같다. 엄마인 나는 두 아이의 다름을 이해하고 똑같은 방식이 아닌 아이들마다의 장점을 캐치하고 그것을 더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다른 아이에게 힌트를 얻어 보완해주면 더 좋을 것 같다. 


둘이 서로 다른 점이 많기 때문에 이 아이에게 적용된 부분이 다른 아이에게 먹히지 않을 때 당황할 때도 많고 힘들 때도 있지만, 둘에게서 배우는 점이 더 많다. 두 아이를 한꺼번에 키우면서 둘의 장점을 내가 학습을 할 때도 있다. 이 작은 아이들, 태어난 지 얼마 안 되는 아이들의 끈기와 집념을 볼 때 엄마로서 더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둘이 달라서 키우는 재미와 육아 스킬이 단기간에 더 늘어나는 것 같아 좋다. 


무의식적으로 둘을 비교하지 않고 있는지 늘 경계한다. 그동안 살아온 편견과 관습으로 두 아이들을 획일적으로 가르치려 하지 않는지 늘 의심을 한다. 아기 1호는 아기 1호대로 잘 자라고, 아기 2호는 아기 2호대로 잘 자라도록 항상 관찰을 잘하고 노력해야겠다. 두 아이 우리와 함께 모두 행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색을 지니고 태어난 아이들이 더 다양하게 자신들의 색을 발산할 수 있도록 엄마로서 도와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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